“디올백, 알선수재 여지” 의견에도… 권익위 “처벌규정 없어” 종결

고도예 기자 2024. 7. 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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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0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재미교포 최재영 씨로부터 디올백을 받아 청탁금지법을 어겼다는 참여연대 신고 건과 관련해 권익위원 회의 과정에서 이같은 소수 의견이 나온 것으로 9일 확인됐다.

한 권익위원은 "뇌물과 알선수재도 같이 검토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지만 다수 위원은 "권익위가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 건에 대해 임의로 다른 법률을 적용해 조사하거나 처리할 권한이 없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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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권익위 주요 신고사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7.09. 뉴시스
“국민권익위원회는 청탁금지법에 대해 최종 유권해석을 하는 기관이다. (김건희 여사의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해) 판단하지 않는다면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 (A 위원)

“(이 사건을) 대검찰청에 이첩하는 것이 좋겠다. 권익위가 대통령을 보좌하고 정치적으로 지지하는 것처럼 오해받을 수 있다.” (B 위원)

지난달 10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재미교포 최재영 씨로부터 디올백을 받아 청탁금지법을 어겼다는 참여연대 신고 건과 관련해 권익위원 회의 과정에서 이같은 소수 의견이 나온 것으로 9일 확인됐다. 한 권익위원은 “뇌물과 알선수재도 같이 검토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지만 다수 위원은 “권익위가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 건에 대해 임의로 다른 법률을 적용해 조사하거나 처리할 권한이 없다”는 의견을 냈다. 위원 15명은 종결 9표, 수사요청 3표, 송부 3표라는 표결 결과에 따라 다수결로 사건을 종결하기로 결정했다.

공개된 의결서에 따르면 권익위가 핵심 쟁점에 대해선 “자료 부족”이라면서 판단을 피해간 부분 등이 확인돼 ‘맹탕 조사’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의결서에 따르면 권익위는 김 여사가 디올백을 받은 게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선 “대통령 직무와 관련해 물품이 제공됐다고 볼 자료가 부족하다”고 결론내렸다.

권익위가 2008년 출범한 이후로 의결서를 공개한 건 처음이다. 권익위는 이날 공개된 A4용지 30페이지 분량 의결서 상당 분량을 “청탁금지법에는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는 사실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김 여사를 처벌할 규정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이 사건을 수사기관으로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240만 공직자 배우자를 법에 근거도 없이 처벌해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처벌할 수 없으니 판단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청탁금지법 주무기관으로서 권익위가 가방 수수 행위를 법위반으로 판단할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었는데 그 책임을 저버린 것”이란 비판도 나왔다.

의결서에는 김 여사가 가방을 받은 행위를 청탁금지법위반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명시적인 판단도 담겨있지 않았다. 한 법조인은 “대법원은 노태우 전두환 등 뇌물 사건 판례에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직무관련성을 폭넓게 인정해왔다”며 “권익위가 직무관련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면 근거를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고 했다.

권익위가 공개한 의결서에는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가방 수수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판단도 담겨있지 않았다. 권익위는 “대통령이 물품(가방)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돼 제공된 사실을 인식했다고 볼 자료 역시 부족하다”며 “따라서 대통령에게 청탁금지법상 신고의무가 발생하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고만 했다.

회의록에선 전원위 회의에서 “신고 내용 외 사실관계가 확인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등 ‘부실 조사’가 지적된 사실도 드러났다. 한 위원은 “대통령실이나 어떤 확인절차를 거친 바 없이 신고 내용 하나만으로 법 적용을 (논의)한다는 것은 무리수”라고 지적했다.

김 여사가 받은 디올백이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여러 위원들이 이견을 제시한 사실도 이번에 확인됐다. 회의록에서 한 위원은 “대부분 대통령 선물은 국가원수로부터 받았는데 이 사안에선 선물이 굉장히 은밀하게 전달됐다”고 지적했다. 다른 위원은 “공적인 만남이나 행사 자리에서 만나서 받은 것이 아니다”라며 “대통령기록물로 판단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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