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증거에 눈감고 판단 회피…제보자 보호는 외면
‘복붙 민원’ 이해충돌 명백
사실상 종결 처리 ‘무책임’
공익기관 존립 근거 허물어
민원 사주 가담자는 보호
‘공익 신고’ 제보자는 수사
국민권익위원회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민원 사주’ 의혹 사건을 방심위로 송부키로 한 결정을 두고 ‘증거에 눈을 감고 판단을 회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게다가 권익위는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만 문제 삼고 신고자 보호는 외면해 ‘공익제보자 보호 기관’으로서의 존립 근거를 스스로 허물었다는 비판도 자초했다. 법조인과 법학 교수 등 전문가들은 9일 권익위가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 사건을 방심위로 넘긴 것은 “사실상 종결 처리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사무처장)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 사건에 관해 “(경찰 등) 이첩 대상인지 또는 종결 처리 대상인지가 명백하지 않아 이해충돌방지법 시행령 22조 5항에 따라 방심위에 송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해충돌방지법 시행령은 권익위가 ‘범죄의 혐의가 있을 경우’ 수사기관에, ‘감사가 필요할 경우’ 감사원에 사건을 이첩하도록 규정했다. 신고 내용이 명백한 거짓이거나,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이며, 새로운 증거가 없거나 신고자가 보완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종결할 수 있다. 하지만 권익위는 이첩도, 종결도 하지 않았다.
민원 사주 의혹 사건의 익명 신고자를 대리하는 박은선 변호사는 “권익위 결정은 ‘이해관계 충돌인지 잘 모르겠으니 류 위원장이 스스로 사안을 알아서 처리하라’는 무책임한 태도”라며 “사실상 종결 처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내용·길이·오타까지 동일한 ‘복붙 민원’을 류 위원장이 가족·지인 등에게 지시·권유·청탁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판단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했다. 유승익 한동대 연구교수는 “명백한 이해충돌 방지 사안에 대해 권익위가 판단을 회피했다”며 “부패방지 기관으로서의 책무 자체를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익위 판단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권익위는 류 위원장의 민원 사주 의혹을 신고한 제보자가 신고 과정에서 류 위원장의 가족·지인을 지목한 행위가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이 사건을 서울경찰청에 이첩하기로 했다. 권익위 결정에 따라 서울청 광역수사단 반부패수사대가 진행 중인 ‘개인정보 유출’ 수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 교수는 “(권익위 판단은) ‘민원 사주’ 사건과 ‘개인정보 유출’ 사건 간 균형도 맞지 않고 판단 기준도 종합적이지 않다”고 했다.
이번 권익위 결론에서 ‘공익신고자 보호’와 관련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기관장 부정행위 의혹을 신고한 내부고발자를 색출하라고 경찰에 넘긴 셈이다. 김 변호사는 “민원을 넣은 사람들은 ‘민원 사주’라는 민주주의 파괴 행위에 가담·동원된 범죄 혐의자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범죄 혐의자는 놔두고 이들에 관한 진실을 밝히겠다고 공익제보한 사람을 개인정보를 유출했다고 몰아붙이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강한들·이예슬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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