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 정액 얼려 세수해"...20대女 광채 피부 비결이라는데, 진짜?

6개월간 정액 큐브를 얼굴에 발라온 여성, 피부 광채 비결이라 주장...하지만 정액이 피부에 좋다는 과학적 증거 전혀 없어

27세의 인플루언서 말렐리는 남자친구의 정액을 얼려 6개월 동안 매일 세안제로 사용했다. 그 결과 피부가 '광채'가 났다고 주장한다. 말렐리는 이 특별한 스킨케어 성분을 아이스 큐브 트레이에 보관해서 사용했다. [사진= 영국 일간 미러, 데일리메일 등 보도 갈무리]

"깨끗하고 매끈한 내 피부의 비결은, 바로 남자친구의 정액이다!"

27세의 인플루언서 말렐리는 남자친구의 정액을 얼려 6개월 동안 매일 세안제로 사용했다. 그 결과 피부가 '광채'가 난다고 주장한다. 말렐리는 이 '특별한 스킨케어 성분'을 아이스 큐브 트레이에 보관해서 사용해 왔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더선, 미러 등이 소개한 최근 보도에 따르면 말렐리는 인스타그램에서 14만6000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콘텐츠 크리에이터다. 그는 스킨케어를 위해 '천연 대안'을 찾던 중 정자가 많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를 우연히 접하게 됐다.

이때부터 말렐리는 남자친구의 정자를 '콜라겐 폭탄'이라고 부르면서 얼굴에 발라왔다. 하지만 남자친구와의 관계는 금세 나빠졌다. 그는 "처음에는 남자친구가 재미있어했고 심지어 유용하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계가 식어가기 시작했다. 남친은 단지 내가 얼굴에 사용한 정자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고 나에게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남자친구의 입장은 자신의 가치를 낮게 평가받고 있고, 그의 정액만이 말렐리에게 중요한 가치를 얻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말렐리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아니면 그가 제공하는 정자에만 관심이 있는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고.

말렐리는 "정액이 피부에 '정말 효과적'이긴 했지만 내 파트너는 단순히 스킨케어 공급자라고 취급당하는데 역겨움을 느꼈고 우리는 헤어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별한 말렐리는 현재 피부 광채를 위해 '새로운 정액 공급자'를 찾고 있다.

말렐리 뿐 아니라 특정 인플루언서나 유명인이 정액의 피부 관리 효과에 대해 극찬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정액이 피부에 좋다는 과학적 증거는 아직 없다. 얼굴 피부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알레르기 반응과 성병(STI)을 일으킬 수도 있어 주의해야한다.

정액에 든 단백질, 아연, 마그네슘 등 이론적으로 피부에 도움된다지만, 극소량이고 피부에 기여도 없어

미국 건강정보매체 헬스라인과 메디칼뉴스투데이에 따르면 정액이 피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정액의 영양소가 피부 건강에 좋다는 일화적인 증거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액에는 피부에 유익할 수 있는 영양소가 포함돼 있으므로 으레 정액도 좋지 않겠느냐 추측하는 식이다. 정액을 국소적으로 사용하거나 섭취함으로써 피부 건강과 외모를 개선할 수 있다는 생각을 뒷받침할 과학적 증거는 거의 없다.

정액 속에는 비타민 C, B12, 아스코르브산, 칼슘, 구연산, 과당, 젖산, 마그네슘, 아연, 칼륨, 나트륨, 지방 및 수백 가지의 다양한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실제 영양 성분의 양은 매우 적고 정액의 대부분은 단순한 물일 뿐이다. 정액에 함유된 영양소 중 피부에 유익한 대표 성분으로는 단백질, 아연, 마그네슘 등이 있다. 해당 영양소가 매우 소량만 포함되어 있으므로 피부에 발라도 효과가 없다. 위 사례에서 말렐리가 '콜라겐 폭탄'이라 부른 것은 무지에 의한 것이라해도 무방하다. 콜라겐은 정액에 들어있는 성분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정액이 여드름 치료와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기도 하지만 정액에서 발견되는 유기 화합물인 스페르민에 항산화 및 항염증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액이 여드름 치료제로 사용된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도 아직 없다.

정액에는 정액 냄새의 원인이 되는 스페르미딘이라는 화학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2021년 연구에 따르면 연쇄상구균에서 분비되는 스페르미딘은 콜라겐 합성을 촉진하여 피부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정자 내 스페르미딘의 양은 매우 미량이다. 피부가 젊어 보이는 데 도움이 될만한 유의미한 양은 아니다. 이 스페르미딘의 효과를 보려면 감귤류와 피망 등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으므로 이런 식품을 먹는 것이 낫다.

오히려 정액을 피부에 발랐다가...클라미디아, 임질 등 성병 위험

정액을 피부에 바르는 것은 여러 가지 잠재적 위험을 수반한다. 정액을 피부에 바르면 클라미디아나 임질과 같은 성병에 걸릴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성병이 있는 남성의 정액이 눈에 묻으면 같은 성병에 감염될 수 있다. 임질은 특히 피부에 영향을 미쳐 발진을 일으킬 수 있다.

정액에 노출된 후 알레르기 반응도 나타날 수 있다. 피부에 사용되는 모든 제품과 마찬가지로 가려움증, 부기, 두드러기, 아나필락시스 쇼크 , 피부염 등 피부 자극을 유발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사정 후 음경이 방출하는 액체인 정액을 통해 피부나 모발에 어떤 이점을 얻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은지 기자 (jeje@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