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상병 특검’에 또 거부권…야 “전면전”
경찰 수사 결과 언급하며 “실체적 진실 밝혀져…정치 악용 말아야”
윤석열 대통령이 9일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두 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후 15번째 거부권 행사다. 특검법의 운명은 다시 국회에 맡겨졌다. 야당이 법안을 단독 처리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가 재의결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순직 해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미국을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이날 하와이에 도착해 전자 결재 방식으로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지난 4일 법안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지 닷새 만이다. 취임 2년을 막 넘긴 윤 대통령은 이미 1987년 민주화 이후 가장 많은 법안을 국회로 되돌려보낸 대통령이 된 상태다.
대통령실은 “어제(8일) 발표된 경찰 수사 결과로 실체적 진실과 책임소재가 밝혀진 상황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특검법은 철회돼야 한다”며 “해병의 안타까운 순직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악용하는 일도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야당을 겨냥했다.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한 경북경찰청은 전날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제외하고 여단장 등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송치했다.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 측은 윤 대통령이 임 전 사단장을 구하기 위해 부당한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책임소재가 밝혀졌다”고 한 것도 이 같은 의혹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21대 국회에서도 채 상병 특검법을 의결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되돌아온 법안은 재표결 끝에 폐기됐다. 이에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열리자 1호 법안으로 채 상병 특검법을 다시 통과시켰다. 이번 특검법은 21대 국회보다 더 강력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특검 후보 추천권을 가지고 윤 대통령이 특검 임명을 거부하면 자동으로 특검이 임명될 수 있게 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갔다. 법안이 재의결되려면 200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야당 의원들이 모두 찬성한다고 해도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8명 이상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체 특검을 발의하고, 여야 간 중재안 협상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기어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민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며 “국민은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사법 정의를 무너뜨린 윤 대통령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새슬·박순봉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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