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창’ 우리의 험난한 평균결혼식
9일 오후 10시 KBS1은 저출생위기대응 기획으로 교양 프로그램 ‘시사기획창’에서 ‘우리의 험난한 평균결혼식’을 방송한다.
‘우리의 험난한 평균결혼식’은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비혼 인구의 증가만이 문제가 아니라고 전한다. 결혼을 준비중인 젊은층에게 첫 관문이자 걸림돌이 되는 결혼식, 한 번뿐이라 잘 모르고 다들 잊곤 하는 결혼 시장의 문제를 파헤쳐봤다.
우리나라의 인구 천 명당 혼인 건수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9만여 건으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40%나 급감했다. 결혼에 대한 태도도 함께 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30대 남성 48.7%·여성 31.9%, 20대 남성 41.9%·여성 27.5%만이 결혼에 긍정적인 답변을 보였다. 결혼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모든 연령대에서 결혼자금이 1위였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돈이 들까? 한 결혼 정보업체가 기혼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혼 평균 비용은 3억 원을 넘었다. 집값을 제외하고도 6천만 원이 넘는 수치다. 결혼식,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이하 스드메), 신혼여행 등만으로도 한 사람의 연봉과 비슷한 가격을 지불한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돈을 내면서도 잘 구매했는지는 알 수 없다. 예식장과 스드메 등 전반적인 웨딩 업계는 소비자가 가격을 알 수 없는 구조로 운영된다. 2020년 한국 소비자원 조사를 보면, 국내 예식장 중 홈페이지에 상품별로 세부 가격을 표시한 예식장은 전체의 단 8%에 불과했다. 비교가 불가능한 정보 비대칭의 시장. 소비자가 홀로 가격을 알아봤는지, 플래너를 끼고 알아봤는지, 웨딩 박람회를 통했는지 등 예약 방식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여기는 우리 플래너 업체가 하는 곳이라 이 가격에 해주는 것이라 말하고 여기는 직영이다 보니까 이 가격에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비교해 보니까 똑같은 옵션이었거든요. 그래서 ‘이게 이 가격이 아닐 수가 있구나’ ‘더 알아보고 할 걸…” (김다영, 예비신부)
예식장 잡기부터 만만치 않다. 1년 치 예약은 마감되기 일쑤다. 터무니없는 요구도 잇따른다. 토요일 성수기 기준으로는 350명의 보증 인원을 제시하지만, 착석은 220명만 가능하다. 입장곡을 바꾸는데 한 곡당 5만 원의 추가금이 들고 1년 뒤 예식을 계약 일주일만에 취소해도 취소비를 내야 한다.
예식 외 비용도 마찬가지다. 드레스 피팅비를 내지만 사진은 찍을 수 없고 자신이 직접 드레스를 보고 고를 수도 없다. 남성 턱시도, 혼주 한복 등에서도 과도한 추가금 부과, 끼워팔기는 통용된다. ’웨딩플레이션‘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예식 값은 올랐다. 그러나 단 한 번뿐인 결혼을 망칠까 봐 돈을 내는데도 쩔쩔매는 것은 예비 부부다.
“항상 저도 모르게 자세가 낮춰져 있는 느낌? 가격 같은 것도 정찰제가 아니다 보니까 다 문의를 해야 하는데 사실 또 친절하게 문의를 안 하면 저희한테 혹시 불이익이 올까 싶어서” (강승주, 예비 신부)
“결혼식을 잘하고 싶은 강박 관념은 크지만, 보통 일생에 한 번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시장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다른 계약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데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면 ’드레스 네 벌을 무조건 해야 한다.‘ 끼워 팔기죠. 계약금을 50% 내는 경우? 아파트 몇십억짜리를 산다고 하더라도 없습니다. 일반적인 우리 거래 관행과 맞지 않는 여러 가지 요구를 하는데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시장 상황인 거죠.”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
지난 5년간 한국 소비자원에 접수된 웨딩 업체 피해 구제 신청만 1,394건. 올해 5월까지만 해도 155건을 기록했다. 정부는 이제야 실태조사에 나서 가격표시제를 예고했지만, 한계는 보인다. 기본요금을 저렴하게 책정하고 고가의 옵션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기 쉽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돈이 없다면 결혼식을 올릴 수는 없는 걸까? 결혼하고 싶어도 하기 힘든 시장. 인생의 한 번뿐이라는 유혹의 말로 을이 되는 결혼 시장을 파헤쳤다.
손봉석 기자 paulsoh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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