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겨우 1천 달러 받았던 필라, ML서비스타임 10년 금자탑 세웠다…올 시즌 후 '은퇴' 예고

이상희 기자 2024. 7. 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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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전성기를 보냈던 토론토 시절의 케빈 필라)

(MHN스포츠 애리조나(美) 이상희 기자) 프로진출 계약금으로 달랑 1천 달러(약 138만원)를 받았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일인데 '정글'처럼 치열한 경쟁으로 유명한 빅리그에서 오직 7%의 선수들만 할 수 있다는 서비스타임 10년까지 채웠다. 올 시즌 LA 에인절스에서 뛰고 있는 외야수 케빈 필라(35) 이야기이다.

필라는 지난 주말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주말 3연전 두 번째 경기 출전으로 그 어렵다는 메이저리그 서비스타임 10년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이는 메이저리그 선수 가운데 단 7% 만이 달성할 수 있는 매우 어렵고, 의미있는 기록이다. 한국인 선수 중에는 '박찬호-추신수-류현진' 단 3명 만이 보유한 기록이다.

필라는 9일(한국시간) 미국스포츠 전문채널 ESPN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제 다 된 것 같다. 확실히 그런 것 같다"며 "메이저리그 서비스타임 10년은 내가 꼭 이루고 싶었던 기록이었다"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필라는 이어 "야구를 통해 많은 것을 성취했다. 이것은 믿을 수 없는 여정이었다"며 자신의 야구와 관련된 시간을 돌아봤다. 그는 또 "하지만 내 커리어를 이어가는 지난 몇 년동안 가족들이 나를 위해 희생했다"며 빅리그 서비스타임 10년 달성의 공을 가족에게 돌렸다.

(올 시즌 LA 에인절스에서 뛰고 있는 필라)

미국 캐리포니아주 출신인 필라는 대학교 때까지 거의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다. 그는 지난 2011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32라운드에서 전체 979번으로 토론토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진출했다. 당시 그가 받은 계약금은 달랑 1천 달러(약 138만원)였을 정도로 최하위 지명이다.

세금을 제외하면 그의 손에 쥔 실제 수령액은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필라는 때문에 당시 필요했던 휴대전화기를 사기 위해 모친에게 돈을 빌린 것으로 유명하다.

프로진출 당시는 거의 마지막 라운드에서 지명을 받았을 만큼 무명이었지만 필라는 단 2년 만인 2013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토론토 단장이었던 알렉스 앤소폴로스 현 애틀랜타 단장은 단 2년 만에 빅리그에 데뷔한 필라를 두고 "우리의 선택이 틀렸다. 이렇게 빨리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수 있는 선수였다면 32라운드까지 기다렸으면 안됐다"는 말로 필라의 놀라운 성장세를 칭찬하며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했다.

2015년부터 토론토 외야의 한 자리를 차지하며 빅리그 주전선수로 자리매김한 필라는 그 해 총 15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8, 12홈런 56타점 25도루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주목 받았다. 2019년에는 자신의 커리어하이인 21홈런을 기록하며 파워까지 장착했다.

2019년까지 토론토에서 전성기를 보낸 필라는 이후 '샌프란시스코-보스톤-콜로라도-뉴욕 메츠-LA 다저스-애틀랜타-시카고 화이트삭스'를 거쳐 올 시즌 LA 에인절스에서 뛰고 있다. 무려 9개 팀을 거쳤을 만큼 쉽지 않은 커리어를 보냈다.

특히 뉴욕 메츠 시절이었던 2021년 5월에는 애틀랜타와의 경기 중 타석에서 투수가 던진 94마일(약 151km)짜리 공에 얼굴을 맞아 피를 흘리며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모습이 중계카메라에 잡혀 많은 이들을 걱정하게 했다. 선수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는 아찔한 장면이었다. 이 부상으로 인해 필라는 필드에 복귀한 후에도 한 동안 안면보호 마스크를 착용하고 주루를 해야 했다.

필라는 또 빠른 발을 이용한 외야수비도 돋보였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골드글러브나 올스타에 선정되는 개인적인 영예는 누리지 못했다. 또한 돈과도 인연이 없어서 메이저리그 서비스타임 10년을 기록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풍족할만한 다년계약을 맺지 못했다. 올 시즌 연봉도 100만 달러(약 13억원)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초처럼 10년을 채웠기에 더 주목받는 기록이다.

필라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혹시 계속 야구를 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겠지만 (은퇴할)때가 됐다면 그것을 받아 들이기로 했다"며 "그 후에는 야구 없는 날들을 좋은 날이든 나쁜 날이든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며 즐기려 한다"고 은퇴 후의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9일 현재 올 시즌 총 60경기에 나와 타율 0.274, 7홈런 30타점 7도루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도 0.817로 좋다. 은퇴를 논하기엔 아까운 성적이다.

사진=LA 에인절스, 토론토 구단 홍보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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