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 “문자 무시, 정치 미숙”... 韓 “대통령이 사과 필요없다 했다”

[TV조선 토론회]
與당대표 후보들 ‘김건희 문자’ 공방
韓 “제가 다 공개하면 정부가 위험”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9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첫 TV 토론회에서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을 놓고 정면충돌했다.

나경원·윤상현 후보는 지난 1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한 당정 갈등 국면에서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동훈 후보가 사과 의사를 밝혀 온 김 여사의 문자를 무시했다는 논란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9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자 1차 토론회에서 나경원 후보(왼쪽)가 한동훈 후보와 토론하고 있다./TV조선

나 후보는 “한 후보가 여사 문자가 사과하려는 뜻이 아니라고 했는데, 문자 원문을 보면 김 여사가 사과 의사를 명백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며 “공적·사적을 떠나서 당사자 의사가 제일 중요한데 당사자 이야기를 듣지 않고 소통을 단절하는 것은 정치적 판단이 미숙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했다.

한 후보는 “당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고 공개적인 지적을 한 상태였고, 대통령실에 사과가 필요하다는 것을 전달하고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여사가 사과의 뜻이 없다는 확실한 입장을 여러 경로로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사적인 연락으로 답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분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나 후보가 “대통령실과 당사자(김 여사) 입장이 다르지 않았나”라고 질문하자, 한 후보는 “당시 대통령실이 사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너무 명확했고, 그래서 저에 대한 초유의 사퇴 요구까지 이어진 것”이라며 “이걸 제가 다 공개하면 정부가 위험해지는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후보는 나 후보에게 “당시 사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면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느냐”라고 역공을 펼쳤다.

그러자 나 의원은 “제가 왜 아무 말도 안 했느냐. 분명히 CBS 토론회에서 이야기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도 한 후보를 향해 “(총선 패배 책임) 100% 내 책임이라면 김 여사 문자에 대해 사과했어야 했다”며 “처음엔 사적인 통로로 공적인 이야기 하면 안 된다더니 이후엔 문자 내용이 다르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여사 문자와 관련한 한 후보의 입장이 매번 달라진다며 “특수부 검사 출신이지 않느냐. 피의자가 그 정도로 말을 바꾸면 바로 영장 때린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 후보는 “말을 바꿨다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그 상황에서 사적인 연락에 응했다면 더 문제가 된다. 더 심각한 악몽이 된다”면서 “여사님께서 아직도 사과를 안 하고 계시다”라고 했다.

또한 한 후보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최측근이라면서 왜 대통령과 소통이 안 됐는가’라는 윤 후보의 질문을 받고 “윤석열 대통령과 이 이슈에 관해 논의를 했고, 대통령은 사과가 필요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는 사과할 의사가 없었다. 국민들이 보기에 공적인 문제가 막후에서 개인적인 소통으로 해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저는 똑같은 일이 있어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