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이 장삼이사에게 와닿지 않는 이유[박동흠의 생활 속 회계이야기]
삼성전자는 지난 5일 2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고, 2023년 2분기보다 매출액은 23%, 영업이익은 무려 1452%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날 LG전자도 전년 2분기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9%, 61%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지난주 청약이 진행된 서울 마포의 아파트단지 청약 열기가 무척 뜨거웠다. 인접한 아파트 시세와 비교해 비싼 가격이었음에도 청약이 몰려 경쟁률이 무려 164 대 1이나 됐다.
이런 뉴스를 보고 있으면 불경기가 끝났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기업들 실적이 모두 삼성전자와 LG전자만큼 좋은 것은 아니고, 상반기 지방의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은 1.46 대 1에 불과하다. 지방에 아직도 미분양 아파트가 너무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차는 6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6% 넘게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상반기 누적 판매량도 지난해보다 1% 정도 적다. 매출의 83%를 차지하는 해외 판매량이 전년보다 2% 늘었지만 국내 판매량이 무려 13%나 줄었기 때문에 전체 판매량이 감소했다. 기아도 상반기 국내 판매량이 6% 정도 줄었다. 자동차 기업들의 국내 판매량 공시를 보면 확실히 우리나라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동차 판매량이 감소하면 완성차 기업들 실적도 문제지만 연관 기업들은 더 많은 악영향을 받는다. 자동차 소재, 부품, 장비 기업뿐만 아니라 정유, 보험, 정비 업종 등도 올해는 실적이 썩 좋지 않을 것 같다.
은행, 증권, 카드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금융지주사들의 분기 보고서를 보면 우려를 일으키는 자료들이 보인다. 대표적인 게 카드사의 대손상각비가 은행보다 더 많이 발생된다는 사실이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카드사 총 영업이익이 은행의 10분의 1밖에 안 될 정도로 작은데 대손상각비는 은행보다 160억원이나 많아 1분기에만 912억원을 손실로 처리했다. 신한금융지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신용카드사의 이익 규모는 은행의 5분의 1 수준이지만 대손상각비는 은행보다 5배 가까이 많다. 실제로 금융통계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까지 신용카드 연체 총액은 2조3000억원대로 2023년 1분기보다 18% 이상 증가했다. 담보력이 있는 가계나 기업들보다 카드사 고객들의 상황이 여의치 않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자료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나라의 지역과 경제 불균형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가 국내 상장사 전체 매출액의 약 8%를 차지하고 시가총액은 20%나 되는 만큼 우리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회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삼성전자 직원 수 12만5000명은 국내 경제활동인구 약 2980만명 중 0.4%에 불과하다. 현실적으로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 수가 훨씬 많다. 인구도 마찬가지다. 서울 인구 937만명보다 그 외 지역에 사는 인구가 4.5배로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스컴에는 연일 대기업과 서울 부동산 뉴스만 나오니 대다수 사람들은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 상황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반도체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업임에는 분명하지만 훨씬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만큼 산업 불균형이 심화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지역 격차에 이제는 제2의 도시 부산마저 소멸위험 단계에 진입했다고 한다. 우리에게 복원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박동흠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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