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공간 옮겨주면 안되냐"…시청역 사고 후 뒤숭숭 [현장+]

김영리/신현보 2024. 7. 9.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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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힘든데 매출은 5분의 1토막"…시청역 상인 '눈물'
사고 후 손님 발길 뚝 끊긴 시청역 먹자 골목
대형사고 발생에 소비·회식 줄이는 소비자들
상인들 "마음 아프지만 추모 공간 이전" 요구
8일 오후 6시30분께 한산한 시청역 사고 현장 부근 식당가의 모습. /사진=김영리 기자
"코로나19 때 회식이 워낙 줄었던 터라, 이제 막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분위기였거든요. 그런데 사고가 터진 거지…"

시청역 7번 출구 인근에서 장어요릿집을 운영하는 60대 조모씨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씨는 "장어 가게는 매년 여름 장사로 1년을 버텨야 하는 업종"이라며 "사고 이후 하루 매출이 지난해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푸념했다. 그는 "나도 사고가 정말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며 "스스로도 아직 트라우마에 시달리지만 장사는 또 생계의 문제이니 현실적인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예약 줄줄이 취소됐다…호객도 난처"

1일 오후 9시 27분께 시청역 7번 출구 인근 교차로에서 역주행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진 사고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난 8일. 이날 오후 다시 찾은 인근 식당가는 유독 한산한 모습이었다. 가게마다 지난주부터 이번 주까지 있던 회식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빈 테이블이 곳곳에 보였다. 애도하는 분위기 탓에 상인들이 적극적으로 호객하기에도 난처한 상황이었다.

시민들의 발길이 잇따르면서 추모 구역의 면적도 넓어졌다. 사고 현장을 기준으로 길이 18m·폭 60cm 남짓의 추모 공간이 형성됐다. 왼쪽은 사고 익일인 2일 국화가 올려져 있는 모습, 오른쪽은 8일 추모 구역의 모습이다. /사진=김영리 기자


사고 직후 국화꽃 서너 다발만 올려져 있던 추모 공간은 일주일 새 시민들이 애도의 마음을 더하면서 길이 18m, 너비 약 60cm가량으로 크게 넓어진 모양새였다. 사고 현장과 근접한 가게 상인들은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며 하소연했다.

이 골목 한 삼계탕 가게의 직원 A씨는 "점심에 시청 직원분들도 자주 찾으시는 곳이었다"며 "확실히 전에 비해 30%가량 손님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바로 앞에 추모 공간이 있다 보니 신경이 쓰이긴 한다"고 전했다.

인근 호프집 사장 60대 박모씨는 "지난주에는 기존에 있던 예약이 모두 취소됐고, 이번 주도 2건이 취소됐다"며 "오늘도 (8일 오후 8시 기준) 원래 같으면 2, 3층 모두 꽉 차야 하는데 지금 2층에 4팀, 3층에 1팀뿐"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우린 하소연할 곳이 없다"고 푸념했다. 

(왼쪽부터) 손님이 끊긴 시청역 인근 먹자 골목의 모습과 인근 가게 주인이 보여준 식당 내부 폐쇄회로(CC)TV 화면의 모습. 손님이 없어 썰렁한 모습이다. /사진=김영리 기자


인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시청역 먹자 골목에서의 식사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날 시청역 7번 출구 교차로 앞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점심에 동료들과 인근에서 식사할 때도 아직 사고 관련 이야기가 꼭 한 번씩 언급된다"며 "직장과 워낙 가깝기도 하고, 퇴근길에 횡단보도를 건널 때마다 지나치게 되니 아무래도 아직은 속상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이모씨도 "시청역 부근에서 아직 식사하거나 술을 마시기에는 이른 듯하다"며 "같은 직장인 분들이 변을 당하셨다는 점에서 좀처럼 우울한 마음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고 전했다.

시청역 사고 후 감소 추이를 보이는 '시청역 맛집' 소셜 언급량 및 '회식 장소' 네이버 검색량. /그래프=신현보 기자


이러한 분위기는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빅데이터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시청역맛집'의 소셜 언급량(인스타그램+블로그)은 지난 6월 3주차에 263건을 기록한 후 사건이 발생한 7월 1주차에는 142건으로 급감했다. 전 국민이 애도 기간을 가지면서 '회식장소'에 대한 네이버 검색량도 7월 1주차에 전주 대비 10%포인트 빠진 80%를 기록했다. 해당 지표는 가장 검색량이 많을 때를 100%로 두고 상대적인 추이를 나타낸다.

 "시간 필요해"

한경닷컴의 취재에 따르면 사고 현장과 근접해 있는 일부 가게 상인들은 동사무소 등 지자체에 추모 공간을 이전해달라고 건의한 상황이다. 애도하는 마음과 별개로 사고의 영향이 매출에 직격타를 주면서, 생계 걱정을 안 할 수 없는 상황이 돼가고 있어서다.

추모 공간 운영 기간이나 이전 계획에 관해 묻자 중구청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공간이라 임의로 치우거나 옮길 수 없다"며 "운영 시점이나 별도의 공간으로 이전하는 등의 계획은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8일 오후 7시께 시청역 먹거리 골목 안쪽도 한산한 모습이었다. /사진=김영리 기자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당시 이태원역 1번 출구에는 참사 후 약 50여일 동안 시민들이 조성한 추모 공간이 유지됐다. 희생자들의 49재가 지나서야 이태원광장 시민분향소, 서울기록원, 서울시청 등으로 추모 물품이 옮겨졌다.

이번 시청역 참사의 경우, 보행로 폭이 좁은데다 장마 등 날씨 악재까지 겹치면서 한동안 인근 상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사고로 특정 지역이 대표성을 띠게 되면 단기적으로 상권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물리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회 재난에 대한 추모 공간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조성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면서 "이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말고 공동체 유대감과 교훈을 얻어가는 장소라는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리/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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