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기록 이면에 숨겨진 치유와 분투

이태희 기자 2024. 7. 9.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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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새들이 크레이그 가족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생생하게 담아낸, 희망과 에너지로 가득 찬 작품이다."

'버드걸'은 14살에 자선단체를 설립하고 17살에 전 세계 새의 절반을 관찰한 세계적인 탐조인이자 환경·다양성 운동가 마이아로즈 크레이그의 삶을 그린 에세이다.

이 책에선 흥미로운 취미로서의 탐조 문화와 각 대륙의 색채를 담고 있는 230종 이상의 고유종·희귀종 새들을 여행기 형식 속에 녹여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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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꿈꾸며 하늘을 바라본 버드걸, 마이아로즈 크레이그
새와 자연이 선사하는 매혹, 모두가 평등한 자연을 꿈꾸다
버드걸(마이아로즈 크레이크 지음 / 신혜빈 옮김 / 문학동네 / 464쪽 / 1만 9800원)

"이 책은 새들이 크레이그 가족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생생하게 담아낸, 희망과 에너지로 가득 찬 작품이다."

'버드걸'은 14살에 자선단체를 설립하고 17살에 전 세계 새의 절반을 관찰한 세계적인 탐조인이자 환경·다양성 운동가 마이아로즈 크레이그의 삶을 그린 에세이다. 태어난 지 9일만에 부모님의 탐조 여행에 동행했던 저자는 이십 대 초반 일곱 대륙의 40개국을 여행하며 5000종 이상 새를 관찰했다. 또 그는 자연·환경 분야에서의 인종 다양성을 추구하는 자선단체 블랙투네이처를 설립했다. 하지만 화려한 궤적의 이면엔 숫자로 치환되지 않는 고투도 있다. 오랜 시간 지속된 엄마의 정신질환과 그 상황을 함께 이겨내기 위해 애썼던 가족들의 희생, 어린 여성 활동가로서 겪었던 차별 및 고난까지…. 저자는 쉽게 말할 수 없었던, 가장 인간적이고 뜨거운 헌신과 열정의 기록을 모두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에선 흥미로운 취미로서의 탐조 문화와 각 대륙의 색채를 담고 있는 230종 이상의 고유종·희귀종 새들을 여행기 형식 속에 녹여내 소개한다. 물론 다채로운 매력의 새들을 보는 일은 감동적이지만, 그 과정엔 탐조인들의 시기와 질투, 원망, 속임수도 넘쳐난다. 야생에서만 볼 수 있는 새들 때문에 탐조 환경은 대체로 열악하고, 새는 마음처럼 잘 나타나지도 않는다.

이러한 고난 속에서도 탐조인 부모님 아래서 자란 저자는 일찌감치 '엘리트 탐조인'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저자는 7살 때 한 해 동안 정해진 지역 안에서 최대한 많은 종류의 새를 보러 다니는 '빅 이어'에 참여했고, 쌍안경 사용 방법과 새의 종을 식별하는 등의 방식을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학습했다.

이같은 탐조 여행을 통해 저자는 서식지 파괴가 인간과 야생동물에 미치는 영향을 가까이서 목격했다. 줄어드는 새 목록을 보며 생물다양성 감소를 절감했지만, 기후변화 해결이라는 기치 아래 고통받는 최빈국과 취약층의 모습도 무시할 수 없었다. 저자는 상황의 심각성과 위급함을 블로그로 전했고, 블로그가 유명세를 얻기 시작하면서 여러 환경보전 단체와 소통하고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갔다. 어느새 그는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활동가가 됐다.

이 책은 한 사람이 사랑하는 존재들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모든 순간에 대한 뜨거운, 그리고 인간적인 기록이다. 그 속엔 밝게 빛나는 순간도, 그 빛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슬프고 지난한 순간도 촘촘히 짜여 있다. 새들의 단순하고 본능적인 방식을 따라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갔던 저자의 모습은 여전히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고 있는 사람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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