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말만 앞서가는 국회 탄핵소추 청문회, 과유불급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9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 청원’과 관련한 청문회 계획을 의결했다. 국회 출석을 요구한 증인·참고인에는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씨도 포함됐다. 국민동의청원이 130만명을 넘은 만큼 법사위에 회부되는 것은 불가피할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소추’의 엄중함을 감안하면 청문회에서 공론화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실질적 의미는 없이 여야의 정쟁과 국론 분열만 격화시킬 우려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대통령 탄핵소추라는 헌정상의 중대 사안이 정치적 논쟁으로 소비되는 상황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국민동의청원에 의한 청문회는 사상 처음으로, 오는 19·26일 실시된다. 청원법과 ‘국회청원심사규칙’에 따르면 국회는 청원심사 소위원회를 구성해 사실 확인 및 자료 수집을 하고 청원자·이해관계인 등의 진술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청원 내용을 따져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정국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휘발성이 큰 사안의 경우 심사소위에서 조사·보고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2020년 3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원과 이에 맞선 탄핵 청원 반대 청원이 충돌했을 때 법사위가 심사하지 않고 폐기한 전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청원은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 명품백 수수 등 김 여사 일가 비리 의혹, 전쟁 위기 조장, 강제징용 친일 해법 강행, 후쿠시마 핵폐수 해양투기 방조 등 5가지를 탄핵소추 사유로 열거했다. 모두 진상 규명이 필요한 사안들이지만 특검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의 수사 과정에서 증거에 기반해 밝혀져야 할 것들이다. 대통령 탄핵소추에 이르려면 헌법 84조 규정상 내란·외환에 준하는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반 정황이 분명해야 한다. 하루 이틀 청문회로 청원 사유들의 실체나 진상이 드러나긴 어렵다. 그럼에도 대통령 탄핵소추의 적실성을 청문회를 통해 따져보겠다는 것은 국민적 의혹을 부각해 정치적 소재로 삼겠다는 의도 외엔 달리 이해하기 어렵다.
대통령 탄핵소추가 일상어처럼 거론되는 상황은 그 무엇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야의 대립을 격화하고 국정을 표류시킬 우려가 크다.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반이 상당 부분 확인되더라도 정쟁의 무한대립으로 빠져들 수 있다. 야당은 탄핵소추 청원 청문회가 과유불급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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