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어떻게든 MBC 망가뜨리기 위해 민영화 시도할 것"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교체를 시도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를 통해 MBC에 법정제재를 쏟아낸 윤석열 정부가 4일 새 방송통신위원장 후보로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지명했다. ‘MBC 세월호 참사 오보 책임자’, ‘MBC 노조 탄압의 주역’으로 비판받는 이 전 사장은 한때 MBC 민영화를 추진했던 인물로, 이번에도 방문진 이사 교체를 강행할 의사를 내비쳐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KBS, YTN 등에 이어 방송 장악의 다음 목표물로 지목된 MBC는 과연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까.
5일 서울 상암동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이호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MBC 장악의 부당성을 꾸준히 시민들에 알리는 수밖에 없다”며 “시민들의 힘을 모아 저항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래는 이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이진숙 전 사장이 방통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윤석열 정권 머릿속엔 ‘MBC 장악’이랑 다섯 글자밖에 없는 것 같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이 윤 정권의 방송 장악이나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해 엄중히 심판했는데, 총선 직후엔 약간 움츠리는 것 같더니 결국 국민을 바보로 알고 무시하고 있다. 그 많은 사람 중에 굳이 MBC의 대표적인 적폐 인사인 이진숙을 방통위원장으로 앉히겠다는 건 대놓고 MBC를 장악하겠다는 선언과 마찬가지다. 방송 장악을 넘어 MBC 민영화 음모를 꾸미다 발각된 사람인데 대놓고 민영화까지 할 수 있다는 공개 협박이 아닐까 싶다.”
-이진숙 후보자가 지명의 변에서 “과연 윤석열 정부가 방송을 장악했느냐” 물었다.
“그러면 윤석열 정권이 방송 장악을 안 했다는 건지 되묻고 싶다. 국민의 기본적인 상식과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방송 장악을 방송 정상화라 생각하고 있는데, 과연 윤석열 정부에 있는 사람과 국민들이 같은 언어를 쓰고 있는 게 맞는지 많은 생각이 든다. 이진숙씨는 세월호 참사 때 보도 책임자였고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MBC의 공정방송 투쟁을 앞장서 탄압했던 인물이다. 그런 사람을 뽑으면서 미디어 공공성을 확보하고 회복하는 데 적임자라고 한다. 도대체 국민을 어떻게 보기에 이런 말들을 하는지, 인식차가 크다는 생각을 한다.”
-이진숙 후보자는 “공영방송 다수 구성원이 민노총 조직원이라며 노동 권력, 노동 단체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민주노총 조직원이라는 이유로 MBC의 보도나 프로그램이 민주노총의 지시를 받나. 민주노총 조직원이어서 그 지침에 따라 방송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건 본인도 조합원이었으니 알 것이다. 그런데 자꾸 거짓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언론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 함께 모여 있는 곳이 언론노조고 언론노조가 민주노총의 산별노조로 있는 것이다. 정부 고위 공직자가 언론사 구성원들에게 조합의 가입 여부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아주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이진숙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이 된다면 2인 체제서 방문진 이사 선임을 강행할 것으로 예측된다.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어 보이는데 대안이 있을까.
“저쪽이 어떻게든 MBC를 장악하려고 머리를 굴려 짜낸 시나리오를 막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아마 청문회를 하더라도 그 결과나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방통위원장 임명을 강행할 것이고 임명되자마자 방문진 이사들을 선임할 것이다. 국회는 국회대로 막을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고, 저희는 저희대로 방통위 2인 체제의 위법성 문제, MBC 장악의 부당성 문제를 꾸준히 시민들에게 알리는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힘을 모아 저항하고 MBC를 장악하면 할수록 정권에 손해가 간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만 물러설 것 같다.”
-방문진 이사가 교체되면 MBC 사장 해임 시도가 있을 거라 예상하나.
“임기가 1년 반 남은 MBC 사장을 해임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할 텐데 과연 그럴 명분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경영 상황을 봐도 MBC는 지금 지상파 중에 실적이 제일 좋다. 작년에도 흑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지금까지 흑자여서 경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결국 문제 삼을 수 있는 건 방심위와 선방위에서 표적 징계한 사안들이다. 공정한 보도를 하지 않았다는 명분을 씌워 해임하려고 할 텐데 방심위와 선방위에서 내린 결정들이 모두 법원에서 집행 정지되고 있는 상황이라 그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사장이 해임된다면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 혹시 파업도 고민하고 있나.
“파업은 여러 수단 중 하나라 현재 파업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조합원들의 상황이나 의견을 계속 소통해가면서 유효하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할 것이다. 외부에선 과연 MBC 구성원들이 싸울 수 있을까 의구심들이 있는 것 같다. 저는 싸울 수 있다 생각하고 MBC에 그 DNA가 있다고 생각한다. MBC는 국민의 재산이지만 MBC 종사자들 역시 책임의식, 주인의식이 상당하기 때문에 탄압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 어떤 언론사보다도 투쟁의 열기가 살아날 거라 본다. 지금 MBC가 국민적 신뢰도 등 각종 수치에서 1위를 달리고 있고, MBC마저 장악되면 안 된다는 국민 여론도 큰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한데 잘 묶어 계속 저항할 것이다.”
-이진숙 후보자가 MBC 민영화를 논의한 당사자라 실제 민영화가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시도할 수 있을 것 같다. MBC의 자산 규모를 인수할 기업이 있을까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은 있겠지만 어떻게든 MBC를 망가뜨리기 위해 민영화를 시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정부는 계속해서 ‘1공영, 다민영’이 자신들의 공약이라 얘기하고 있다. 1공영으로 KBS를 두고 MBC는 민영화 하겠다는 얘기다. 실제 이진숙이 2012년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만나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을 논의하다 발각된 사례가 있다. 국가정보원이 2010년 MBC 장악 시나리오를 만들 때도 3단계는 MBC 민영화였다.”
-어떻게 민영화를 할 수 있을까.
“국정원에 따르면 일단 지역MBC를 매각해 그 매각 비용으로 정수장학회 지분을 인수한 다음 민영화를 한다는 시나리오가 있다. 또 신주를 발행해 정수장학회 지분을 낮춘 다음 상장 등을 통해 민영화한다는 내용이 있다. 그 다음에 방통위가 재허가 국면에서 아예 MBC 허가를 취소해 폐국 시킨 다음 누군가가 인수하게 해 민영화를 한다는 시나리오가 있다. 각각으로 보면 가능할까 싶지만 실제 2010년 국정원 시나리오에 있었던 내용이고, 14년 동안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방식들을 고민하고 있을 것 같다.”
-방송4법은 한시 바삐 추진해야 한다고 보나, 최소한의 여야 협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보나.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이 방송4법의 대안을 내놓으면 토론할 수 있다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전혀 협의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난 2년 동안 반대만 하면서 시간을 끌더니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결국 기존 법안을 이용해 MBC까지 장악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 여당과의 협의가 어떤 수준으로 될지 모르는 상황이면 일단 법안을 본회의서 통과시키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해야 할 것 같다. 저는 지금이라도 국민의힘이 빨리 대안을 내놨으면 좋겠다. 기존 법과 지금 법의 차이는 결국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을 더 줄이는 데 있다. 만약 정치적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내용이라면 어떤 구성이든 협의할 수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방송4법보다 공영방송의 공정성 문제가 더 시급하다며 MBC를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방송4법을 반대하면서 했던 발언들을 보면 ‘보수 정권 시절에 공영방송이 편향됐다는 증거가 하나라도 있으면 대보라’는 식이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MBC의 신뢰도가 완전히 추락하고, ‘기레기’ 소리 들었던 것이 국민적 상식이다. 그런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의 MBC, 박민의 KBS, 김백의 YTN이 공정하다 생각하고 있다. 인식의 차가 적당해야 토론이 되는데 과연 공정성을 두고 상식적인 토론이 가능한지 잘 모르겠다. 물론 저희 일부 보도에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건 내부적으로 민주언론실천위원회라는 조직을 통해 노동조합이 모니터하고 토론한다. 그런데 그들이 이야기하는 공정성은 이런 차원이 아니라 자기들에게 유리하지 않으면 불공정하다는 거다. 그 생각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야7당이 요구한 방송장악 국정조사에서 가장 주요하게 조사해야 할 내용은 무엇이라 보나.
“지난해 방통위 2인 체제에서 공영방송 이사진을 교체하기 위해 무리하게 진행했던 해임 시도들에 대한 진상이 규명돼야 할 것 같다. 또 방심위, 선방심위의 무도한 표적 징계들의 의도는 무엇이었고 과연 방심위 심의위원들이 자신의 책임을 다했는지 그 과정들을 좀 살펴봤으면 좋겠다. 전체적으로 보면 YTN, TBS, KBS, MBC, 방심위 이 다섯 가지 사안을 다뤄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방심위, 선방위 표적 징계 때문에 내부에서도 위축 효과 같은 것들이 있나.
“‘미세먼지 수치 1’이 선거운동이라고 하는 마당이니 주눅이 드는 건 당연하다. 그런 분위기를 내부적으로 이겨내려고 하지만 보도를 할 때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게다가 방심위가 벌점을 쌓아놓으면 실제 MBC 재허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은 사장이 일일이 법적 대응을 하고 있지만 만약 사장이 바뀌어서 수용하겠다고 하면 이 벌점들은 올해 연말 MBC 재허가에 엄청나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까 말씀드렸듯 국정원이 작성한 MBC 민영화의 세 번째 전략 중 하나가 재허가를 안 해주는 것이다. MBC를 망가뜨리겠다고 마음먹은 세력들이라면 저는 그런 상상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 사장이 그렇게 행동하면 배임이지 않을까.
“MBC를 망가뜨리겠다는 미션을 갖고 온 사장이면 배임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소한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지금 ‘바이든-날리면’ 관련해 2심이 진행 중인데 그냥 우리가 잘못했다고 사과방송 할 수도 있다. 방심위나 선방위 사건도 집행정지는 됐지만 본안 소송들이 진행 중인데, 사측이 소극적으로 대응해버리면 징계가 적절했다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새 사장이 MBC 재허가에 영향을 미치게끔 그런 일들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일이 가능한 확신범들을 새 사장으로 보낼 것 같다.”
-11일 열리는 ‘MBC 힘내라 콘서트’는 어떻게 준비하게 됐나.
“방송4법의 재입법과 관련해 최대한 시민들의 지지 여론을 확산하고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에 부담을 느끼도록 압박을 해보자는 차원에서 준비했다. 집회 현장이든 피케팅 현장이든 시민들을 만나면 MBC마저 장악될 수 없다, MBC는 지켜야 된다는 분위기가 꽤 느껴진다. 그래서 MBC 앞에 시민들이 모여서 그런 여론을 현 정권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삼아보자는 취지로 기획을 하게 됐다. 그날 최대한 많은 시민들이 좀 모여 주셨으면 좋겠다. 재미있게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발언은 최대한 줄이고 문화제 형식으로 가려 한다. 원래는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이렇게 세 곳의 대표도 모시려 했는데 이준석 의원 쪽에서 스케줄이 맞지 않아 대신 영상 메시지를 보내주기로 했다. 초대는 못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도 오시면 좋겠다. 반갑게 맞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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