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87> 맨드라미꽃을 시로 읊은 17세기 문사, 서계 박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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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 쪽의 뜰에 어둠이 밝아지려 하면(籬畔庭陰乍欲明·이반정음작욕명) / 시향에서는 응당 다시 닭 이름을 불렀으리라.
위 시는 수탉 볏과 닮은 맨드라미를 비유와 은유를 통해 그려낸 작품이다.
수련의 '시향'은 중국 하남성 언사현(偃師縣) 서남쪽 신채진(新蔡鎭)에 있던 마을이다.
저녁에 날이 갠 햇살 속에 꼿꼿하게 선 맨드라미의 늠름한 모습을 보라고 시인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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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鬪雄未信矜雙踞·투웅미신긍쌍거
울타리 쪽의 뜰에 어둠이 밝아지려 하면(籬畔庭陰乍欲明·이반정음작욕명) / 시향에서는 응당 다시 닭 이름을 불렀으리라.(尸鄕應復擬呼名·시향응부치호명) / 수놈끼리 겨루어도 두 발톱 거만하게 세우지 않고(鬪雄未信矜雙踞·투웅미신긍쌍거)/ 꿈에서 깨면 오히려 한바탕 울음소리 보내오리라.(破夢還疑送一聲·파몽환의송일성)/ 학 머리에 있는 붉은 점과 많이 비슷하고(鶴頂點丹繁得似·학정점단번득사)/ 소쩍새가 토한 핏자국과 조금 견줄 만하구나.(鵑魂染血淺能爭·견혼염혈천능쟁)/ 봉선화와 양귀비는 질투를 그만두고(鳳仙鶯粟休相妬·봉선앵속휴상투)/ 저녁에 날 개었을 때 꼿꼿하게 선 모습 보게나.(看取亭亭立晩晴·간취정정립만청)
위 시는 박세당(朴世堂·1629~1703)의 ‘맨드라미꽃’(鷄冠花·계관화)으로, 그의 문집인 ‘서계집(西溪集)’ 권4에 들어있다.
위 시는 수탉 볏과 닮은 맨드라미를 비유와 은유를 통해 그려낸 작품이다. 맨드라미를 계관화라고 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칠언율시이므로 1행과 2행을 수련이라고 한다. 수련의 ‘시향’은 중국 하남성 언사현(偃師縣) 서남쪽 신채진(新蔡鎭)에 있던 마을이다. 이곳에서 축계옹(祝鷄翁)이 1000여 마리 닭을 기르며 각기 이름을 붙여 주었다. 그가 닭의 이름을 부르면 그 말을 알아듣고 다가왔다고 한다.
맨드라미는 실제 닭과는 달리 서로 힘을 겨뤄도 발톱을 세우지 않는다. 또한 새벽에 잠에서 깨면 한바탕 울음소리를 보낼 듯하다. 붉은 빛깔은 학 머리 붉은 점과 비슷하고 피 토하며 우는 소쩍새의 핏자국과 견줄 만하다고 맨드라미의 속성을 잘 묘사한다. 7행·8행의 미련에서는 봉선화 양귀비가 붉은색을 자랑하지만 맨드라미에 상대가 안 되니 질투를 멈추라고 한다. 저녁에 날이 갠 햇살 속에 꼿꼿하게 선 맨드라미의 늠름한 모습을 보라고 시인은 지적한다.
예전에는 이맘때 어느 시골이든 길가에 맨드라미가 붉게 피어 있었다. 요즘에는 그 흔하던 맨드라미를 거의 볼 수 없다. 어릴 때 필자가 살던 집 마당에 맨드라미가 피면 신기해 만져보던 기억이 있다. 목압서사 돌담 아래 맨드라미가 있었는데 보이질 않는다. 다만 마당 화분에 심은 맨드라미가 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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