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되는 탐사기획부… 명맥 잇는 동아·한국

최승영 기자 2024. 7. 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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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발행주기 맞춰 인사 발령
매 기수 10여명 기자·개발자 협업
한국, 각 부서와 발제 권한 공유
참여 기자들, 팀 경험 만족도 높아

한국일보 엑설런스랩, 동아일보 히어로스쿼드 등 전통적인 의미에서 나아간 탐사기획부서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조직논리, 디지털 드라이브 등과 맞물려 언론사 탐사부서가 위축되는 가운데 두 회사의 탐사부서 운영방식이나 조직 내 역할을 참고할 만하다.

2023년 하반기, 2020년 상반기 각각 출범한 한국일보, 동아일보의 두 부서는 최근 몇 년 새 국내 언론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탐사기획부이지만 과거 모델과는 다르다. 일단 취재부서에 ‘열려있다’는 특징이 있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은 자체 탐사보도를 하는 엑설런스팀(3명), 취재부서와 협업을 목표로 하는 기획유닛팀(3명)으로 구성된다. 특히 기획유닛팀은 발제 권한을 취재부서와 공유한다. “데일리 업무 때문에 미뤄뒀던 일선 기자의 아이템이 괜찮다”고 판단되면 팀에 파견을 와 2~3달 간 함께 한다. 그간 , <서민금융기관의 민낯, 새마을금고의 배신>, <산 자들의 10년> 등이 각각 스포츠·지역사회·사회부 기자와 공조로 나왔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과 동아일보 히어로스쿼드는 지난 몇 년 새 국내 언론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난 탐사기획 성격의 부서다. 사진은 동아일보 히어로스쿼드의 <트랩: 돈의 덫에 걸리다>의 인터랙티브 페이지.

동아일보 히어로스쿼드는 아예 일선 기자를 히어로콘텐츠 발행주기인 6개월마다 인사발령내 운영된다. 매 기수 5명 안팎이 넘어와 디지털컨트롤 타워인 DX본부의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와 협업(기자 포함 10여명)하고 흩어지는 식이다. <증발>, <환생>, <99℃>, <공존>, <산화>, <표류>, <미아>를 거쳐 최근 8기 <트랩>이 이렇게 나왔다. 뉴스룸 내에서 ‘몇 개월에 기사 하나 쓰는 곳’ 등의 인식 아래 고립되기 쉬웠던 조직 성격을 볼 때 이런 ‘열린’ 모델은 의미가 있다.

강철원 한국일보 엑설런스랩장은 “데일리 업무에 종사하면 써보고 싶은 게 있어도 못 쓸 때가 많은데 팀 경험에 참여 기자들 만족도가 대체로 높았다”며 “스트레이트 기사는 날로 평준화되고 언론사 입장에선 기획이 경쟁력이라 본다. 가급적 많은 기자들에게 기획 DNA가 심어졌으면 하는데 이에 1년 정도 팀에서 일하면 교체를 원칙으로 한다”고 했다. 히어로스쿼드를 경험한 동아일보 한 기자도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채택만 되면 나도 기회가 있다는 의미이지 않나. 빛나는 자리가 소수 전유물이 아니고 동참할 수 있다는 건 크다”면서 “인사발령을 내는 만큼 간부들도 부서 인력유출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내부 디지털 역량 강화, 신문 경쟁력 향상 등을 목표로 구성원을 교육하는 역할도 눈에 띈다. 두 부서는 그동안 ‘이달의 기자상’ 등 외 디지털 부문 저널리즘 성취를 평가하는 상도 다수 받았다. 동아일보 히어로스쿼드는 디지털 콘텐츠 제작을 필수로 해왔고 이 과정에서 1~7기까지 46명의 기자, 디지털인력(중복 제외)이 디지털 경험을 쌓아왔다. 자사 사이트 ‘인사이드’ 코너를 통해 참여기자 경험기, 후기를 적극 공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일보 엑설런스팀도 영상, 인터랙티브 인력 등 디지털부서와 협업을 필수로 요구받는다. 강 랩장은 “기존 협업보다 디지털부서와 100배 이상 협업하라고 하고 있다. 필요할 때만이 아니라 아이템을 정하는 단계부터 함께 하라는 주문”이라며 “영상과 인터랙티브가 조회수에서 아주 큰 도움이 되진 않지만 협업 문화와 경험은 디지털 분야 자산이라고 본다”고 했다.

한국일보 엑설런스랩과 동아일보 히어로스쿼드는 지난 몇 년 새 국내 언론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난 탐사기획 성격의 부서다. 사진은 한국일보 액셀런스랩의 최근 기획 <산모가 또 죽었다>.

고전적 탐사보도 방식을 고수하지 않고 새 취재방식, 내러티브 스타일을 적극 도입한 점도 유념할만하다. 한국일보는 기획 전반에서 ‘가르치거나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기’를 방침으로 하고 있다. 치매 실종 문제를 다룬 <미씽, 사라진 당신을 찾아서> 기획 땐 배우를 섭외해 실험도 했다. 동아일보에선 제복 공무원의 죽음 후 남은 이들의 이야기를 내러티브 방식으로 다룬 <산화> 당시 취재기자 4인이 샘플기사를 작성하고 ‘블라인드 테스트’로 초고 작성자를 정하기도 했다.

다만 언론 전반에서 탐사기획부가 위축된 현실은 분명하다. 2021년 기자협회보 조사 당시 국민일보와 조선일보엔 각각 ‘이슈&탐사 1·2팀’, ‘사회부 산하 기획팀’이 있었지만 현재는 없다. 세계일보 특별기획취재팀도 현재 사라졌다. 2021년 스포트라이트부를 꾸린 경향신문도 부서를 폐지한 상태다. 방송사 사정은 좀 나아서 YTN에선 제작2부, MBC에선 탐사보도센터 산하 ‘스트레이트팀’ 외 뉴스룸 내 ‘팩트&이슈팀’(팀장 포함 5인)이 가동 중이다. 신문과방송 4월호에 따르면 KBS도 지난 4월 기준 평기자 4명의 탐사보도부를 갖고 있었다.

뉴스룸 내 인력부족, 생산성 등 조직논리에 밀려온 탐사기획부가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자연스레 와해되는 분위기다. 실제 ‘끝까지 판다’ 같은 탐사 브랜드를 지닌 SBS에서 탐사조직은 한때 탐사보도 1·2부, 이슈취재팀, 마부작침팀이 합쳐져 10명 이상 규모였지만 수년 간 디지털 조직개편에서 축소되며 현재 절반 규모 탐사기획팀만 운영된다. 탐사부문에서 강세를 보여온 한겨레에서 탐사팀이 한겨레21부 산하에 배치된 상황도 눈에 띈다. 부족 인력을 보충하고 탐사팀 결과물을 주간지·일간지 모두에 쓴다는 설명도 있지만 탐사 활성화를 위한 방편은 아니란 시선이 많다.

한겨레 한 기자는 “정경사 부서 취재력을 바탕으로 할지, 탐사를 통해 깊숙이 보며 1년에 3~4번 구별된 결과물을 만들지에서 현 국장단은 전자를 택한 거 같다”면서 “한겨레 탐사보도 브랜드 가치를 이어가려면 여러 고민과 지원이 필요할 상황인데 ‘밀어주자’는 분위기도 아니고 위축도 분명하다. 수뇌부 의지가 중요하겠지만 과거 탐사유닛제 등 모델을 문의하러 왔던 한국·동아일보 현재를 보면 대단히 부끄러운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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