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도 잡을래" 주택시장서 고개 드는 `패닉 바잉`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가 악화한 중에도 서울 아파트 시장이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거래량은 물론 매매 가격까지 꾸준히 상승세다.
공사비 급등으로 인한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이 수년 내로 나타날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전월세 가격 등 임대료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내 집 갖기'를 서두르고 있다.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반영됐다. 일각에서는 과거 부동산 상승기에 나타난 '패닉 바잉' 현상이 재현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이날 현재 총 5188건이었다. 6월 계약분은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로 20일 이상 남아 있지만 이미 4월 거래량(4990건)을 훌쩍 뛰어넘었다.최종 6월 거래량은 6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계약일 기준으로 월간 거래량이 5000건을 돌파한 것은 주택가격 상승기이던 2021년 5월(5045건) 이후 3년 1개월 만에 처음이며, 같은 해 1월(5952건) 이후 최대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계약일 기준으로 3월부터 5월까지 석달 연속 4000건을 넘었다. 공급부족 우려 속에 아파트 전셋값이 1년 이상 상승하면서 얼었던 매수 심리가 풀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현재까지 58주째 상승세다.
한 부동산 투자자문업계 관계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지금이 바닥이냐' '지금 매수해야 하냐'는 아파트 매매 관련 문의가 들어온다. 서울 아파트가 공급 부족으로 폭등할 것 같다고 생각한 3040세대에게서 '패닉 바잉' 조짐이 포착된다"고 전했다. 패닉 바잉은 가격 상승과 물량 소진 등에 대한 불안으로 자산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수도권 아파트의 공급 부족은 현실화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전국의 아파트 착공실적은 3만7793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8% 급감했다. 특히 수도권의 1분기 아파트 착공실적은 2만1000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5% 감소했다. 2018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부동산 매수심리가 살아나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총 708조5723억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한 달 새 5조3415억원이나 급증했다. 이는 2021년 7월(6조2000억원)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기도 하다.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수심리는 더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실수요자의 매매 전환은 물론 잠잠했던 '갭 투자' 수요까지 늘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분위기에 쓸려 부동산 투자에 뛰어드는 것을 경계하라고 조언한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경제정보센터 소장은 "전세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이 높아져 3~4년 전 젊은 세대가 대출을 받아 갭 투자 등에 뛰어들었던 시기와 시장 상황은 비슷해졌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이같은 분위기가 서울 전체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고 일부 지역에 국한돼 오히려 지방 아파트들은 내년 상반기까지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반적인 매수심리 회복으로 인한 대세 상승기는 아직 시기상조다"라고 전했다.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살아난 것은 공포 심리보다는 올해 정책 금융 혜택을 받은 실수요자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김덕례 한국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올라갈 때에도 선뜻 매입하기가 어렵고 계속 떨어지는 때도 마찬가지로 매입을 감행하기가 어렵다"면서 "다주택자가 투자 목적으로 매매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에 생애 첫 주택 매수자, 신혼부부, 신생아 출산 가구 등 정책성 대출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실수요자들 위주로 임대료 상승과 신축 주택 공급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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