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직한 구조조정 이끈 '해결사'…반도체·배터리 초격차 지원나서
2년간 대우조선해양·쌍용차 매각 '성과'
아시아나 합병, 화물 매각·美 승인 남아
태영사태땐 "대주주 뼈깎는 노력" 일갈
첨단산업에 2027년까지 100조 투입
한도 묶인 법정자본금, 60조로 확대 추진
대통령의 손발이 돼 정책을 펴는 곳이 정부 부처라면, 정부 정책을 집행하는 역할을 하는 곳은 공공기관들입니다.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무엇보다 공공기관장들의 적극적인 역할과 협력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이데일리는 정부의 국정 과제와 각종 정책을 일선에서 수행하는 주요 공공기관의 CEO를 조명하는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매각’, ‘쌍용자동차(현 KG모빌리티) 매각’,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HMM(옛 현대상선) 매각’,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
나열만 해도 숨이 찰 것 같은 굵직한 구조조정은 모두 지난 2년간 발생한 것이다. 주채권은행으로서 이 업무를 관장한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현 정부 정책금융의 최선봉에 서 있다. 강 회장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을 맺고 인수위원회에서 정책특별보좌관으로 일한 뒤 2022년 산업은행 회장 선임됐다. 이후 큼지막한 구조조정의 ‘해결사’로 어느 기관장보다 바쁜 2년을 보냈다.
아시아나·HMM ‘진통’…대조양·쌍용차 ‘성공적’
강 회장이 2년간 공을 들인 구조조정은 대부분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작년부터 유럽, 미국 등 경쟁 당국의 반대로 표류했다. 올해 유럽연합(EU)의 ‘조건부’ 승인으로 총 14개국 중 미국만 남았다. 앞으로 EU가 조건으로 내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건과 미국의 승인을 받으면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의 품에 안게게 된다.
HMM 매각은 지난해 12월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하며 순탄히 해결하나 싶었지만 결국 결렬됐다. 하림 컨소시엄은 지분 57.9%를 6조 4000억원에 인수하는 조건이었지만 양측은 경영 주도권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강 회장은 이에 대해 상당히 아쉬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HMM 재매각 관련한 질문에 “현재로선 결론이 없다”고 밝힌 상태다.
작년 연말 갑자기 터진 태영건설 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태는 고난도의 ‘집도’였다. 수백 곳의 채권자뿐만 아니라 중소 건설사, 하도급 업체까지 맞물려 우리 경제를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는 뇌관이었음에도 태영 측이 보유 자산 등을 내놓는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공분을 샀다. 강 회장은 사태 초반 공식 석상에 나서 “대주주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진정성을 보여달라”고 일갈했다. 현재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지난 4월 기업개선계획 가결 이후 3년 내 마무리하는 게 목표다.
강 회장이 진행한 구조조정 건 중 2022년 대우조선해양·쌍용자동차 매각은 재임 기간 중 가장 뜻깊은 성과 중 하나다. 강 회장은 지난해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쌍용차는 작년 KG그룹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면서 법정관리를 끝내고 정상화의 발판을 맞이했다”며 “이제는 사명을 KG모빌리티로 바꿔달고 신차 흥행을 발판으로 올해 흑자전환을 이뤄냈다”고 했다.
지난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에 금융팀장으로 입사했던 그로서는 2000년 대우그룹 해체 후 지난 23년간 해묵은 숙제였던 대우조선해양 문제를 직접 마무리한 소회가 남달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KDB생명(옛 금호생명)은 ‘아픈 손가락’이다. 산은은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KDB생명을 인수한 뒤 2014년부터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엔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하나금융지주가 실사 후 인수를 포기했으며 올 초엔 MBK파트너스에 매각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강 회장은 최근 “최선을 다했지만 원매자가 없는 게 현실”이라며 “회사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그에 따라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숨 가쁜 기업 구조조정 가운데 강 회장이 최근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 중인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이차전지)·바이오·원전 정부 ‘초격차 산업 지원 프로그램’ 지원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주요 첨단 산업에 550조원 이상의 설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100조원 이상의 정책 자금을 공급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산은의 ‘곳간’과도 맞물려 있는 문제다. 강 회장은 최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의 법정 자본금 한도가 10년째 30조원으로 묶여 있는데 현재 한도가 2조원도 채 남지 않았다”며 반도체 등 첨단 전략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선 법정 자본금 한도를 증액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첨단 전략 산업 전반을 지원하려면 10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이 필요하며 산업은행법 개정을 통해 법정 자본금 한도를 60조원 수준으로 증액해야 한다는 게 강 회장의 계산이다.
산은 회장으로 선임됐을 때부터 ‘특명’이었던 본점 부산 이전은 그의 의지와 상관 없이 이번 국회에서도 표류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산은 노조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 여·야의 견해 차이도 첨예하다. 최근 여당이 산은 부산 이전을 골자로 한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재발의했지만 여소야대 구도에서 파행하고 있다. 학자·대학교수로 오랜 기간 강단에 섰던 강 회장은 직원과 소탈한 스타일로 소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배우 박중훈 씨와 이종사촌지간이다. 강 회장이 박씨보다 두 살 형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1964년생 △서라벌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대우경제연구소 금융팀장 △성신여대 사회과학대학 경제학과 교수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PECC) HRD분과위원 △제19대 국회의원 △박근혜 정부 청와대 경제수석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정책특보
정병묵 (honnez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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