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나이지리아서 남편 교통사고로 사망?… 지능화한 보험사기 다 잡는다
보험설계사·의사·환자 등 공모… 고액 알바 보험사기 심각
유사한 패턴 보여 가입내역·제출 서류 보면 경험으로 감지
한두 건 사기 의심 조사로 지연… 보험금 늑장 지급은 오해
"보험사기의 예방과 적발은 보험사와 보험계약자 모두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필요합니다. 지능화한 보험사기에 대응하며 적발의 어려움도 많지만 항상 '신의성실의 원칙'을 염두에 두며 임하고 있습니다."
신한라이프 전신인 신한생명의 보험금 심사팀에서 22년간 몸담은 강대윤(50·사진) 팀장. 그는 통합 이후 승격된 SIU(보험사기특별조사팀)팀을 3년간 총괄하고 있다. SIU팀은 지난 2021년 7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 이후 지급 보험금 규모가 커지면서 보험사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강 팀장은 보험금 심사팀의 경력을 인정받아 SIU팀 업무를 담당하면서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업무 처리하는 것을 중시하고 있다.
그는 "보험금 심사팀에서 다양한 사례를 다루며 심사 역량을 키운 점과 다수의 보험사기 의심 사례를 접한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며 "보험금 심사 및 사기 조사에서 고객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험사기는 고액의 사망보험금을 노린 '엄여인 연쇄 살인 사건' 엄인숙과 '계곡 살인' 이은해 등의 인면수심 범죄로 인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최근에는 브로커 조직을 통해 보험업을 잘 아는 보험설계사와 의사, 환자 등이 공모한 보험 사기도 심각하다. 특히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단기 고액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에 혹해 자동차 보험사기 등에 가담한 젊은이들이 무더기로 나오는 실정이다.
그는 "최근 실손보험에 대한 보험사기가 가장 많이 적발됐고, 정액보험에서도 치아보험 사기와 의료기관과 결탁해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미지 기술의 발달로 진단서 위변조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보험사기가 증가하고 있지만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는 만큼 지급 내역과 가입 내역, 제출한 서류를 보면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보험사기를 감지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실제로 상해보험에 가입 후 나이지리아에서 남편 교통사고 사망으로 사망보험금을 청구한다며 사기극을 벌인 사례가 있었다.
그는 "나이지리아인인 남편이 현지에서 사망했다며 한국인 아내가 사망보험금을 청구한 건이 있었다. 당시 부부는 피보험자를 남편으로 한 다수의 생명보험에 가입했다"며 "위장 결혼은 아닌 것으로 파악했지만 나이지리아에서 진단서 위변조 사례도 많고, 증빙서류로 제출한 사망진단서 등이 조작됐다는 판단에 조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금 부지급 결정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국민 청원 및 방송사 제보 등으로 쟁점화하려고 했지만 결국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도움을 받아 현지 로펌을 통해 사망진단서가 허위로 발급됐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했다.
김 팀장은 최근 보험사기 조사 강화에 따른 '보험금을 일부러 안 주려고 한다', '늑장 지급을 한다'는 등 인식에 대해선 오해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한 달에 10만건의 보험 청구 건을 처리한다고 가정할 경우 9만9000건 이상은 문제없이 처리하는데 한두 건의 사기 의심 건을 조사하면서 지연되는 것일 뿐"이라며 "보험금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지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한라이프는 통합 후 SIU팀 운영을 강화하며 성과도 보였다. 지난해 적발 금액은 약 42억원으로 지난 2021년 대비 13% 증가했다.
김 팀장은 보험사기 적발을 위한 기술력을 높인 영향이 컸다고 밝혔다. 그는 "보험사기 인지 시스템(FDS)을 자체적으로 고도화해 고객과 담보 유형별로 보험사기 위험 통계 모델(FI)을 다변화하고, 인공지능(AI)·머신러닝 등 기술을 활용한 유사병원 자동산출 기능도 도입했다"며 "고도화된 FDS 기술을 통해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60개 병원을 선정하고 관련 병원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보건당국에 신고하는 등 보험금 허위 지급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불특정 다수가 인터넷 카페, 블로그 등 SNS를 통해 보험사기를 공모한 건도 적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웹상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웹크롤링 기법'을 활용해 보험사기를 적발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보험사기 분석 시스템도 보험업권 최초로 2021년에 개발 및 도입했다"며 "올해는 데이터 분석 역량 강화를 통해 보험금 이상 징후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보험금 이상징후 자동탐지 예측 모델을 빅데이터부서와 협업해 하반기 오픈 목표로 개발 중으로, 시뮬레이션 결과 최근 보험사기 의심 사례 등에 사전 이상징후 알람으로 이상징후를 조기에 인지하고 빠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강 팀장은 보험사기 적발도 중요하지만, 정황만으로 수사로 이어질 수 없는 만큼 정확한 물증을 확보하기 위한 제보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보험사기는 개인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지만, 이는 사회 전체에 큰 손해를 끼치는 심각한 범죄"라며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제보해 준다거나 의심스러운 보험 청구 사례를 접할 경우 적극적으로 신고하면 수사 의뢰하거나 보험사기를 적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험금 심사나 보험사기 조사 업무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고 있는지 항상 먼저 생각하며 고객 한분 한분이 신뢰할 수 있는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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