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재해석에서 기치를 찾다'···서울과기대 '리디자인 톤' 가보니
[IT동아 남시현 기자] 현대의 메이커 운동은 2005년 ‘메이크’ 잡지와 2006년 메이커 페어로 시작됐다. 과거의 메이커는 브랜드를 지칭하는 말이었지만, 오늘날 메이커는 사회생활 및 업무 환경에 필요한 제조 기술을 아우르는 단위로 쓰인다. 이미 구글이나 SAP, GE, 노스롭 그루먼 같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중요한 글로벌 기업들은 자체 메이커스페이스를 두고 임직원들의 제조 기술을 함양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메이커스페이스 등을 통해 누구나 제조 기술을 다룰 수 있는 발판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메이커 마인드셋’에 대한 개념은 낯설다. 메이커 마인드셋은 젊은 학습자가 더 자기 주도적이고 프로젝트 중심적이며, 실습적으로 임할 수 있도록 독립성, 회복력, 창의성을 장려하는 마음가짐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메이커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메이커스페이스구축운영사업센터(이하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가 예비창업자들의 메이커 마인드셋 함양과 실질적 창업 활로 마련을 위해 ‘2024 RE-DESIGN THON(메이커톤)’을 개최했다.
메이커 정신 일깨우는 ‘2024 RE-DESIGN THON(메이커톤)’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가 기획한 리-디자인 톤은 기존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을 더욱 이상적으로 개선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쓸 수 있게 개선하는 제작 과정을 겨루는 경진대회다. 리-디자인 톤은 지난 6월 2일 모집을 마감했고, 서면 평가를 통해 총 10개 팀이 선발되었다. 2022년 시작돼 올해로 3회 차를 맞이하는 만큼, 참여자들의 수준과 지원 경쟁은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이후 각 팀별로 1차, 2차 사전 멘토링을 지원하고 7월 4일에 무박 2일 일정으로 본 경진대회를 시작했다. 김종선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장은 “메이커톤은 본인만의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으로 발전하는 기회다. 작년에도 무박 2일의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아이디어가 놀라운 결과물로 창출되었고, 올해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라면서, “여러분들의 아이디어가 시제품으로 잘 실현될 수 있도록 멘토님들과 운영 스탭들이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메이커톤을 계기로 창업의 길을 걷는 학생들이 있다면 창업지원단이 실질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며 개회를 선언했다.
“오늘날은 누구나 메이커··· 경험 및 사회 기여 고려해야”
본격적인 제조 과정에 앞서 3D 기반 시제품 제작 서비스를 하고 있는 테크스튜디오의 황은기 대표가 ‘메이킹을 통해 보는 리-디자인’을 주제로 교육을 진행했다. 황 대표는 “몇 년 전만 해도 메이커는 브랜드에 가까웠다. 하지만 2005년 데일 도허티가 메이커를 누구나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만드는 사람으로 정의내리며 그 개념이 바뀌었다”라며 설명을 시작했다.
황 대표는 “과거의 메이커 기술은 공장 부지나 설비, 기술, 자본이 필요한 고도의 사업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품종 소량생산과 주문 생산이 주목받고, 3D 프린터 등 다양한 제작도구가 등장하며 누구나 제조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메이커의 디자인 효과는 미적 아름다움과 관계된 형태조화, 사용자 경험과 사고방식을 바꾸는 경험창출, 사회 디자인 및 문제 해결, 삶을 바꾸는 사회 조형 측면이 있다. 오늘 리-디자인 톤은 이러한 디자인 효과 측면을 고려하여 접근하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2차 사전 멘토링으로 완성도 가다듬고 시작해
이후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소속 직원의 메이커스페이스 소개 및 안전교육 등이 이어진 뒤 곧바로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에서 시제품 제작이 시작됐다. 앞서 10개 팀 모두 두 번의 사전 멘토링이 제공돼 시제품 실현에 대한 구상과 준비를 마쳤고, 본선 경진 대회 시간 내에 시제품 완성까지를 목표로 했다.
대학생들이 주로 참여하는 대회지만 수준은 전문가 못지않았다. 거의 모든 팀이 아두이노를 활용해 제품에 센서 및 동작 기능을 탑재했으며, 코딩 작업을 수반했다. 또한 사전 멘토링으로 필요한 재료 준비를 해온 덕분에 시제품 제작의 속도도 한층 빨랐다.
그럼에도 어려운 부분은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측에서 주선한 멘토들이 뒷받침했다. 멘토진은 기계공학, 3D 프린팅 등 제조창업과 관련된 기술을 보유했고, 유튜브 ‘북리지’ 채널을 운영하는 김성민 멘토와 ‘갓쌤TV’를 운영하는 이건호 멘토도 함께했다. 참가자들이 어려움을 겪으면 멘토들이 나서 함께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하며, 숙련된 제조 기술로 난관을 해쳐나가도록 도왔다.
멘토들의 도움과 함께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소속 이정필, 최태호 매니저의 기술 지원도 빛을 발했다. 두 매니저는 메이커스페이스 전문 인력으로, 센터 내의 장비 활용 및 교육을 진행한다. 이정필 매니저의 경우 기계가공 기능장으로 센터 내 모든 장비를 다룰 수 있다. 무박 2일간의 짧은 일정동안 학생들이 교육없이 이 장비들을 다룰 수가 없는 만큼, 두 매니저가 직접 상주하며 학생들의 제조 과정을 전반적으로 지원했다.
“우리의 제품은 이렇습니다”
리-디자인 톤은 단순히 제품을 재해석하는 걸 넘어서, 향후 이 제품이 어떤 파급 효과로 이어질지에 대한 논리도 갖춰야 한다. 실제 발표에서는 7분의 시간 동안 아이디어와 팀 소개는 물론 디자인 개선을 통해 얻는 기대효과와 시장분석, 그리고 해당 모델로 창업을 했다고 가정하고 얼마나 시장을 키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내용까지 전반적으로 다뤄야 한다.
심사진은 각계 전문가 다섯 명으로 구성됐으며, 주제적합성, 시제품, 창의성, 발표평가를 기준으로 심사했다. 시제품은 제작 완성도와 지속 가능성 및 발전 가능성 등을 구체적으로 평가한다.
아이템은 인식 센서, VR 햅틱 기기, 압전 센서, 에너지 관련 아이템 등 다양한 제품들이 소개됐다. 7분의 짧은 시간을 두고 시장에 대한 불편함부터 시장 정보, 향후 가능성까지 복합적으로 다루다보니 발표의 흐름은 빠른 편이었지만, 대다수 팀이 제품에 대한 시연과 소개만큼은 공들였다. 전자 장비가 많이 탑재됐음에도 단시간 내에 제품을 만든 점이 인상적이었고, 대다수 제품이 물리적으로 동작하며 활용도를 뽐냈다.
10팀의 발표 평가를 통해 침수 피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빗물받이 개선을 제안한 AoT팀이 수상했고, 몰카탐지 관련 기술을 개발한 이글아이 팀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자광두전, EDA, stdio.h 팀이 우수상을, 다섯 팀이 장려상으로 선정됐다.
대상을 수상한 AoT 팀의 노은서 성신여대 AI융합학부 학생은 “여러 멘토들의 도움과 끝까지 함께한 팀원들 덕분에 제품을 잘 완성했고, 시연과 소개도 잘 마쳤다. 첫 참여임에도 좋은 평가를 받아 기쁘고, 이번 기회를 좋은 창업의 발판으로 삼을 것”이라 소감을 밝혔다.
결실 맺은 리-디자인 톤, 그 뒤에 메이커스페이스 노력 뒷받침해
메이커톤의 핵심은 정해진 시간 내에 목표와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다. 이번 리-디자인 톤을 통해 모든 팀이 평소 생각하지 못한 것들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메이커 마인드셋을 단시간 내에 끌어올리는 결과를 만들었다. 참가자들 입장에서도 팀원 간의 단합력과 역량을 기르는 효과를 거뒀고, 향후 창업에 대한 실마리도 제공했다.
개인적으로 몇몇 제품은 상품성 고도화를 통해 실제 창업이 가능한 수준으로 보였고, 참가팀의 실력도 웬만한 예비 제조창업가 이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성과를 거둘 수 있던 배경에는 메이커스페이스 전문랩을 운영하며 제조창업에 대한 노하우와 실질적인 창업 지원을 이뤄온 서울과기대 창업지원단 및 메이커스페이스구축운영사업센터의 노력이 숨어있다.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 관계자는 “리-디자인 톤을 통해 참가자들의 실력을 결집하고, 창업에 대한 자신감과 역량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으리라 본다. 서울과기대 메이커스페이스는 앞으로도 예비창업자들의 창업에 대한 열의를 꾸준히 지원하고, 더 나아가 제조 창업자들이 우리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 밝혔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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