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심장이식 수술의 역사

2024. 7. 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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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서울시 서울의료원장

1967년 12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당뇨와 심장병으로 사경을 헤매던 54세의 남자에게 교통사고로 사망한 20대 여성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이 진행됐다.이식된 장기에 대한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사용된 면역억제제의 부작용으로 인한 폐렴으로 수술 18일 만에 사망했지만 그 때까지 심장은 문제가 없었다. 최초의 심장이식 수술이 시행된 것이다.

이에 고무된 수술팀은 한 달 후인 1월 2일 두 번째 수술을 시도했고 이 환자는 19개월 동안 생존했다. 수술을 집도한 크리스티안 바나드는 남아공에서 태어나 의대 졸업 후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일을 하면서 심장이식의 꿈을 키웠다. 귀국해서 동물실험을 꾸준히 한 다음 드디어 사람을 대상으로 수술을 성공시켰다.

그런데 여기에는 숨겨진 또 한 명의 주인공이 있었다. 매우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남아공 흑인 소년 해밀튼 나키는 14살에 대학교 정원사 보조로 취직했다가 동물 실험실로 옮기게 됐다. 그는 누구도 쫓아갈 수 없는 뛰어난 손 재주와 해박한 의학 지식 그리고 분석적인 사고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미국에서 돌아온 바나드 박사의 눈에 띄여 그의 모든 수술에 참여했지만 인종차별법이 철저한 당시로서는 매우 위험한 시도였다. 남아공 흑인은 살아있는 백인의 몸이나 장기는 물론 심지어 죽은 사람에게도 손을 대는 것이 엄격히 금지됐기에 비밀리에 작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대학 측에서도 그의 역할을 알고는 있지만 당시로는 불법이므로 월급을 올려줄 수가 없어서 평생 가난 속에서 살아야만 했다.

결국 1994년 넬슨 만델라가 남아공 대통령이 되고 인종차별법이 철폐된 다음에야 그의 존재가 알려져 2003년 그가 일했던 케이프타운 대학은 그에게 공식적인 명예 의학석사 학위를 수여하고 바나드 박사와 함께 175년 대학 역사에 길이 남을 인물로 선정했다.

이렇게 시작된 심장이식은 면역 거부반응 때문에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1984년 획기적인 면역억제제인 '사이클로스포린'이라는 약이 개발되면서 심장을 포함한 많은 장기들의 이식 수술이 본격화됐다. 그 결과 지금은 심장수술은 140여개국 390개 병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1992년 첫 이식 수술 후 매년 200건 정도의 수술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심장은 신장이나 폐처럼 한쪽 장기만 적출하거나 간처럼 일부만 기증받을 수 없기 때문에 뇌사 상태에서 정상 기능을 하는 심장만 기증이 가능하다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기증받는 심장이 부족하여 이식을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심장 기능이 생존이 곤란할 정도로 심각할 때는 좌심실 보조장치라고 불리는 기계를 부착하기도 한다. 이 장치는 좌심실에서 혈액을 대동맥으로 직접 보내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가능해진다. 이 장치는 1년 생존율이 80%정도 된다.

그러나 장치를 몸 속에 완전히 삽입하지 못하고 일부는 몸 밖에 부착하여야 되기 때문에 목욕탕에 들어가거나 사우나 등은 할 수 없다. 혈액이 응고되지 않도록 항응고제를 복용해야만 한다는 단점도 있다.

따라서 심장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에게 시간을 벌어줄 목적으로 주로 사용되며 고령이거나 여러 질환을 동시에 앓아 심장 이식이 불가능한 환자에게도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심장이식의 생존율은 국제 심폐학회 기준으로는1년 생존율 83%, 5년 72%, 10년 56%이나 국내 성적은 이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심장이식을 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우선 면역거부 반응이다. 다행히 좋은 면역억제제가 개발됐지만 모든 환자에서 충분하게 면역 반응을 막을 수는 없다.

또한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외부에서 침입하는 세균과 바이러스의 감염의 위험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환자가 발견할 수 없는 아주 초기 단계의 암이 있을 경우 면역 기능의 저하로 쉽게 활성화될 수 있다.

그 외에도 수술에 대한 스트레스와 수술 후 사용되는 스테로이드에 의해 당뇨가 발생할 수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장이식을 통해 많은 환자들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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