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 마용성·강남3구만, 오직 아파트만…콕 찍어 오른다
다세대·연립은 7개월 넘게 하락
최근 주택시장이 지역 간 ‘탈동조화’ 수준을 뛰어넘는 한층 복잡한 양상의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주택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된 가운데 최근에는 수도권 안에서도 지역 또는 시장 권역별로 온도 차가 뚜렷해진 모습이다. 여기에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수요가 급감한 다세대·연립(빌라)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아파트와 비아파트 간 매매·전세 가격 등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집값 급등락이 주택시장의 최대 불안 요인이었다면 이제는 전례가 없는 ‘다중 양극화’ 현상이 시장의 안정을 위협하고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를 보면, 최근 서울의 아파트 매매시장은 마치 2021년의 시장 과열기를 재연할 듯한 모습이다. 지난 3월 넷째 주부터 15주 연속 매맷값이 올랐고 지난주(1일 기준) 매맷값 주간 변동률은 0.20%로 2021년 9월 셋째 주 이후 145주 만에 최대 오름폭을 보였다.
그러나 서울 내 지역별 온도 차는 상당히 크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맷값 상승을 이끄는 곳은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지역이다. 올해 상반기 마포·용산·성동구의 매맷값 누적 상승률은 각각 1.7%·1.7%·2.5%다. 강남(1.0%), 서초(1.4%), 송파(1.2%)의 누적 상승률도 서울 평균치(0.7%)를 크게 웃돈다. 반면 강북권의 아파트 밀집 지역인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은 정반대로 찬바람이 불고 있다. 노도강 지역의 올해 상반기 매맷값 누적 변동률은 노원 -0.4%, 도봉 -0.8%, 강북 -0.4% 등 모두 마이너스다. 매맷값이 하락했다는 뜻이다.
2021년 주택시장 과열기 당시 연간 아파트 매맷값 상승 폭을 보면, 노원구 9.83%, 강남구 8.60%, 서초구 8.99%, 마포구 7.65% 등으로 강남, 강북, 도심권이 비슷한 수준을 보였지만 올해는 서울시 안에서 지역 간 차별화 현상이 확연해진 것이다.
아파트와 비아파트 시장의 양극화는 더 심각하다.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최근 석달 연속 상승세지만 다세대·연립(빌라) 매맷값은 반대로 7개월 넘게 하락 중이다. 특히 전세사기 사건이 많이 발생했던 다세대·연립의 전세 수요가 급감해 집주인들이 계약 만료 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전세’ 상황마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서울에서 경매에 부쳐진 다세대·연립주택은 1494건으로, 2006년 5월(1475건) 이후 최대치를 찍었다. 수요가 없다 보니 신축 물량도 줄면서 올해 들어 5월까지 다세대·연립 등 비아파트의 전국 인허가 물량(약 1만5천호)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8% 감소했다.
수도권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은 최근 서울과 과천 등 일부 단지에서만 과열 현상이 빚어지며 달아오르고 있다. 한 예로 이달 2일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청약을 받은 ‘디에트로 퍼스티지’는 일반공급 453가구에 10만4천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이 228.5 대 1에 이르렀다. 반면 비수도권의 상반기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평균 1.46 대 1에 머물렀다. 5월 말 현재 미분양 주택도 5만7천가구를 웃돈다.
최근에는 아파트의 면적에 따른 가격 변동 차별화 현상도 포착된다. 한국부동산원의 ‘규모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통계를 보면, 5월 현재 서울 지역 아파트 중 전용면적 135㎡ 초과 대형의 매매가격 지수는 101.3으로 가장 높았고 전용 40~60㎡는 91.5로 가장 낮았다. 이 지수는 아파트시장 과열기였던 2021년 6월(100)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대형 또는 고가 아파트 매맷값이 상대적으로 전고점에 빠르게 다다른 반면 소형은 회복세가 더딘 상황을 말해준다.
부동산업계에선 최근 주택시장의 다중 양극화 현상은 정부 정책과 시장 여건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정부의 2년 연속 주택 공시가격 동결(2021년 수준 현실화율 적용)을 통한 보유세 인하, 올해로 3년째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유예, 최근 종합부동산세 폐지 움직임 등은 일부 중산층과 고소득 계층이 지금이야말로 주택 갈아타기나 추가 매입에 나설 적절한 시점이라고 판단할 유인을 제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금융당국이 2단계 스트레스 디에스알(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을 7월에서 9월로 연기하는 등 대출 규제 정책이 후퇴한 점도 불안 요인이다. 여기에다 지난 5월 정부가 공공주택 사전청약을 전격 폐지하기로 하면서 향후 주택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실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도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부동산학과)는 “지금처럼 민간의 주택 공급이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는 정부가 나서 공공주택 공급을 늘리면서 시장 불안을 잠재워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이를 실행할 컨트롤타워도 보이지 않고 주무부처의 강력한 메시지도 없는 실정”이라며 “내년까지 서울지역 아파트 입주 물량이 최근 3년 평균치를 상회한다는 수치만을 근거로 시장 상황을 낙관해선 안 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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