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류희림 민원 사주’ 눈감고 제보자만 캐는 권익위, 왜 있는가
국민권익위원회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의 ‘심의 민원 사주’ 의혹과 관련해 판단을 내리지 않고 방심위로 사건을 돌려보내기로 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류희림 위원장이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관련 뉴스타파 녹취파일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을 심의해 달라는 민원을 자신의 가족과 지인이 낸 사실을 알고도 심의에 임했다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다. 하지만 권익위는 ‘몰랐다’는 류 위원장과 ‘알았다’는 제보자 진술이 엇갈려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익위는 제보자에 대해서는 류 위원장 가족 등의 신원 정보가 노출되도록 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권익위 결정은 류 위원장이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의혹을 부인해 자신들은 판단하기 어려우니 방심위가 알아서 조치하라는 것이다. 의혹의 당사자가 기관장으로 있는 기관이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뻔하다. 권익위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결국 류 위원장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법 집행기관이 의혹 당사자가 부인한다는 이유로 판단을 포기하는 것은 책임 방기이다. 피의자가 순순히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때마다 판단하지 않고 넘어갈 것인가. 이번 사안은 당사자 진술 말고도 사건을 둘러싼 정황 증거들을 통해 류 위원장이 진실을 말하는지 충분히 알아낼 만했다. 류 위원장은 지난해 9월14일 ‘위원장 친·인척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이해충돌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의 내부 보고서를 못 봤다고 주장하지만, 방심위 직원들의 메신저 대화엔 이 보고서가 그에게 전달됐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류 위원장이 보고서를 받아보고는 ‘잘 집어냈다’고 칭찬했다는 전언도 공개됐다. 그가 가족 등에게 민원을 제기해달라고 사주했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이 사실을 알고 해당 심의에 참여했을 개연성은 커 보인다. 권익위가 강제조사권이 없어 혐의를 확정하기 어려웠다면 수사기관에 이첩하는 게 맞다.
하지만 권익위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도리어 이 문제를 제기한 제보자를 개인정보 노출을 이유로 수사 의뢰했다. 신고자 보호는 내팽개치고 정작 판단해야 할 공직자의 법 위반 사건 자체는 판단하지 않다니, 이래놓고 국민 권익을 보호하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나.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에 대해 터무니없는 이유를 들어 부정청탁방지법 위반 면죄부를 준 데 이어 권익위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사례가 또 하나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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