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발표] "책임은 홍명보 감독 본인의 몫"…대인배 울산, 아름다운 이별 당부했다

김건일 기자 2024. 7. 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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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리그1 울산 HD는 \"홍명보 감독이 국가대표팀으로 간다. 우리 구단이 보내주는 것이다. 우리 구단이 리그를 가볍게 보거나 구단의 목표와 팬의 염원을 가볍게 생각해서가 아니다. 우리 구단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홍명보 감독과 작별을 공식화 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갑작스럽게 감독을 잃은 울산이지만 방침은 아름다운 이별이다.

울산은 9일 김광국 대표이사 명의로 성명서를 내고 울산 HD 팬들을 향해 홍명보 감독과 관련한 구단 뜻을 밝혔다.

울산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고 이해를 구하자는 차원에서 글을 올린다"며 "홍명보 감독이 떠난다. 많은 팬이 속상해 하는 감정을 존중한다. 우리 팬들의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것과 거의 똑같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홍명보 감독이 국가대표팀으로 간다. 우리 구단이 보내주는 것이다. 우리 구단이 리그를 가볍게 보거나 구단의 목표와 팬의 염원을 가볍게 생각해서가 아니다. 우리 구단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최종 결정과 책임은 홍명보 감독 본인의 몫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며 "떠나야 할 시점이 도래했고, 새로운 도전과 목표에 마음이 움직인 상대는 보내주어야 한다. 멋지게 보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홍명보 감독이 꽃길만 걸을 수도 있고,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 행복한 순간에도, 어려운 상황에도 그때마다 우리 구단과 팬들을 생각하면서 멋진 날을 돌이켜 보게 하는 게 더 멋진 일이 아닐까 한다"고 가능한 아름다운 이별을 당부했다.

▲ 홍명보 감독. 순식간에 마음을 바꿔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다. 시즌 도중 사령탑을 잃은 울산 팬들은 허탈감을 느낀다 ⓒ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는 5개월 동안 공석이던 A대표팀의 수장으로 홍명보 감독을 내정하고 8일 발표했다. 홍명보 감독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은 이어 2027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 계약을 보장받았다.

정해성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물러나고 대표팀 감독 선임을 주도해 온 이임생 이사는 "홍명보 감독님 자택에서 직접 만나 대표팀을 이끌어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어려운 결정을 내려준 울산 구단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K리그와 울산 팬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이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고개숙였다.

'왜 홍명보 감독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파울루 벤투 감독님 때부터 빌드업으로 기회를 창출하려고 애쓰고 있다. 수비에서 롱볼을 사용해 경쟁을 유도하는 축구를 지향하지 않는다"며 "울산의 축구를 보면 빌드업에서 K리그 1위를 하고 있다. 기회 창출도 1위다. 중원에서 만들어가는 축구도 한다. 대표 선수들이 해오던 스타일을 어떻게 끌어올려서 월드컵에 나가느냐를 고민했다"라고 이유를 나열했다.

▲ 홍명보 울산 HD 감독. 이제 한국 남자축구 대표팀 감독으로 간다. 갑작스럽게 마음을 바꿨다. 울산 팬들은 배신감을 느낀다 ⓒ 연합뉴스

그러나 우승에 도전하는 가장 중요한 시점에 K리그 현직 감독을 빼가는 축구협회 행동에 강한 비판이 따른다. 홍명보 감독 역시 계약기간을 준수하지 않는 무책임한 판단으로 울산 팬들에게 상당한 실망감을 안겼다.

홍 감독은 울산과 계약 기간을 2년 남겨둔 상황에서 자리를 옮기게 됐다. 국가대표 감독 선임 규정 제12조(감독 코치 등 선임) ②항은 협회는 '제1항(각급 대표팀 감독, 코치 및 트레이너 등은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기준'에 따라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또는 기술발전위원회의 추천으로 이사회가 선임한다)에 선임된 자가 구단에 속해 있을 경우 당해 구단의 장에게 이를 통보하고 소속 구단의 장은 특별한 사요가 없는 한 이에 응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울산으로선 홍 감독을 잡을 수도 없었던 상황이다.

김광국 울산HD 대표이사는 "갑자기 얘기가 나온 건 아니다. 홍명보 감독이 울산에 소속이 돼 있고 하다 보니까 구단과 다 교감하면서, 대한민국 축구 발전이나 K리그 발전이나 두루 생각하면서 결정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 울산 HD 홍명보 감독이 10년 만에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다시 잡아 태극전사들을 이끌게 됐다. ⓒ연합뉴스

그러나 성난 울산 구단 팬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축구협회의 결정은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염원을 무시한 선택이며 다시금 큰 상처를 입힌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러한 비극적인 선택의 결말은 실패할 것임이 자명한 사실이다. 역설적인 결과를 거둔다고 해도 그것은 축구협회의 공이 아닌 울산을 포함한 K리그 팬들의 일방적인 희생의 대가로 만들어낸 결과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지난 2013년 6월 최강이 전 감독 후임으로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 후 비판 여론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이후 축구협회 전무이사를 거쳐 지난 2021년 울산HD 감독으로 선임됐고 울산에서 K리그 2연속 우승을 달성하며 지도자로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울산은 "내년도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서도 멋지고 치열한 경쟁력으로 팬들이 자랑스러워할 빛나는 시간을 준비하겠습니다"라고 약속한 김 대표는 "홍 감독과의 이별도 멋지게 해주시길 부탁합니다"고 성명문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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