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승리' 울산 "우리가 홍명보 보내주는 것, 떠나야 할 시점이었어"→팬들은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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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이 한창인데 선장을 잃었다.
"홍 감독과의 이별도 멋지게 해주시길 부탁한다.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가 사랑했던 설영우, 마틴 선수를 보낸 것처럼 절실한 심정으로 응원하며 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팬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우리 구단의 존재 이유다. 울산의 팬이어서 행복하게 해드리겠다. 이 어려운 상황을 구단과 한마음으로 같이 극복하고 나아갔으면 한다"고 입장문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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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맹봉주 기자] 시즌이 한창인데 선장을 잃었다. 구단과 팬들이 느끼는 온도 차가 크다.
울산 HD 홍명보 감독이 축구 대표팀 지휘봉을 잡는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일 5개월 동안 공석이던 대표팀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은 물론 2027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 계약을 맺었다. 연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국인 감독 못지않은 국내 최고 수준으로 알려졌다.
울산 팬들은 배신감을 느꼈다. 대표팀 감독 선임 발표 직전까지도 홍명보 감독은 여러 차례 인터뷰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대표팀 감독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뉘앙스가 강했다. 계속해서 자신이 대표팀 감독으로 언급되는 것에 대해 불쾌한 감정까지 표출했다.
당연히 울산 팬들은 안심했다. 현재 울산은 치열한 선두 다툼 중이다. 김천 상무에 승점 1점 뒤진 2위다. 앞으로 1경기, 1경기가 중요한 상황. 홍명보 감독이 갑작스레 마음을 바꿀 거라 예상 못했다.
K리그 3연패 달성 유무와 클럽월드컵을 앞두고 선수단은 동요될 수밖에 없다. 현재 울산 전력을 구축한 인물이 홍명보 감독이다. 새 감독이 온다면 원하는 색채를 입히는데 시간이 상당 부분 걸릴 전망이다.
울산 서포터즈 '처용전사'는 8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성명서를 냈다. "축구협회의 결정은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염원을 무시한 선택이며 다시금 큰 상처를 입힌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러한 비극적인 선택의 결말은 실패할 것임이 자명한 사실이다. 역설적인 결과를 거둔다고 해도 그것은 축구협회의 공이 아닌 울산을 포함한 K리그 팬들의 일방적인 희생의 대가로 만들어낸 결과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루 뒤 울산 구단도 공식 입장을 내놨다. 팬들이 느끼는 온도와 전혀 달랐다.
"충분히 팬들의 감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우리 구단이 보내주는 거다. 리그를 가볍게 보거나 구단의 목표와 팬의 염원을 가볍게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니다. 우리 구단만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이어 "홍 감독은 우리가 보내는 거다. 떠나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 새로운 도전과 목표에 마음이 움직인 상대는 보내주어야 한다. 멋지게 보냈으면 한다"고 오히려 팬들에게 홍명보 감독과 아름다운 작별을 강요했다.
홍명보 감독 후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우리는 새로운 훌륭한 감독 모셔와서 행복하게 잘 살 거다. 그 감독도 강력한 구단과 멋진 팬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더욱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며 "홍명보 감독 후임에 대한 작업을 열심히 진지하게 하고 있다. 구단을 믿고 기다려달라. 우리의 목표인 리그 3연패도 흔들림 없이 달성할 거다"고 밝혔다.
끝으로 다시 한 번 홍명보 감독과 이별을 멋지게 하자고 강조했다. "홍 감독과의 이별도 멋지게 해주시길 부탁한다.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가 사랑했던 설영우, 마틴 선수를 보낸 것처럼 절실한 심정으로 응원하며 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팬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우리 구단의 존재 이유다. 울산의 팬이어서 행복하게 해드리겠다. 이 어려운 상황을 구단과 한마음으로 같이 극복하고 나아갔으면 한다"고 입장문을 마쳤다.
<다음은 울산 입장문 전문이다>
울산 HD 팬 여러분, 홍명보 감독 관련 말씀을 드립니다.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고 이해를 구하자는 차원에서 글을 올립니다. 홍명보 감독이 떠납니다. 많은 팬분들이 속상해합니다. 또한 약속을 어겼다며, 거짓말을 했다며, 존중받지 못했다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충분히 충분히 팬들의 감정을 존중합니다.
우리 팬분들의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것과 거의 똑같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했던 사람이, "평생 나를 사랑한다고 해놓고, 나를 떠나간다고? 거짓말쟁이! 나를 사랑한다고 했잖아, 나한테 약속했잖아, 저 딴 애보다 내가 훨씬 멋있다고 했잖아" 이런 감정 말입니다.
홍 감독은 국대로 갑니다. 우리 구단이 보내주는 겁니다. 홍 감독에게도 혹시나 국대 감독 선정에 실패하고 최선이 홍 감독이라며 요청을 해온다면 도와줘야 한다는 메시지는 수시로 전달되었습니다.
우리 구단이 리그를 가볍게 보거나 구단의 목표와 팬의 염원을 가볍게 생각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 구단만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최종 결정과 책임은 홍명보 감독 본인의 몫이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홍명보 감독은 우리 구단에 2개의 별을 달아준 감독입니다. 자식을 둘이나 낳고 3년 반이나 사랑했던 사람을 어떻게 보내주는 게 좋을까요?
사랑하던 사람과의 헤어짐에는 일방적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하던 사람이 떠난다고 했을 때, 평생을 사랑하겠다고 했던 둘의 맹세를 떠올리며 배신감에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홍 감독은 우리가 보내는 겁니다. 떠나야 할 시점이 도래했고, 새로운 도전과 목표에 마음이 움직인 상대는 보내주어야 합니다. 멋지게 보냈으면 합니다.
홍 감독이 꽃길만 걸을 수도 있고,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행복한 순간에도, 어려운 상황에도 그때마다 우리 구단과 팬들을 생각하면서 우리의 멋진 날을 돌이켜 보게 하는 게 더 멋진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새로운 훌륭한 감독 모셔와서 행복하게 잘 살 겁니다. 처음에 홍감독에 대해서도 일부 미흡한 마음을 느끼셨던 분들도 있는 것처럼, 처음엔 미흡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 감독도 강력한 구단과 멋진 팬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더욱더 성장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홍명보 감독 후임 감독에 대한 작업을 열심히 진지하게 하고 있습니다. 구단을 믿고 기다려 주십시오.
우리는 우리의 목표인 리그 3연패도 흔들림 없이 달성합니다.
내년도 클럽월드컵에서도 멋지고 치열한 경기력으로 세계 최고의 클럽팀들 사이에서도 팬들이 움츠러들지 않고 자랑스러워할 빛나는 시간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리고 홍 감독과의 이별도 멋지게 해주시길 부탁합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가 사랑했던 설영우, 마틴 선수를 보낸 것처럼 절실한 심정으로 응원하며 보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팬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우리 구단의 존재 이유입니다. 울산의 팬이어서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이 어려운 상황을 구단과 한마음으로 같이 극복하고 나아갔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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