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되면서 나만의 색 뚜렷…음악과 관계 지금 가장 좋아"

최다은 2024. 7. 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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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36)는 2014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을 끝으로 콩쿠르와 작별을 고했다.

조진주는 "리듬, 화성 등 여러 정형화한 틀이 깨지기 시작한 20세기 음악과 잘 맞는 편"이라며 "화성 변화, 영화음악적 색채 등을 생각하며 연주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조진주는 "지금보다 음악가로서 만족스러운 시기는 없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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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콩쿠르와 작별하고 홀로서기
10년 만에 독보적인 연주자로
"정원 가꾸듯 음악과 관계 맺어"
9월부터는 비넨 음대 종신교수
10일 한경arte필하모닉 협연
최수열 지휘로 코른골트 연주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가 지난 8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한경아르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리허설하고 있다. 임형택 기자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36)는 2014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을 끝으로 콩쿠르와 작별을 고했다. 평가와 경쟁에만 매몰되는 환경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였다. 자신만의 길을 걷겠다던 조진주가 마침내 독보적인 프로 연주가로 자리를 잡았다. 연주회에서 드레스 바지를 입기도 했고 밝은 탈색 머리를 하기도 하면서 ‘튄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색다른 해석과 사운드를 선보이며 색이 뚜렷한 연주자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노스웨스턴대 비넨음대의 종신교수로 임용되는 경사를 맞기도 했다.

1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한경아르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앞둔 조진주를 만났다. 그는 최수열의 지휘로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선보인다. 20세기 주요 작곡가 가운데 한 명인 코른골트는 할리우드에서 영화음악 작곡가로도 활동한 인물이다.

조진주는 “리듬, 화성 등 여러 정형화한 틀이 깨지기 시작한 20세기 음악과 잘 맞는 편”이라며 “화성 변화, 영화음악적 색채 등을 생각하며 연주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른골트 작품은 난해해요. 화성 변화가 급진적이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며 전체적인 흐름을 이루죠. 이런 진행을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할지 고민을 많이 해요. 영화음악 작곡가인 만큼 할리우드 느낌과 톤을 반짝거리게 살리는 게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지휘를 맡은 최수열과는 여러 차례 손을 맞춘 음악적 파트너다. 2022년에는 최수열은 물론 한경아르떼필과도 함께 무대를 꾸민 적이 있다. 조진주는 “(최수열은) 호흡이 제일 잘 맞는 지휘자 중 한 명”이라며 “협연 지휘에 독보적인 분이라 협연자를 실내악 하듯 편하게 해주는 지휘자”라고 말했다.

교육에 대한 열정도 조진주의 음악 인생에서 주요한 부분이다. 오는 9월부터 노스웨스턴대 비넨음대에서 일하는 그는 “음악가에게 안정적인 직업은 의미가 있다”며 “직장과 직함이 생긴 덕분에 음악적, 경제적으로도 매우 든든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부터 미국 클리블랜드와 오벌린음대 등에서 겸임교수로 일했고, 캐나다 맥길대 부교수로도 있었다. 조진주는 “교수라는 직업과 잘 맞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예전부터 가르치는 일이 즐겁더라고요. 교수라는 직업 때문에 연주 기회가 더 많이 오기도 해요. 경제적인 안정이 있으니 (개런티를) 신경 쓰지 않고 공격적으로 연주할 수 있기도 하고요. 연주자가 오직 연주에만 골몰해야 한다는 건 예전 모델이라고 생각해요. 심지어 자닌 얀선도 티칭하는 걸요!(웃음)”

마지막 국제콩쿠르 우승 이후 10여 년은 어떤 시간이었을까. 콩쿠르 우승자라는 타이틀에 갇히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 했다. “1위라는 게 중압감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다수에게 어필할 수 있는 모난 데 없는 연주를 해서 상당히 긍정적인 보상을 얻은 거잖아요. 그러니 이걸 벗어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에 갇히기 쉬워요. 저는 교습하면서 생각이 많이 열렸고, 시간이 지나 30대가 되면서 점점 (그런 걸) 하나씩 놓게 되더군요.”

30대 중반에 접어든 조진주는 “지금보다 음악가로서 만족스러운 시기는 없었다”고 했다. 콩쿠르를 우승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클래식 음악가의 의미란 무엇인지 고민한 10대와 20대를 거쳐 지금은 어떤 시기보다 음악과 사이가 좋은 상태라고. 그동안 정원을 가꾸듯, 음악과의 관계를 좋은 쪽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예술적으로 영감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관객으로 공연장을 찾는 것, 음악제를 만들어 좋아하는 음악가들에게 장을 만들어준다는 것, 이런 환경이 제가 음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해준다”고 했다. “좋은 환경을 직접 가꿔온 것에 성취감을 느껴요. 이런 환경이 만들어지니 제가 관심 있는 것을 더 깊게 파는 데 집중할 수 있죠.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만족스러운 시기예요.”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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