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원안위원에 극우 성향 변호사... 수명연장 심사 앞두고 중립성 논란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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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성향 인터넷 매체를 운영하며 탈원전 취소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비상임위원으로 위촉됐다.
한병섭 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장은 "김 변호사는 과거 극우 발언으로 많은 논란이 된 인물"이라며 "노후 원전 수명연장 심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원안위가 정부의 거수기 역할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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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탈원전 취소소송, 세월호 특조위 사퇴
야당 추천몫, 탈핵운동가 출신 전 의원 유력
정치적 극한 대립에 원안위 역할 마비 우려
극우 성향 인터넷 매체를 운영하며 탈원전 취소 소송을 대리한 변호사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비상임위원으로 위촉됐다. 최근 공석이었던 비상임위원 두 자리 중 하나가 채워졌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특히 노후 원전의 계속운전 심사를 줄줄이 앞두고 원안위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에서 정부가 굳이 과거 논란이 됐던 극우 인사를 위촉한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안위는 9일 정부 추천 비상임위원으로 법률사무소 이세(利世)의 김기수 변호사(사법시험 39회)를 위촉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원자력정책연대 사무총장 출신으로, 2018년 이 단체가 제기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 취소 행정소송’의 법률대리인을 맡으며 탈원전 정책 반대에 적극 나섰다. 해당 소송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신규 원전 6기 건설 계획 백지화 △노후 원전 10기 수명연장 중단 등의 결정을 제8차 전기본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문제 제기로, 서울행정법원은 이에 대해 2020년 각하 결정을 내렸다.
김 변호사는 정치적으로 극우 성향이 뚜렷하다. 그는 2019년 말 자유한국당 추천으로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비상임위원으로 임명됐다가 세월호 유가족들의 반대로 자진 사퇴했다. 그가 운영한 인터넷 매체에서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하고,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등의 내용을 보도해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김 위원의 위촉을 둘러싸고 원안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병섭 원자력안전방재연구소장은 “김 변호사는 과거 극우 발언으로 많은 논란이 된 인물”이라며 “노후 원전 수명연장 심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원안위가 정부의 거수기 역할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전 원안위 위원은 "원전 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이해하는 선에서 안전 심사에 일조할 수 있는 인사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로써 원안위의 구성은 정부 및 여당 쪽으로 확연히 기울어지게 됐다. 원안위는 상임위원 2명(위원장·사무처장)과 비상임위원 7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3명은 정부 몫으로 위원장이 제청하며, 4명은 국회에서 추천한다. 현재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와 김균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위촉연구원이 여당 추천 위원으로 위촉돼 있고, 지난달 환경운동연합 출신 하정구 전 위원이 임기를 마치면서 박천홍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이 홀로 야당 추천 위원으로 남아 있다.
남은 국회 추천 위원 한 자리를 채우는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야당이 탈핵운동가 출신 양이원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추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원자력계를 중심으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다.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인 최성민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자력 안전규제와 탈원전은 기본 전제가 다르기 때문에 독립적인 인사가 위촉되지 않는다면 원안위 역할은 마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에 이어 양 전 의원까지 위촉된다면 친원전과 탈원전의 극단적인 대립 속에 원안위 회의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겠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정치적 성향이 원안위원의 결격사유로 규정돼 있는 건 아니지만, 중립적·독립적으로 내실 있는 논의에 집중하기보다 정치적 입지를 고려한 일방적인 판단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원전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 시각이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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