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의 붐' 누가 만들었나요?...정식 사령탑 '5개월 공석'→홍명보 감독 선임으로 '최악 행보'
[포포투=오종헌]
"현재 한국 축구 붐이다. A매치도 매진이고 대표팀 유니폼도 대란이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KFA) 회장은 최근 한국 축구에 대해 긍정적으로 발언했다. 팬들의 관심도가 매우 높은 건 사실이지만, 최근 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높은 관심과 함께 팬들의 분노와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KFA는 지난 7일 "축구대표팀 차기 감독에 홍명보 현 울산 HD 감독을 내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8일 이와 관련한 브리핑을 진행한다고 알렸다.
한국은 지난 2월 중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다. 부임 초기부터 잦은 외유로 논란이 일었던 그는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아쉬운 경기력을 보여분 끝에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은 1년 만에 떠났다.
3월 A매치 전까지 정식 사령탑을 선임하는 건 쉽지 않았다. 시간적인 문제로 임시 감독 체제로 결정됐고, 황선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태국과 홈, 어웨이 2연전을 치른 한국은 먼저 안방에서 1-1로 비기며 아쉬움을 삼켰다. 손흥민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지만 후반 들어 태국에 동점골을 내줬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은 올림픽 축구대표팀을 지휘하고 있었다. 대표팀을 맡으면서 한 달 동안 자리를 비우게 됐다. 그리고 올림픽 예선에서는 8강에서 인도네시아에 패하며 탈락하고 말았다. 대표팀 임시 사령탑을 맡았기 때문에 올림픽 진출이 실패했다고 볼 수 없지만 중요한 시기에 올림픽 대표팀에 전념하기 어려웠다.
이후 전력강화위원회는 다시 정식 감독 선임 작업을 시작했다. 다양한 후보들이 다시 거론됐다. 그러나 6월 A매치가 다 되도록 협상은 여의치 않았다. 제시 마치 등 구체적인 이름들이 거론됐지만 모두 무산됐고, 6월에도 임시 감독 체제로 진행됐다.
이번에는 김도훈 감독이 임무를 맡았다. 결과는 좋았다. 김도훈 임시 감독 체제로 싱가포르 원정에서 7-0 대승을 거뒀고, 중국마저 잡아내면서 여유롭게 2차 예선을 통과했다. 9월 A매치 기간에는 아시아 3차 예선이 곧바로 시작되기 때문에 이제 한국은 무조건 정식 사령탑을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이 떠나는 등 제대로 된 선임 절차가 진행되기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임생 기술 이사가 그를 대신해 외국인 지도자 면접을 위해 유럽 출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종 선택은 홍명보 감독이었다. 계약 기간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이후 2027년 1월 예정된 아시안컵까지다.
후폭풍은 거셌다. 울산 팬들과 K리그를 응원하는 축구 팬들은 분노했다. 울산은 현재 K리그1 2위에 올라있다. '선두' 김천 상무와는 승점 1점 차. 리그 3연패를 노리는 가운데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으며 코리아컵과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모든 대회에서 트로피를 노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수장이 떠나게 됐다. 울산 공식 서포터즈인 '처용 전사'는 공식채널을 통해 "처용전사는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한국 축구가 나아갈 정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납득 가능한 원칙과 기준을 가지고 차기 대표팀 감독을 선임할 것을 KFA에 요구해 왔다. 그것이 한국 축구가 당면한 위기 속에서 협회에 만연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축구 팬들의 요구임을 대변하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KFA는 이러한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그 어떤 해결 방법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표류하다 결국 다시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했다. KFA의 결정은 이러한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염원을 무시한 선택이며, 우리는 축구 팬들에게 다시금 큰 상처를 입힌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KFA의 이러한 비극적인 선택의 결말은 실패할 것임이 자명한 사실이며, 역설적인 결과를 거둔다고 해도 그것은 협회의 공이 아닌 울산HD를 포함한 K리그 팬들의 일방적인 희생의 댓가로 만들어 낸 결과임을 잊지 않길 바라는 바이다"고 했다.
하지만 그 상황 속에서 KFA 수장은 '한국 축구의 붐'을 언급했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 5일 충남 천안종합축구센터에서 열린 '2024 KFA 한마음 축구대회'에 참석해 "현재 한국 축구 붐이다. A매치도 매진이고 대표팀 유니폼도 대란이다. 많은 팬들을 수용하는 문제 때문에 수도권을 벗어나 A매치를 치르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해 "누구를 뽑아도 여론은 45%-55%로 나뉠 것이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데려와도 쉽지 않을 것이다. 누가 하든 반대하는 쪽이 55%일 확률이 높다. 45%의 긍정적인 여론이라면 그건성공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축구에 대한 관심이 대단한 건 맞다. 명실상부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른 손흥민을 비롯해 김민재, 이강인, 황희찬, 황인범, 이재성, 조규성, 백승호 등 대표팀 핵심 자원들이 모두 유럽 빅클럽과 중소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또한 배준호를 포함해 새로운 신예들이 등장하고 있다.
팬들은 선수들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는다. A매치 기간이면 구름 관중이 몰리고 관중석 매진 사례도 계속해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인기와 별개로 아시안컵 준결승 탈락,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연이은 정식 사령탑 선임 난항 등 결과적인 문제와 행정적인 문제는 성공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종헌 기자 ojong123@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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