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한은 마통' 남용 논란…이창용 "재정비용 감소에 도움"(종합)

장영은 2024. 7. 9.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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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국회 업무보고서 일시대출 급증 지적 잇따라
野 "상반기 일시차입금 최대" "일시대출 상설 운영 문제"
한은 총재 정부와 매주 협의…기조적으로 쓰이지 않도록"
기준금리 결정 이틀 앞두고 관련 언급은 극도로 자제
한은 총재 "전반적 디스인플레 추세 이어질 것"

[이데일리 장영은 하상렬 기자] 국회에서 정부가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한국은행(한은)의 일시 대출 제도, 이른바 ‘한은 마이너스 통장(마통)’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9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 한국은행 업무보고에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정부의 일시 대출 남용 지적에 경제 전반적인 재정 비용 감소에는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정부, 올해 상반기에만 한은서 91.6조 빌려…“정부 재정운용 문제”

이 총재는 정부가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한은 일시 대출 제도를 이용해 올해 상반기에만 총 91조60000억원을 빌렸다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비판에 “정부가 한은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하는 것이 국민 경제 전체적으로 재정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년 의원은 “올해 4월까지 누적 관리재정수지가 마이너스 64조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라며. “그러니 (정부가) 자꾸 마이너스 통장에다 손을 댄다. 작년 117조 6000억원, 올해 상반기 일시차입금이 벌써 91조 6000억원이다. 이는 최대 규모”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한은에서 일시 대출을 받은 누계 금액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재정 적자가 심했던 2020년보다 크다며, “세수 결손에 대한 대책 없이 감세정책을 남발하면서 재정정책이 흔들린 것 아닌가 하는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부의 재정 운용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은 일시 대출 제도를 마치 상설적인 것처럼 이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부 입장에선 금융시장에 발행하는 재정증권은 최단기 만기가 63일물로 많은 시간이 걸리고 이자가 비싸기 때문에 일시 대출을 선호한다.

이 총재는 일시 대출 조건을 준수하기 위해 정부측과 매주 사전 협의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일시 차입금 평균 잔액이 재정증권 평균 잔액을 상회하지 않도록 확인하고 있다”며 “(일시 차입이) 기조적인 방향으로 가지 않고 재정증권 평균잔액을 상회하지 않고 63일(재정증권 만기) 이전에 환수될 수 있도록 정부측과 사전에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일시 대출이 말 그대로 일시적인 단기적인 대출이기는 하지만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기 때문에 최소한 이론적으로는 물가안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일시 대출 증가는 정부보다는 한은이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나라 중에 중앙은행이 정부에 대출해 주는 나라는 거의 없다”면서 “한은이 조금 더 단호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싶다”고도 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디스인플레 추세 전망하지만 물가 안정 판단엔 신중

이날 한은 업무보고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정책회의(금통위)를 이틀 앞두고 열린 만큼 관련 질문도 쏟아졌다. 다만, 금통위 일주일 전부터 회의 당일까지는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언급해선 안 되는 ‘묵언기간’이기 때문에 이 총재는 통화정책 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언급은 극도로 자제했다.

이 총재는 이날 업무보고 모두 발언에서 “유가 상승 등에 따라 (물가) 둔화 흐름이 일시 주춤할 수 있겠지만, 전반적인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둔화)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후 나온 관련 질문에는 확실한 물가 안정 기조가 확인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최근 발표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 데이터를 놓고 금통위원들과 그 의미를 논의할 예정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앞서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3.84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4% 올랐다. 석 달 연속 둔화세이며 작년 7월(2.4%) 이후 11개월 만의 최저치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룰은 2.2%로 전달과 같았다.

한편, 이 총재는 이날 외환보유액이 석 달 연속 감소하고 있다는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는 “우리나라 외환보유고가 충분한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올해도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졌을 때 적절한 수준에서 외환보유액을 사용했다”고 답했다.

장영은 (bluera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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