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종욱 "25만원 위한 추경? 오히려 재정준칙 법제화할 때"
"미래 세대 위한 정책 만들어야"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국가 재정의 회복 탄력성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전국민 25만원 지급을 위해 추경을 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재정 준칙을 법제화해 곳간을 지켜야 할 시기입니다."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경남 창원 진해·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2대 국회에서 국가 재정을 지킬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 국고 자금·국유 자산 관리 등을 전담하고, 조달청장을 지낸 그는 재정 전문가다. 22대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에 첫 입성했다.
이 의원은 최근 야당 주도로 논의되고 있는 '전국민 25만원 지급안'과 이를 위한 추경 편성 요건을 완화하자는 주장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기재부 출신 안도걸 의원은 이달 초 추경 편성 요건을 완화, '양극화 해소와 취약 계층의 생계 안정을 위해 재정 지출이 시급한 경우'를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한두해 지출이 커지는 일은 어쩔 수 없지만, 회복 탄력성이 있는 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며 "국가 재정을 바로 세우는 것도 할 수 있는 타이밍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추경의 기본 원칙은 '특수한 경우에만 하자'는 것인데 이를 흔들면 재정 투입이 상시화될 수 있다"며 "정치적 압박을 쉽게 받아 건전 재정을 지키는데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으로서 향후 재정 준칙 법제화와 민생에 영향을 주는 세제 개편에 힘을 싣겠다는 게 이 의원의 계획이다. 그는 "미래 세대를 생각하는 정책을 만들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미래 과제를 발굴하는 게 국회가 할 역할"이라며 "민생 현장을 자주 찾아 국민과 국회의 괴리를 줄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 의원과의 1문 1답.
▶국회에 입성한지 한달 여가 지났는데 소회는
"전국에서 가장 가장 적은 표 차이로 당선됐다. 기재부 시절 국회를 자주 오갔기 때문에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입성을 하고 보니 의석수 차이 때문에 모든 게 쉽지 않다. 민주당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원 구성을 하는데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앞으로 4년간 이런 상황이 반복될 것 같다. 소수여당으로서 수적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정책과 실력으로 경쟁해서 성과를 내는 길밖에는 없다고 본다."
▶최근 국가 재정에 대한 우려가 큰데, 재정 전문가로서 생각은
"기재부에서 국가 채무를 주로 다뤘다. 현재 재정여건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문재인 정부 이전에는 재정 여유가 있었고, 국가 채무 수준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양호한 수준이었다. 한두해 정도 지출이 늘어도 원상 복구가 가능했다. 문 정부를 거치며 그런 회복 탄력성이 떨어졌다. 현금성 지출인 사회 보호 지출 비중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매년 관리 재정수지에서 적자를 3% 내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3% 룰'도 깨진지 오래다. 윤석열 정부에서 일부 예산을 삭감해 적자 폭을 줄였음에도 3.6% 수준이다. 현금성 복지 지출을 한번 늘려 놓으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감당가능한 수준의 재정 상황인지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타이밍이다. 재정 준칙을 법제화해야 하는 이유다."
▶민주당에선 추경 요건을 완화하는 법안을 최근 발의했는데
"이재명 대표의 1호 공약이었기 때문에 부수 법안으로 추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통과가 된다면 재정에 크게 부담이 될 것이다. 추경의 기본 요건은 '특수한 상황에만 한다'는 건데 그걸 피해갈 수 있는 일반 조항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압박을 받게 되면 추경을 상시화할 수 밖에 없고, 건전 재정을 지키는데 부담이 될 것이다."
▶재정 준칙을 법제화해야 하는 이유는
"미래 세대냐, 지금 세대냐의 문제다. 개인도 빚을 내서 쓰면 좋지만 뒤돌아서면 다음달부터 원금 이자 부담이 온다. 마찬가지로 현 세대가 재정 혜택을 보면서 미래 세대 보고 갚으라고 하는 일이다. 돈이 풀리는 만큼 물가와 통화량은 물론이고 국가 신인도에도 영향을 준다. 큰 틀에서는 개인에게도 피해를 주는 일이다. 우리나라가 1997년 IMF 위기를 극복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가 재정이 탄탄해서였다. 그런 무기를 잃게 된다면 나중에 나라가 정말 어려워졌을 때 쓸 수 있는 무기를 잃는 것이다."
▶22대 국회에서 상속세 등 세제 개편에 대한 기대가 큰데
*상속세라고 하면 과거에는 부자들만의 문제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과거의 기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실질적 부담을 느끼는 문제가 됐다. 문제는 높은 상속세가 오히려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강남의 부자들은 자녀가 어릴 때부터 상속 문제를 준비를 하는 반면, 대비할 줄도 몰라 나중에 세금 폭탄 맞는 사람들도 허다하다. 다른 OECD 국가들에 맞춰 상속세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종부세도 장기적으로는 재산세로 통합하는 방안이 맞다."
▶그외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정책 분야는
*국가 자살율을 어떻게 하면 내릴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경제 수준은 높아졌는데, 국민들의 행복도는 상응해서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자살율을 국가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노인 빈곤율도 OECD 2위인데, 삶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사회 안전판을 마련해야 한다. 민주당처럼 꼭 현금 복지를 할 필요는 없다. 사회적으로 돌봄 시스템을 마련하고, 심리적으로 돕는 수단 등을 검토하겠다."
▶지역구를 위한 정책 구상은
"진해는 해군 도시였는데, 도시 기능 자체가 많이 바뀌고 있다. 진해 신항과 첨단연구단지를 신성장동력으로 키우는게 중요한 시기다. 2022년에서 2040년까지 13조원을 투입해서 세계 3위 항만을 만드는 걸 국책사업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 적극 뒷받침할 것이다. 또 진해가 '벚꽃'으로 유명한 도시인데, 도시 내 일제 근대 문화 유산 등을 활용해 사계절 관광 명소로 탈바꿈하는데 집중할 생각이다."
▶초선 의원으로서 당이 어떤 점을 개혁해야 한다고 보나
"선거를 하면서 느꼈지만 20~50대에는 민주당 지지층이 많다. 기존의 '보수' 개념을 지금 보다 확장할 필요가 있다. 유연하게 적응하며, 지지 기반을 넓혀 나가는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약자와의 동행'을 강화해야 한다. 행정 수단을 정부 여당이 쥐고 있는데,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약자들이 여당이 아닌 민주당에 눈을 돌리는 이유가 있지 않겠나. 약자를 위한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미래 아젠다를 선점하는 노력도 부족한 것 같다. 당 차원에서 좋은 정책을 선점해야 하는데, 새로운 흐름에 빨리 대응하는 게 느린 편이다. 아무래도 보수당이다 보니 전통을 좋아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성향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적극적으로 변해야 하고, 정책 개발 역량도 키워야 한다. 야당에서 파격적인 반도체 법안 내놓는 것을 보면서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좋은 정책을 내놓고, 느리지만 뚜벅뚜벅 가면서 말한 것을 반드시 실천하는 우리 당의 장점을 어필해야 한다."
▶22대 국회, 이것만큼은 했으면
"최근 기재위 상황을 봐도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가려는 경향이 있다. 야당이 주장하는 민생 지원금 이슈 등도 한 이유일 것이다. 국회가 경제 논리 중심으로 생산적인 대화를 해야 한다.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미래를 대비하는 과제를 해결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저출생, 반도체, 탄소 중립 등 이슈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이 민생 현장을 더 많이 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물가 지표와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가 다르다. 가급적 현장을 피부로 느껴 보고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더 많은 대안을 마련하는 국회였으면 한다."
글=정소람/사진=강은구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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