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특검 거부권…대통령실 "정치적 악용" 野 "국민과 전면전"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곽은산 기자(kwak.eunsan@mk.co.kr), 이승윤 기자(seungyoon@mk.co.kr) 2024. 7. 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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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윤석열 정권이 국민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국민의 명령이자 유족의 비원이 담긴 해병대원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폭거를 저지른 것"이라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반헌법적, 반국민적 망동"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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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순방중 재의요구권 행사
전자결재, 박근혜 이후 8년만
법무부 "위헌 가중" 지원사격
민주당 "정권 몰락의 시발점"
130만명 탄핵청원 기세 업고
국민대회·촛불로 여론전 예고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야당 측 위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과 관련한 청문회 개최 안건을 거수로 표결하고 있다. 이날 여당 측 법사위원들은 "해당 청원과 관련한 청문회 개최와 증인 출석 요청은 국회법 법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며 퇴장했다. 김호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 머물고 있는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전자결재 방식으로 재가했다. 지난 5일 채상병 특검 법안이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된 지 나흘 만이며 취임 이후 15번째 재의요구권 행사다. 또 22대 국회 들어 첫 거부권 행사 사례로 기록됐다.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에서 '당론 1호'로 채상병 특검법을 다시 발의했고, 여당의 반대에도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입장문에서 "경찰 수사 결과로 실체적 진실과 책임 소재가 밝혀진 상황에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순직 해병 특검법은 이제 철회돼야 한다"며 "나라의 부름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해병의 안타까운 순직을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악용하는 일도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국외 순방 도중 전자결재를 통해 거부권을 행사한 건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상시청문회법에 대해 쓴 후 8년 만이다. 해당 법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강한 거부감이 적극적 거부권 행사로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 앞서 경찰이 의혹의 중심인물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을 '혐의없음'으로 불송치 통보하면서 거부권 행사의 명분이 커진 배경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재발의된 법안에서 오히려 위헌성이 가중됐다'고 보고 있다. 이번 법안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외압 의혹, 이종섭 전 주호주 대사의 출국 과정 관련 의혹 등도 수사 대상에 새롭게 포함됐다. 특검 추천권 방식도 민주당이 1명, 비교섭단체 합의로 1명을 추천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애초 정부가 지적한 위헌 요소들이 수정·보완되지 않고, 오히려 위헌성이 가중된 법률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의 헌법상 의무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날 "정권 몰락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거세게 반발하면서 국회에서 긴급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어 '통과될 때까지 재발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실력 행사를 예고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기어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국민과의 전면전을 선포했다"고 말했다. 윤 대변인은 "국민께서 총선을 통해, 130만명이 넘는 탄핵 청원을 통해 국민의 이름으로 요구한 것을 (윤 대통령이) 이국만리 외국에서 전자결재로 처리해버렸다"며 "국민께서는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사법 정의를 무너뜨린 윤 대통령을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윤석열 정권이 국민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국민의 명령이자 유족의 비원이 담긴 해병대원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폭거를 저지른 것"이라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반헌법적, 반국민적 망동"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정권 거부권, 국민이 거부한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함께 외쳤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일 예정이다. 민주당은 10일 국회에서 시민단체와 함께 채상병 특검법 수용 촉구대회를 개최한다. 13일엔 광화문광장에서 채상병 특검법 수용 촉구 범국민 대회를, 채 상병 순직 1주기인 19일엔 국회에서 촛불문화제를 연다.

민주당은 이를 통해 채상병 특검법 찬성 여론을 키우고 재표결에서 국민의힘 이탈표를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안정훈 기자 / 곽은산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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