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검사 탄핵 본질은 이재명 재판 늦추기

이재용 기자 2024. 7. 9. 17:5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주, 李 수사 검사 탄핵 추진
검사보다 판사에게 경고 목적
선거법 등 1심 10월 선고 전망
대법, 대선 전 판결 확정해야
[서울경제]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전 대표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자 검찰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일 민주당이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라는 권력자를 수사하고 재판하는 검사를 탄핵해 수사와 재판을 못 하게 만들고 권력자의 형사처벌을 모면하려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는 검사들은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의혹 수사와 대북 송금 의혹 수사를 맡은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도 이들 검사가 실제로 탄핵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제1당인 민주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가결해도 최종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사 탄핵안이 헌재에서 인용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헌재가 검사 탄핵을 결정하려면 실제 검사들의 위법이 있었고, 법 위반이 파면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어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이 주장하는 검사 탄핵 사유는 대부분 언론의 의혹 제기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이들 검사의 탄핵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명백하다. 이 전 대표 사건에 대한 수사와 재판을 최대한 늦춰보려는 의도다.

이 전 대표는 현재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를 비롯해 성남FC 불법 후원금, 위증 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불법 대북 송금 등 7개 사건 11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 교사 사건의 1심 재판이 9월 마무리된다. 이 두 사건의 선고는 이르면 10월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선거법 사건은 이 전 대표가 지난 대선 때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몰랐다는 등 허위 사실을 말했다는 내용이고, 위증 교사 사건은 이 전 대표가 2019년 자신의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출석한 증인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위증 교사 사건의 경우 지난해 9월 이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판사도 이 혐의에 대해서는 “소명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들 사건의 선고는 이 전 대표의 정치생명을 좌우한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거나 위증 교사 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문제는 이들 사건의 대법원 확정판결이 언제 나올지다. 다음 대선은 2027년 3월에 치러진다. 이 전 대표의 선거법 위반과 위증 교사 사건 1심 선고가 10월에 나온다면 이후 다음 대선까지 남은 시간은 약 2년 5개월이다. 이 기간 안에 2심과 대법원 선고가 이뤄질지가 관건이다.

사실 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1심 선고는 진작 나왔어야 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법 사건 1심은 기소 후 6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기소 후 2년여 만에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선거법은 또 선거 관련 재판의 2심과 3심도 각각 3개월 안에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대표를 비롯해 정치인들의 선거 관련 재판에서 이러한 선거법 규정은 사문화된 지 오래다.

민주당과 이 전 대표 측은 다음 대선 전에 법원이 이 전 대표의 형을 확정해 이 전 대표의 대선 출마길이 막히는 상황을 어떡하든 피해볼 심산일 것이다. 민주당이 이 전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을 탄핵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사실상 검사보다는 판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에게 불리한 판결을 할 경우 국회 청문회에 불려나오고 탄핵당할 각오도 해야 한다는 경고다.

이제 공은 사법부로 넘어갔다. 다음 대선 전까지 선거법 위반과 위증 교사 사건 등 이 전 대표의 재판을 마무리 짓는 것은 법원의 몫이다.

앞서 대법원은 2020년 7월 이 전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내려 이 전 대표는 기사회생했고 지난 대선에 나올 수 있었다. 당시 권순일 전 대법관이 판결을 주도하며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차기 대선 유력 주자의 출마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대법원에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사법부는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오직 증거와 법리에 따라 제때 결정을 내리면 된다. 검사 탄핵을 앞세워 민주주의의 핵심인 삼권분립을 부정하는 세력에 이제 법원이 신속한 판결로 답할 차례다.

이재용 기자 jylee@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