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 종결 의결서 첫 공개… 권익위 “법적 근거 없이 240만 공직자 배우자 처벌해도 되나”

강주리 2024. 7. 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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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신고사건 의결서 전문 공개… 정승윤 사무처장, ‘종결 처리’ 둘러싼 비난 여론에 반문

권익위 8일 전원위 열어 의결서 확정
“청탁금지법, 공직자 규율하는 법”
공직자 배우자, 법적 제재 대상 아냐
“직무 관련 없는 배우자 일상 규율 안 해”
공직자 직무 관련성 없으면 처벌 안 해
직무 관련성有→배우자 아닌 공직자 처벌
“헌법 죄형법정주의 따라 제재 불가”
“처벌 전제로 한 수사 필요성 안 돼 종결”

권익위 주요 신고 사건 브리핑 - 국민권익위원회 정승윤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권익위 주요 신고사건(대통령과 그 배우자 등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신고 사건)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4.7.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하와이 도착한 김건희 여사 -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하와이를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하와이 주지사 부부 등 영접 인사를 만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7.9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에 대한 종결 의견서를 공개했다. 권익위가 신고 사건에 대해 의결서를 대외적으로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권익위는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사건이 종결 처리한 것과 관련해 청탁금지법은 기본적으로 공직자를 규율하는 법으로 반드시 공직자와 금품 제공자 간 직무 관련성이 있어야 하고 만약 배우자가 금품수수를 했더라도 배우자가 아닌 ‘공직자’를 불신고 행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법의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법에 제재 규정이 없어 처벌할 수 없는데도 처벌을 전제로 한 수사를 할 필요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국민 알권리 보장·청탁금지법 오해에
권익위 설치 이래 첫 의결서 공개 결정

정승윤 권익위 부패방지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9일 김 여사 사건 종결을 둘러싼 억측과 권익위를 향한 비난에 대해 “240만 공직자 배우자를 법에 근거도 없이 처벌해도 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해 12월 참여연대 신고를 접수하고 한 차례 기간 연장 끝에 지난달 10일 해당 사건을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했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수사 기관에 이첩하지 않은 권익위의 종결 처리는 위법 부당하다”며 회의록 공개 요구와 함께 이의신청을 제기하며 사건 재조사와 재의결을 촉구했다.

권익위는 전날 전원위원회를 열고 김 여사 사건 종결을 확정 의결한 뒤 이날 의결서 전문을 공개했다.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청탁금지법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한 취지라고 권익위는 설명했다.

권익위는 사건 종결을 둘러싼 3가지 의문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권익위의 결정이 ‘공직자의 배우자는 금품 수수를 해도 된다’는 식의 주장이 온오프라인에서 제기되는 데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권익위 주요 신고 사건 브리핑 -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권익위 주요 신고사건(대통령과 그 배우자 등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신고 사건)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4.7.9 연합뉴스

권익위는 의결서에서 “청탁금지법에는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이 없는 경우 공직자 배우자의 금품수수에 대해 제한하고 있지 않다”면서 “공직자 배우자도 고유의 사회적·경제적 관계에 따른 사적 모임이나 친분 관계가 있을 수 있으므로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 없는 배우자의 일상생활까지 규율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자신’이 1회 100만원, 매 회계연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수수하는 경우 직무 관련성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 처벌 대상으로 보고 있지만, 공직자 배우자의 금품수수의 경우 반드시 공직자와 제공자의 직무 관련성이 있어야 하고 직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배우자가 아닌 공직자의 신고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권익위는 이에 대해 “이번 결정은 청탁금지법상 제재 규정이 없는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헌법의 ‘죄형법정주의’에 따라 제재할 수 없으므로 처벌을 전제로 한 수사의 필요성이 없어 종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죄형법정주의는 범죄와 형벌을 미리 법률로 규정해야 한다는 근대형법의 기본원칙으로, 권력자가 범죄와 형법을 마음대로 진단하는 죄형전단주의를 막기 위해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형벌도 없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아무리 사회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행위라 할지라도 법률이 범죄로서 규정하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국민 개인의 자유와 권리 보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권익위 주요 신고 사건 브리핑 -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권익위 주요 신고사건(대통령과 그 배우자 등의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 신고 사건)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4.7.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부, 하와이 미국 태평양국립묘지 헌화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태평양국립묘지(펀치볼)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여사 조사 권익위 ‘고의 회피’ 의혹에
“법상 피신고자 조사 권한 없어
조사 시 직권 남용 소지 발생”

4월 총선 이후 ‘늑장’ 종결 비난에는
“어떤 결론 났어도 큰 정치적 쟁점 비화”
“공무원 중립 의무 위반 오해 배제 못해”

권익위는 또 김 여사에 대한 피신고자 조사를 고의로 회피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권이 없다고 언급했다.

권익위는 “권익위는 청탁금지법상 피신고자에 대한 조사권을 가지지 않고 있다”면서 “피의자에 대한 법적 조사 권한이 없는데도 피신고자를 조사하는 것은 직권 남용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올해 4월 총선 이후로 사건 결정이 늦어졌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억울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쟁점이 될 소지가 있는 사건에 대해 신중히 다뤄야 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어떤 결론이든지 간에 선거 전에 이뤄졌다면 지금보다 더 큰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됐을 것이고,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선거 개입 또는 국가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등 불필요한 오해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웠다”고 선거 이후로 조사 절차를 미루고 지난달 10일 전원위원회의 결정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10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윤 대통령과 함께 관용차에서 내리고 있다. 2024.6.10. 도준석 전문기자
취재진 앞에 선 최재영 목사 - 최재영 목사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네는 장면을 몰래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 관련 피고발인 조사를 받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7.4 연합뉴스

“공직자 배우자까지 규제·처벌 여부
국회에서 청탁금지법 논의 필요 있어”

정 사무처장은 “권익위는 다른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사건을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법적 쟁점을 검토했고 법적 절차에 따라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의의 여신 디케가 저울을 들고 눈을 가린 이유는 법의 저울에 죄를 달아야지 사람을 달지 말라는 뜻”이라며 법에 근거한 법적 처벌의 중요성을 언급한 뒤 “다만 청탁금지법 보완은 국회 차원의 논의를 거쳐 국민의 뜻을 받들어야 하고 공직자 배우자까지 규제하고 처벌해야 하는지 논의해 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하와이 동포 간담회 참석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쉐라톤 와이키키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4.7.9 연합뉴스

세종 강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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