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당에 핵폭탄급 피해 끼쳐"…친윤계 '맹폭'

홍민성 2024. 7. 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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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친윤 권성동에 김기현·조정훈까지
친윤계, '김건희 문자 무시' 한동훈 맹폭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 사진=뉴스1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김건희 여사가 명품 가방 수수에 대한 사과 의사를 담아 보낸 문자 메시지를 무시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한동훈 당 대표 후보의 공개 사과를 9일 요구하고 나섰다. 소위 '읽씹' 논란에 잠잠했던 친윤계가 본격적으로 한 후보 견제에 나서는 분위기다.

원조 친윤계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저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중립을 지키며 최대한 발언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현 상황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며 "무엇보다 전당대회가 정상 궤도로 수정되기 위해서는 문자에 대한 진실 공방이 아니라, 한 후보의 사과 표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권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김 여사의 허위 경력 의혹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당시 사무총장이던 자신이 마련했다면서 올해 총선에서도 한 후보가 김 여사의 사과를 실행시켰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는 사과를 내키지 않아 했으나, 김 여사가 사과 필요성에 공감해 결국 공식 사과를 마련했다"며 "이 덕분에 후보 지지율이 반등할 수 있는 전기를 만들어 냈다"고 했다.

권 의원은 이어 "이번 총선 역시 다르지 않았다. 김 여사 사과 여부는 당시 중요 현안이었다. 당에서도 대통령실에 직간접적으로 사과를 요청하고 있었고, 한 후보는 이를 결정할 위치에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공과 사를 구분했었다는 사후 변명은 무책임하다. 정치를 행정절차와 동일하게 보고 나의 행정적 무오류성을 강변하는 것은 사실상 정치인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왼쪽), 김기현 의원. / 사진=뉴스1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기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한 후보는 당시 김 여사의 메시지가 사과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하지만, 어제 언론 보도로 공개된 문자 전문으로 볼 때 한 후보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한 후보가 당시 알 수 없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나름의 정무적 판단을 내렸겠지만, 결과적으로 그것이 총선에 악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건 무리한 해석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의원은 한 후보 법무부 장관 시절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데 대해서도 한 후보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한 후보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켜줬음에도 결국 구속영장을 기각당해 우리 당 지지율에 결정적 타격을 입힌 적도 있다"며 "이 영장 기각 사태는 지난 총선에서 우리 당에 핵폭탄급 피해를 끼쳤다.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서 제대로 된 정무적 판단을 하지 못한 점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자신의 거듭된 판단 오류에 대해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이니, 국정농단이니 하며 오히려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은 집권 여당의 당 대표를 하겠다는 분의 자세로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한 후보는 이미 총선 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고 하신 만큼 그 연장선에서 자신의 정무적 판단 오류에 대해 쿨하게 사과하시고, 하루빨리 우리 당 전당대회가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했다.

친윤계 조정훈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 후보를 향해 "지난 총선에서 굉장히 중요한 변곡점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거였는데 왜 이렇게 처리하셨나"며 "김 여사의 사과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공감 능력과 소통 능력의 심각한 결핍을 의미할 뿐"이라고 했다. 또 "사과를 진정성 있게 했다면 우리가 20석 이상은 더 가져왔을 것이라고 짐작한다"고도 했다.

8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하와이를 방문한 김건희 여사.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전당대회 핵으로 떠오른 김 여사의 문자는 지난 4일 처음 공개됐다. 김 여사가 지난 1월 명품 가방 수수에 대한 사과 의사를 담은 문자를 한 후보에게 보냈지만, 한 후보가 이를 무시했다는 게 골자다. 이후 한 후보의 경쟁 주자인 원희룡 후보는 한 후보가 총선 양상을 뒤바꿀 수 있었던 김 여사의 사과를 묵살했다면서 '총선 패배 책임론'에 불을 붙였다. 한 후보는 "집권당의 비대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는 입장이다.

문자 내용뿐만 아니라, 문자가 유출된 경로를 놓고서도 두 후보 측은 대립하고 있다. 당내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의원은 지난 8일 페이스북에 '이철규 의원이 논란이 된 김 여사 문자 내용 일부를 친윤 핵심 의원들에게 전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공유하면서 배후에 이 의원이 있을 것으로 의심했다. 반면 원 후보를 비롯한 친윤계는 메시지 유출 책임자로 한 후보를 지목하고 있다. 원 후보 캠프의 이준우 대변인은 "한 후보 본인이 그 문자를 친한 기자들에게 보여주면서 얘기했다고 기자들에게 들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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