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자본건전성 높여라"… 저축은행 구조조정 속도
6900억 넘는 고정여신 충당금
자기자본서 일부 제외될 가능성
채권성격 강한 우선주도
자기자본 인정 요건 깐깐하게
저축은행 M&A 활성화 위해
BIS 비율 규제 완화도 검토
◆ 저축은행 체질개선 ◆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의 자기자본 규정을 은행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을 실행하면 10대 저축은행에서만 최대수천억 원의 자본 확충 압력이 가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자본 규정 강화'를 추진하는 것은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강화해 뱅크런 같은 금융 불안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저축은행은 지난해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이 더해지면서 자본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어 왔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PF 사업성 평가가 이달 중 마무리되면 저축은행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자본 규정 강화를 통해 대주주의 자본 확충을 더욱 압박해 경영 위험 요소를 줄이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은 PF 사업성 평가 후 자본 확충을 통해 건전성을 높여야 하는 압박에 처할 수 있고, 대주주가 이에 미온적일 경우 인수·합병(M&A)을 비롯한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저축은행의 자본 규정을 은행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우선 저축은행의 현재 대손충당금 중에서 자본(보완자본)으로 인정받고 있는 '고정여신(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중 3단계 부실채권)'을 은행처럼 제외하는 방안이다. 기존에 은행은 정상·요주의를, 저축은행은 정상·요주의·고정을 자본으로 인정받아 왔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저축은행은 자본 확충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가 올 1분기 말을 기준으로 SBI·OK 등 자산 규모 상위 10개 저축은행의 재무 현황을 검토해본 결과 '고정'으로 분류된 자산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6923억원을 웃돈다. 이는 10대 저축은행에서 대손충당금 의 18.4%에 달한다. 다만 시행세칙 개정안의 구체적 방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고정으로 분류된 대손충당금 모두가 자기자본에서 빠져나간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현재 보완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규모는 총위험가중자산(대출 등 자산별 위험을 고려한 총액)의 1.25% 이내이다.
아직까지는 기존 '정상' '요주의' 분류 여신에 대한 충당금만으로도 보완자본 인정 규모를 대부분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이달 말 PF 사업성 평가 이후 정상이나 요주의로 분류됐던 여신들이 고정 이하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자기자본으로 인정받던 충당금 중 상당 금액이 자기자본에서 제외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미 저축은행들의 고정 이하 여신 비율 상승세는 가파르다. 올 1분기 말 저축은행의 고정 이하 여신 비율은 10.32%로 지난해 말(7.72%)보다 2.60%포인트 올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에선 저축은행과 달리 정상·요주의 자산에 대한 대손충당금만 한도 내에서 보완자본으로 인정해주고 있다"며 "이에 따라 PF 사업성 재평가 이후를 고려해 저축은행의 자본 요건을 강화해 자본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또 은행과 동일하게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자기자본으로 인정되는 우선주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상환을 전제로 한 우선주가 자본 확충에 이용되지 않도록, 자본으로 인정받기 어렵게 하는 방향이다.
은행업 세칙에 따르면 우선주 등으로 자본을 조달할 경우 '상환될 것이란 투자자의 기대를 유발하거나 발행 은행에 사실상 상환하도록 부담을 부과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자본 규제 강화는 결과적으로 자본 건전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자본 건전성이 떨어지는 저축은행은 대주주가 증자를 택하거나, 아니면 구조조정 매물 등으로 등장해 시장의 체력을 높이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금융당국은 수도권 저축은행 M&A의 경우 매각 대상 저축은행에 대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규제 완화 검토에 나섰다. 현재는 BIS 비율이 금감원 내부 관리 기준인 10~11% 밑으로 떨어진 수도권 저축은행만 M&A가 가능한데, 금융당국은 이 같은 BIS 비율 규제를 완화해 수도권 저축은행의 M&A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금융당국의 M&A 규제 완화와 저축은행의 건전성 관리 강화 조치가 맞물리면 시장에 매물로 검토될 수 있는 저축은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양세호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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