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협력, FTA 체결로 시작 장기적으론 외교안보로 확장을

박대의 기자(pashapark@mk.co.kr) 2024. 7. 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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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인 아쓰시 日경제연구센터 수석연구원
3국 경제협정 RCEP보다
더 질 높은 자유무역 필요
韓日 심각한 저출산 문제엔
인적교류 확대가 도움될 것
이주인 아쓰시 일본경제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이 9일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한·중·일 협력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교적 쉬운 경제협력으로 시작해 외교안보로 이어나가야 한다."

이주인 아쓰시 일본경제연구센터(JCER) 수석연구원은 9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한국과 중국, 일본이 협력의 속도보다는 '품질'을 높이고 범위를 확장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5월 3국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고위급 소통이 재개된 것을 발판 삼아 세 나라 간 소통 채널을 지켜나가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주인 수석연구원이 연구 활동을 하고 있는 JCER은 1963년 설립된 일본의 대표 경제 연구기관으로, 경제·금융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경제 예측, 정책 분석 등을 제공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을 중심으로 320여 개 기업·단체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그는 협상 재개를 약속한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이 경제협력 강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FTA 체결 속도에만 치중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주인 수석연구원은 "3국 FTA는 '높은 수준'을 목표로 해야 하며 질이 낮은 협정을 서둘러 체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면서 "이미 세 나라가 참여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보다 높은 'RCEP 플러스' 수준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3국 정상은 '고유의 가치를 지닌, 자유롭고 공정하며 포괄적이고 높은 수준의 상호 호혜적'인 3국 FTA 협상 재개에 합의했다"면서 "이 같은 조건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협정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주인 수석연구원은 동북아시아 경제안보를 지탱하기 위해서라도 3국 간 점진적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주인 수석연구원은 "경제안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자유무역을 저해하고 상호 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견해를 펼쳤다. 또 "이것(공급망 등 경제안보 이슈)을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경제 안전보장이 점점 독립적으로 움직이게 되고, 그러면 안전보장의 딜레마와 마찬가지로 경제 안전보장의 딜레마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다른 입장을 보이는 국가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며 서로 오해하지 않도록 명확히 소통해야 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상회의의 의미는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이날 인터뷰에서는 한일이 공히 겪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이주인 수석연구원은 양국 간 인적 교류 확대가 일정 부분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제안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그는 "출산율 수치 개선에만 집중하는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양국 간 인적 교류를 늘리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지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고 이민을 확대하는 것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기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학업이나 관광, 경제활동 등으로 장기 체류할 수 있는 일종의 '교류 인구'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주인 수석연구원은 현시점에서 일본 경제를 규정하고 있는 '슈퍼 엔저(低)' 현상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냈다. 기록적인 엔화값 하락이 일본 제조업에 부활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시각도 있지만 오히려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경제 전반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는 "전반적으로 수출산업에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에서 물자를 조달하는 비용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일본 산업계가 엔저를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그는 "기업 입장에서 금융 환경의 불확실성이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도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주인 수석연구원은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양국 간 경제 교류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전했다.

그는 "작년 캠프 데이비드 이후 한·미·일이 정상을 비롯해 각계에서 소통을 이어오고 있고, 한일 재계에서도 교류가 확대되고 있다"며 "한일관계를 보다 향상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주인 아쓰시 연구원

△1961년생 △1985년 와세다대 졸업 △1985년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입사 △1998년 닛케이 서울지국장 △2007년 닛케이 중국총국장 △2009년 닛케이 아시아부편집위원 △2016년 조지워싱턴대 객원연구원 △2018년 일본경제연구센터 수석연구원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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