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지연된 국제핵융합, 민간에 따라잡힐라…"여전히 중요한 시설"

박정연 기자 2024. 7. 9.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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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R 가동 지연에 추가 예산 부담…"민간기업과는 상호보완 관계"
프랑스 남부 지역에 건설 중인 핵융합 발전소의 모습. ITER 제공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가동과 에너지 생산 계획이 또다시 지연되면서 세계 최대 규모 핵융합 에너지 생산시설 운영이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업비는 50억 유로(약 7조4529억원)가 늘어났으며 민간 핵융합 기업들의 생산 시기보다 뒤처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학계는 이같은 계획의 차질이 국제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 추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 내다봤다.

9일 네이처에 따르면 ITER는 원래 계획보다 시설의 가동을 9년, 수소와 중수소 및 방사성 삼중수소(DT)의 실험을 4년 늦췄다고 최근 발표했다. ITER는 세계 최초 국제 핵융합 실험로로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 일대에 건설 중이다. 한국을 포함해 유럽연합(EU)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가 이 프로젝트에 공동 참여하고 있다.

ITER를 비롯한 핵융합실험로는 일명 ‘인공 태양’이라 불린다. 수소 원자를 융합시켜 에너지를 얻는 원리가 마치 태양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에너지 생성 방식은 이론적으로 청정 에너지를 무한정 얻을 수 있다.

ITER 가동이 지연된 원인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팬데믹으로 참여국 간 협업이 원활히 이뤄지지 점이 지목된다. 여기에 부품의 부식 및 완성품의 결함으로 장비에 대한 보완 작업이 필요해진 것도 지연의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부품 결함과 관련해 '부품 제조를 맡은 한국 측이 납품한 시점에서 설계와 오차가 있었다'라며 한국 기업의 책임론을 부각시킨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ITER 국제기구가 내부적으로 검토작업을 벌인 결과 해당 부품들은 ITER 국제기구가 수행한 설계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한국이 추가적인 책임금을 분담하게 되는 일은 없게 됐다.

학계에선 이번 프로젝트 지연이 ITER 운영 자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레이첼 맥더못 독일 막스플랑크 플라즈마 물리학연구소 연구원은 "지연이 프로젝트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소식처럼 들리지만 물리학계에선 그 정도로 인식하지는 않고 있다"며 "ITER는 완공시기가 언제가 되든 핵융합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ITER 측은 가동 시점이 연기되더라도 실질적인 연구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피에트로 바라바스키 ITER 사무총장은 3일(현지시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연기와 관련해 "향후 계획은 초기 단계를 건너뛰고 가능한 한 빨리 실제 연구에 착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핵융합 에너지의 발전 상황에 맞춰 세부적인 실험 계획을 보완했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ITER의 핵심 실험인 삼중수소 실험은 기존 2035년에서 4년 지연된 2039년에 진행된다. 하지만 당초 계획보다 무거운 삼중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면서 더 실질적인 에너지를 곧바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ITER가 맞닥뜨린 가장 큰 문제는 자금 확보다. 현재까지 ITER 프로젝트를 위해 이미 약 220억 달러(30조 4128억원)의 자금이 조달됐다. 하지만 일정 지연으로 54억 달러(7조 4649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자금 조달에 대해선 각 회원국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미국의 경우 2018년 예산에 여유분을 추가한 덕에 충분한 자금을 댈 수 있지만 다른 국가들의 정책은 미지수다.

또 일각에선 민간 핵융합 산업의 추격이 ITER의 추진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핵융합 연구 조직에서 분사한 스타트업인 커먼웰스퓨전시스템(CFS)의 브랜든 소봄 공동 설립자는 "물리학 및 재료 과학 분야의 투자와 발전 덕분에 민간 핵융합 노력이 ITER가 목표로 했던 많은 기술적 이정표를 먼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핵융합 민간 기업들은 지난해에만 전 세계적으로 14억 달러(약 1조 9353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2035년까지 핵융합 발전소가 전력망에 전기를 공급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민간의 추격에 대해 ITER 측은 2040년까지는 기업들이 상업화된 에너지를 생산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피에트로 바라바스키 사무총장은 "핵융합의 실행 가능성이 오늘 증명되더라도 2040년까지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술 실증과 상용화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간과 ITER가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상호 보완적 관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ITER가 핵융합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야 기업들의 연구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맥더못 연구원은 “핵융합 물리학의 많은 측면은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ITER는 거대한 크기 덕분에 플랜트 규모의 물리학을 위한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ITER가 연구자들에게 핵융합 반응으로 생성된 헬륨 핵이 어떻게 긴 시간 동안 상호 작용하며 플라즈마를 생성하는지 연구할 수 있는 최초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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