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3년 對美 무역흑자 반토막···"수출 다각화·무기수입 검토를"
<1> 더 독해진 트럼프표 강령
"1조弗 무역적자 관세로 해결"
韓 자동차산업 타깃 될 가능성
농산물·에너지 등 수입 늘려
통상압력 완화 지렛대로 써야
블룸버그통신이 8일(현지 시간) 공화당의 새 정책 강령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광범위하게 작성하고 편집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깊이 관여한 만큼 향후 실제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세부안을 보면 공화당이 보호무역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만들겠다’는 3번 챕터에는 “미국 우선 무역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 “혁신을 통해 신산업에서 세계를 이끌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인공지능(AI)과 가상자산을 집중 육성할 사업으로 명시했다. AI가 글로벌 경제·패권 전쟁의 핵심 축임을 강조한 셈이다. 이들 사업에 상당한 정부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글로벌 공정 무역을 다룬 5번 챕터는 중국을 비롯한 주요 무역 대상국에 적극적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1조 달러(약 1383조 3000억 원)가 넘는다는 대목과 관세를 통해 이를 해결하겠다는 부분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2기 집권 시 과거보다 더 강력한 대외 무역정책을 사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정부 시절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공공연히 미 역사상 관세가 높았던 때가 더 많다며 고율 관세 정책을 옹호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을 되살리겠다는 대목은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의 6월 대미 수출액은 110억 2000만 달러로 최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 수출 호조세 덕이 컸다. 자동차 수출 증가율은 지난달 1일부터 25일 기준 26.5%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4개월가량 남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여전히 상당하지만 무역과 환율 정책은 단기간에 바꾸기 힘들다는 점에서 사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바이든 대통령이 세몰이를 하기 위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놓은 공약과 비슷하거나 더 강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점도 변수다. 누가 되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미국의 무역적자 폭을 줄이고 노동자와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통상·무역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바이든 2기가 오더라도 ‘더 세진 미국 우선주의’가 나올 것이라는 뜻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한국 정부가 대응해야 할 범위가 더 커진다. 트럼프 집권 1기(2017~2020년) 때 대미 무역흑자는 50.6%나 감소하며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2016년에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32억 달러였지만 2019년에 114억 달러까지 급감했다. 수출 다각화와 농산물과 에너지, 무기 수입 방안을 미리 준비해둬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의 대미 무역흑자 폭은 더 확대됐다. 2020년 166억 달러 수준이던 대미 흑자는 2021년 227억 달러, 2022년 280억 달러로 꾸준히 늘어나더니 지난해 미국과의 교역에서 사상 최대인 444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 거기에다 2020년 이후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미국의 비중이 계속 커져 올해 1분기에 대미국 수출액이 2003년 2분기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국 수출액을 앞지르기도 했다.
주제네바 대사를 지낸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지난 몇 년간 중국 수출이 줄면서 대중국 수출이 크게 늘었으며 이는 대미 투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미리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지만 미국의 상황 변화에 따른 준비는 미리 해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거 일본이 미국과 플라자합의를 할 때 일본이 미국산 반도체를 자발적으로 더 사고 자동차 수입은 더 하기로 했는데 (미국 상품을 살 게 없어) 제대로 안 됐다”며 “기본적으로 미국의 주 타깃은 중국인 만큼 반도체와 배터리 등에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부분을 찾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수출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달러 약세(원화 강세)를 선호한다. 주요국이 의도적으로 자국 통화 약세를 방치하고 있다고 압박하기도 한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380원대로 지난해 말보다 약 7.4% 오른 상태다.
다만 아직 미 대선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남아 있고 집권 후의 상황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지나치게 예민하게 대응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정민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집권 1기 때는 더 공격적이었다면 이번 2기에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업적을 남기고 싶어해 동맹에 대해 전보다 약하게 대응할 수 있다”면서 “미리 뭘 해야 하기보다 (트럼프가) 당선이 되면 빨리 만나서 정책을 빠르게 이해하고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종=배상윤 기자 prize_yu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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