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1만1200원” 경영계 “9870원” 내년 최저임금 줄다리기
내년 최저임금 수준을 두고 노동계와 경영계의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올해 시간당 9860원인 최저임금은 약 1.5%(147.9원)만 올라도 1만원을 돌파한다.
이날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 최저임금 결정 논의에 돌입했다. 노동계는 최근 물가 상승으로 실질임금이 감소했다며 한꺼번에 27.8% 인상된 1만260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주장했다가 2시간 만에 1400원 내린 1만1200원(13.6% 인상)으로 수정 제시했다. 경영계도 이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었다”며 최초 동결안에서 10원을 높여 9870원(0.1% 인상)을 주자고 했다.
최저임금은 근로자 1명 이상 모든 사업장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정규직·비정규직과 파트타임·아르바이트, 청소년 근로자, 외국인 근로자 등에게 모두 적용된다. 올해 최저임금(9860원)을 주 40시간 근로 기준의 월 단위로 환산하면 206만740원이다(유급주휴 8시간 포함). 최임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되는 법정 심의기구다.
정부가 최저임금을 다음 달 5일까지 고시해야 하는 일정을 고려하면 늦어도 다음 주 내에 최저임금 액수를 결정해야 하지만 노사 입장 차가 어느 때보다 크다. 최저임금은 지난 정부 초기인 2018년 16.4%, 2019년 10.9%로 2년 연속 10% 이상 올랐고, 이어 2020년 2.87%, 2021년 1.5%, 2022년 5.05%, 2023년 5%, 2024년 2.5%가 올랐다.
경영계는 “그동안 최저임금이 지키지 못할 수준으로 너무 높아져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금액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가 늘었다”고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액(시급 9620원)을 받지 못한 근로자 수는 301만1000명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의 13.7%에 달했다. 2022년 275만6000명(임금 근로자의 12.7%)보다 25만5000명 늘었다.
특히 농림어업(43.1%)과 숙박·음식점업(37.3%)에서 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 비율이 높았다. 이에 경영계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음식점 등에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2일 최임위 표결 결과 무산됐다. 최임위 사용자 위원인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업종별 구분 적용이 부결된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오르면 노동 시장 취약 계층인 고령자, 미숙련 노동자, 청년, 경력 단절 여성 등은 취업 기회마저 얻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영세 업체 등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며 인건비 상승을 우려한다. 이들은 “자영업자들이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직원을 모두 자르고 ‘나 홀로 사장’이 됐다”며 “그만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민간 경제 연구기관 파이터치연구원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 오르면 연간 일자리 14만5000여 개가 줄고, 노동계가 요구해온 20%대 인상이 될 경우 연간 50만7000여 개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소상공인·자영업자 폐업률은 높아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폐업한 외식 점포 수는 5922개로, 1년 전(5754곳)에 비해 3%, 2년 전(3911개)에 비해 51.4% 급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대출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해 연체하고 있는 자영업자 비율이 4.2%로 2013년 1분기(4.37%)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았다.
반면 노동계는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현재 최저임금으론 생계 유지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노동계는 작년에도 26.9% 인상을 최초 요구로 제시했었다. 최임위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 2년간 물가 상승률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아 실질 임금은 줄었다”며 “특히 현재 최저임금(월 206만740원)은 비혼 단신 가구 실태 생계비인 246만원에도 못 미쳐 혼자 살기에도 부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임금은 낮아졌다. 지난 5월 발표된 고용노동부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임금은 작년 1분기보다 1.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동계는 2019년부터 단계적으로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기 시작한 정기 상여금과 현금성 복리후생비 등이 올해 100% 포함되면서 실질 임금이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노동계는 소비 활성화를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최임위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올해 1~5월 소매 판매액 지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해 2009년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며 “올해 최저임금이 저율 인상될 경우 소비는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어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절망적인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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