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책사들 “북미 대화 전제조건은 러시아 지원 중단…김정은, 미리 조치 취해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merica First Policy Institute·AFPI) 부소장과 스티브 예이츠 AFPI 중국정책구상 의장이 오늘(9일) 오전 KBS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플라이츠 부소장은 미국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출신으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서실장을 지냈습니다. 이후 트럼프의 외교안보 정책 싱크탱크로 알려진 '미국 우선주의 연구소(AFPI)'에서 트럼프 정부 당시 외교안보 관료들과 함께 '재임 대비 정책'을 구상했습니다. 이런 경력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미국의 외교·안보라인 주요 인사로 다시 기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다만 플라이츠 부소장은 자신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트럼프 캠프를 위해 일하는 건 아니라며, 미국의 싱크탱크의 일원일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를 전제로, 플라이츠 부소장은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면 주한미군과 관련해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거라고 밝혔습니다. 또 한미 관계의 문제는 러시아와 북한의 새로운 동맹을 접한 중국에 맞서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남중국해 갈등과 관련해선 동맹들이 해안 경비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과 관련해선 약간의 협상이 있겠지만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거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내에서 자체 핵무장 논의가 진행되는 것에 대해선, 핵무기 보유가 아니라 핵우산 강화가 우선이라고 밝혔고, '전술핵 재배치'도 해법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역내 긴장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하 일문일답.
■ "트럼프, 한미동맹 강화 원해…주한미군은 획기적인 변화 있을 것"
Q. 당신은 그동안 여러 기회를 통해 트럼프 2기가 시작되더라도 주한미군 철수는 없을 거라고 강조해왔다. 철수가 아니라면 주한미군의 역할 및 한미관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A. (플라이츠 부소장) 주한미군과 관련해서는 획기적인 변화(transformational change)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면 미국의 억지력을 재확인하고 동맹과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전 세계 안보를 증진시킬 것이다. 한미 관계의 문제는 러시아와 북한의 새로운 동맹을 접한 중국에 맞서는 것이 될 것이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대한 논의는 있을 수 있겠지만, 지난 4년 동안 심각한 안보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주둔 비용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러시아, 중국, 북한에 대항하는 안보 우려 때문에 한미 관계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Q.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보단 비용을 우선하는 성향이 있고, 이 때문에 한반도에서의 전략자산 전개도 축소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A. (플라이츠 부소장)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렇게 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한국과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출 거라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한 친구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두 분은 글로벌 이슈에 대해 비슷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과 북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두 분의 첫 만남은 매우 생산적일 것이다. 또 바이든 정부가 발전시킨 한미일 3국 협력을 기반으로 삼을 것이라고 믿는다.
A. (예이츠 의장) 강력하고 안정적인 동맹에 대한 약속은 공화당의 공약이기도 하다. 공약에는 인도태평양 지역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어있다. 동맹 강화는 앞으로 미국 공화당 전략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 "방위비, 약간의 협상 있겠지만 큰 변화 없을 것…문제가 생긴다면 NATO"
Q. 한미 간 방위비 협상은 어떻게 될 거라고 보나.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전략자산 전개 비용까지 방위비에 포함시키려 했는데, 이게 합당한 방안이라고 보나.
A. (플라이츠 부소장) 미국과 한국에 약간의 협상이 있을 것이지만 큰 변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초점은 새로운 역내 위협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만약에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미국과 동맹국 사이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나토(NATO)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프랑스와 독일이 나토 조약에 따른 국방비 지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에 대해 훨씬 더 우려할 거라고 생각한다.
■ "미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중국, 그 다음이 핵확산"
Q. 현재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은 어떤 것들이라고 보나.
A. (플라이츠 부소장) 우리에게 가장 심각한 위협은 중국이고 그 다음이 핵확산이다. '기후 변화'는 목록에서 아주 아래쪽에 있다.
A. (예이츠 의장) 일단 평양과 모스크바의 협력이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시험은 동북아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드는데 그 위험이 더 광범위해졌다. 중국도 위협이다. 중국은 크게 바뀌었다. 중국과 타이완, 중국과 필리핀의 갈등은 이성적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갈등이다. 영토에 대한 주장과 공격적 어조, 중국의 늑대전사(전랑) 외교 방식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뭔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 동맹들과 함께 논의해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 남중국해 분쟁시 주한미군 투입 가능성에 말 아껴…"해안 경비대 역량 강화해야"
Q. 남중국해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주한) 미군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A. (예이츠 의장) 그런 지경에 이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 중 하나는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이 억제력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미·일 3국이나 미 ·일·필리핀 3국 같은, 이런 긍정적인 역내 움직임은 실제 안보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남중국해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갈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A. (예이츠 의장) 남중국해 문제는 여러 행정부에서 계속되어 온 문제다.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일단, 동맹과 다른 안보 파트너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게 기본이다. 동맹국들 간의 협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해안 경비대의 역량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유엔 해군은 공해뿐 아니라 동맹국 본토와 가까운 섬에서도 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다.
Q.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으로 북한 문제가 우선순위로 더 올라갔나.
A. (플라이츠 부소장) 북한만이 우선순위가 되진 않을 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해 남쪽 국경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 단체에도 대처해야 한다. 다만 전임 행정부는 한 지역의 분쟁에 집중해 북한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여왔는데 그러진 않을 것이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북한도 초점의 대상이 될 것이다. 북한의 도발과 끔찍한 인권 상황을 고려하면 북한과의 협상에 관여하는 것에 단점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대화는 나쁜 선택지 중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 "북한과의 대화는 나쁜 선택지 중 최선…역내 긴장 낮추는 데 도움"
Q.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바로 북미 접촉이 시작될까?
A. (플라이츠 부소장)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개인적인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에 양보를 할 거란 의미는 아니다. 다만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 역내 긴장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행정부에서 이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이 일을 해낼 정교한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영입될 것이다.
Q. 첫 대북 특사는 누가 할 수 있을까?
A. (플라이츠 부소장) 이름은 말씀드리지 않겠다. 아직 이름이 없다. 현재는 대북특사가 없다. 올해가 끝나기 전에 정해진다면 좋을 것이다.
Q.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전제조건이 있을까?
A. (플라이츠 부소장) 우크라이나 전쟁에 사용하기 위해 러시아에 무기를 보내는 것을 즉각 중단하라고 말하고 싶다.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해야 하겠지만 저는 그렇게 권하고 싶다.
■ "북미 대화 전제조건은 러시아 지원 중단…김정은, 기회 잡아야"
Q. 북미 정상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북한 당국자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은?
A. (플라이츠 부소장) 일단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를 보내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돌아오면 북한을 국제 사회로 끌어들이고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다. 그런 기회가 있다. 모두가 승리할 수 있는 진정한 기회다. 김 위원장이 앞으로 몇 달간 그렇게 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
Q. 북한은 북미 협상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할텐데.
A. (플라이츠 부소장) 미국은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을 거다.
Q. 북한의 비핵화가 미국의 목표라는건가?
A. (플라이츠 부소장) 비핵화에 가장 큰 초점을 맞출 거라고 생각한다.
Q. 핵군축 협상이 될 가능성은 없는가.
A. (플라이츠 부소장) 비핵화와 핵군축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Q. 둘은 다른 개념으로 여겨진다. 비핵화와 달리 군축은 핵 일부를 용인할 여지가 있다.
A. (플라이츠 부소장) 북한의 비핵화는 핵무기 생산을 중단하고 핵탄두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에 있어서 비핵화와 핵군축은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또 합의의 일부로 적어도 미사일 실험 중단을 포함해야 한다. 그것도 의제에 포함될 것이다.
■ "핵무장 논의, 한국 국익에 도움 안 돼…핵우산이 우선"
Q. 한국에서는 최근 안보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또다시 자체 핵무장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 (플라이츠 부소장) 개인적으로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겠다는 구상을 좋아하진 않는다. 미국의 핵우산을 강화해서 안심시키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핵확산은 심각한 문제이며, 그것이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 많은 한국 국민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Q.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A. (플라이츠 부소장) 윤석열 대통령도 말씀하셨던 부분이다. 나는 그것이 필요하다곤 보지 않는다. 도발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반도 긴장을 낮추는 단기 해결책은 일단 미국과 동맹국들이 강경한 정책을 펼치는 동시에 북한과의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어제 현대차에 방문했는데, 그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줬나.
A. (플라이츠 부소장) 한미 관계와 글로벌 이슈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시간을 할애한 한 이슈는 전기차였다. 전기차는 현재 미국에서 매우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의 추운 날씨에서 전기차는 작동하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전기차를 만드는 것을 나쁜 투자라고 부른다. 미국 정부는 미국인들에게 (보조금 등을 통해) 전기차 구매를 강요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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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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