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인력 8년뒤 71만명 부족···베트남서 '전문 간병인' 키운다
2030년대 고령 인구 1500만명
정부 '관련법·제도개선' 임박에
케어닥, 현지 기업 4곳과 MOU
한국어 기반 교육 프로그램 개발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쟁점될듯
심화하고 있는 간병 인력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실버 산업계가 해외 인력 양성·도입을 추진한다. 아직 해외에서 간병 인력을 양성해 국내로 데려올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은 없지만 추후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을 대비해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2030년대 15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때 이들을 돌볼 수 있는 인력은 많게는 71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해외 인력 도입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업계 및 전문가단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인력 선제적 육성=시니어케어(고령 인구 돌봄) 기업 케어닥은 베트남 인력 양성 기업 4곳과 대규모 업무협약(MOU)을 맺고 현지에서 간병 인력을 공동으로 육성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협약의 골자는 케어닥과 4개 기업이 베트남 현지 교육생을 대상으로 한국어 기반 교육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운영해 추후 국내로 데려올 수 있는 간병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다.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 해외 간병 인력을 국내로 도입할 수 있게 되면 케어닥이 고용을 책임진다. 이번 업무협약은 국내 시니어 돌봄 기업에서 체결한 해외 인력 송출 관련 협약 중 최대 규모다.
케어닥과 협약을 맺은 베트남 현지 기업 4곳은 △베트남 교육훈련부 하노이시 교육소 동도 일본어센터 △TRAENCO 국제주식회사 △ICO 그룹 △LABCO 교육원 등으로 실업 인력 양성과 해외 파견에 특화한 현지 전문 기업들이다. TRAENCO 국제주식회사는 매년 1000여 명의 실업 인력을 육성해 해외로 파견하고 있고 베트남 교육훈련부 하노이시 교육소 동도 일본어센터 역시 1984년 설립 이래 간병인·간호사 등 다양한 인력을 훈련해 수요가 있는 외국으로 보낸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를 맞아 간병 수요가 많은 일본이 이 기관을 통해 관련 인력을 데려오고 있다.
케어닥은 추후 외국 간병 인력 도입과 관련해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선제적으로 이번 협약을 맺었다. 현재는 방문취업(H-2) 비자나 재외동포(F-4) 비자를 가진 외국인만 간병 업무를 할 수 있다. 두 비자 모두 재외동포 자격을 가진 이들에게만 발급돼 한국과 관련이 없는 외국인이 받기는 어렵다. 하지만 서울시가 올 5월 ‘외국인 주민 정책 마스터플랜’을 발표하고 보건복지부와 법무부 등 관련 정부 부처에 외국인 간병인 도입을 적극 건의하기로 해 향후 관련 제도가 마련될 가능성이 상당한 상황이다. 한 시니어케어 기업 대표는 “정부가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단을 불러 제도 개선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력 수급난 심화=국내 간병 인력 부족 현상은 점차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올 3월 발표한 보고서 ‘돌봄 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에서 요양보호사·간병인 등 돌봄 서비스직의 노동 공급 부족 규모가 2022년 19만 명에서 2032년 38만~71만 명, 2042년 61만~155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비관적인 전망은 국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2022년 898만 명에서 2035년 1521만 명, 2045년 1824만 명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통계청 추산에 근거하고 있다. 간병 직종 취업 기피 현상으로 인해 관련 노동 공급이 줄어드는 것도 수급 불균형의 원인이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를 맞은 일본은 2008년부터 해외 간병 인력 도입 관련 제도를 구비해왔다. 당시 일본 정부는 경제연계협정(EPA)을 통해 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으로부터 ‘개호(노인 간병) 복지사’ 후보자를 데려와 자국 복지시설에서 연수를 받은 후 취업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2017년에는 최장 5년 동안의 일본 체류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기능 실습’ 대상 업종에 간병을 추가했다. 이런 방식으로 일본에 입국한 간병인이 국가시험을 통과하면 사실상의 영구 체류 자격과 같은 ‘개호 재류 자격’을 받는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2만 1152명의 외국 국적 간병인이 일본에서 일하고 있다.
추후 국내에서도 제도 개선이 이뤄질 시 관건은 최저임금 적용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의 추진으로 올 들어 현실화된 필리핀 출신 가사·육아 도우미 도입 시범 사업은 국제노동기구(ILO) 차별 금지 협약에 따라 외국 국적 인력에게도 법정 최저임금을 보장하기로 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불붙었다. 이미 높은 비용 문제로 내국인 가사·육아 도우미를 채용하기 어려웠는데 외국인 인력에게 같은 임금 수준이 적용되면 인력 도입 의미가 없다는 반발이 줄을 이었다. 이에 외국인 간병 인력 도입이 현실화될 시에도 최저임금을 차등 지급할지, 아니면 동일한 임금 수준을 제공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쟁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박재병 케어닥 대표는 “고령층 돌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수한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실버 산업 현장 품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며 “이번 업무협약을 기점으로 해외 우수 돌봄 인력 공급망을 대폭 강화해 선제적으로 해외 인력을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연 기자 gravity@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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