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문학 외톨이 '그녀'들의 100년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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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4월 출간된 문예지 '현대문학' 88호에 수록된 단편소설 '잔양(殘陽)'에는 미군 장교 전용 '쇼걸'로 일하는 미쓰 윤이 나온다.
"성적 폭력, 그리고 전쟁이라는 남성적 카니발리즘"(김은하 경희대 교수)을 묘사한 뛰어난 작가였지만 그의 이름은 한국문학사에서 거의 거론되지 못했다.
한국 여성문학 100년사를 관통하는 유의미한 선집이 출간됐다.
민음사와 여성문학사연구모임은 9일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여성문학 선집'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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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4월 출간된 문예지 '현대문학' 88호에 수록된 단편소설 '잔양(殘陽)'에는 미군 장교 전용 '쇼걸'로 일하는 미쓰 윤이 나온다. 당시는 전쟁 중이었고, 결핵이 확산하자 가짜 검진서가 필요했던 윤은 S병원을 찾는다. 당시만 해도 의사들은 여성을 희롱하는 일이 보통이었다. 사석에 모인 의사들은 "그 여자의 팽팽한 스커트" "스커트 위에 나타난 히프의 볼륨" 따위를 거론할 정도였다. 전시(戰時)의 여성은 '군인 앞에서도, 의사 앞에서도' 덫에 걸린 약자였음을 소설은 풍경으로 증언한다.
'잔양'의 작가는 함경남도 출신으로 월남한 여성 작가 이정호(1930~2016)다. "성적 폭력, 그리고 전쟁이라는 남성적 카니발리즘"(김은하 경희대 교수)을 묘사한 뛰어난 작가였지만 그의 이름은 한국문학사에서 거의 거론되지 못했다.
한국 여성문학 100년사를 관통하는 유의미한 선집이 출간됐다. 민음사와 여성문학사연구모임은 9일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여성문학 선집'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김은하 교수는 "1968년 등단한 오정희 소설가, 1970년 등단한 박완서 작가의 등장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 여성문학이 거의 없다고 생각할 정도였던 시기"라며 "여성문학은 역사적 계보와 독자적인 문학적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지 못했다. 여성작가의 '저자성'과 여성문학의 '문학성', 주류 문학사에서 배제됐던 여성문학을 복원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여성문학 연구의 정전으로 평가받을 이번 선집은 7권으로, 총 3256쪽에 달한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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