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원씨, "내가 마약류에 빠지게 된 과정은..."[마약중독과 싸우는 사람들<18>]
"외로움에 사무쳐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게 됐다"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빌딩에서 만난 전우원씨(28)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4월 미국에서 라이브 방송을 켜고, 마약류를 투약하는 모습을 공개해 세상을 뒤흔들었다. 현재 전씨는 약을 끊고 마약류 중독 예방활동에 나서고 있다. 은구(NGO)와 답콕(DAPCOC) 등의 예방단체 활동에 가면 전씨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전씨가 마약류의 유혹에 빠지게 된 계기와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2회에 걸쳐 보도한다.
전씨는 "학창 시절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백인 동급생들에게 온갖 괴롭힘을 당했는데, 기숙사에서 취침할 때조차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다"면서 "그때마다 아버지가 그리웠지만 미국 생활 15년 동안 딱 1번만 아버지를 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인생에서 감수성이 가장 많았던 시기인 사춘기를 가족도 친구도 없는 채 홀로 버틴 셈이다.
대학입학시험(SAT)을 치르기 하루 전날 마약류의 유혹이 찾아왔다. 자신을 괴롭히던 백인 동급생들이 진원지였다고 한다. 전씨는 "그날 그 친구들이 저에게 모임에 참석하라고 해 이제 친구가 될 기회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들이 모인 자리에 갈 때까지 거기서 마약류를 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가 모임 장소에 들어선 순간 무언가 퀴퀴한 냄새가 코끝에 닿았다. 거기서 백인 동급생 1명이 전씨에게 대마초를 권했다. 전씨는 대마초가 무언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 동급생들이 내미는 대마초에 대해 동질감을 형성시켜 주는 매개체로 인지하고 받아들였다"면서 "지금은 그래선 안 된다는 걸 명확히 알고 있지만 그때는 거부하기 너무 어려웠다"고 전했다.
전씨는 "특히 미국사회에서는 성공적 취업 등을 위해 교내외 사고모임을 통한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면서 "이렇게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대마초 등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를 거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씨는 학부 1학년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병역 의무를 수행했다. 이 약 2년 동안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마약류를 끊게 됐다. 전문적인 치료를 병행하며 단약을 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전씨는 군 생활 동안 금단증세에 시달려야 했다. 전씨는 "훈련하는데 다른 애들보다 땀을 몇 배로 많이 흘리고 몸에서 악취가 났다. 몸에서 힘이 빠져 내 의지대로 몸이 움직여주질 않았고, 인지능력도 저하돼 반응속도가 느려 업무에 지장이 생길 정도였다"며 "군대에 있을 동안 체력 단련을 많이 하고 땀도 많이 흘리니까 약 2년 동안 자연스레 몸에서 마약류가 빠져나갈 줄 알았는데,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LSD를 처음 맛본 순간 그야말로 천국이 눈앞에 펼쳐졌다고 전씨는 말했다. 밥을 안 먹어도 몸속에서 힘이 솟았고, 손을 흔들면 그 자리에 무지개가 보였다. 벽에 걸린 그림에선 빛이 반짝반짝 빛났다.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주인공 엘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행복'도 잠시. 곧이어 '배드트립(bad trip)'이 시작됐다. 어느날 갑자기 온 세상이 불구덩이 속 지옥으로 보인 것이다. 군장을 멘 것처럼 어깨는 무언가에 짓눌리는 기분이었고 사람들의 얼굴은 자신을 공격하기 위한 악마처럼 보였다. 이윽고 사는 것 자체가 두려워졌다. 전씨가 살면서 저질러온 사소한 죄부터 가족에 대한 결핍까지 모든 것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20대 청년이 혼자 짊어지기 너무나도 버거운 것이었다. 전씨는 이윽고 살 용기를 잃었다. 전씨는 인터넷 라이브 방송을 켜 모든 사실을 고백한 후 죽기 위해 LSD 200알을 한입에 털어넣었다.
라이브 방송 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전씨는 병원의 도움으로 구사일생으로 살았다. 그때부터였을까. 전씨는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주변 환경 때문에 내가 마약류를 어쩔 수 없이 접했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고 싶지는 않다"면서 "다만 마약류 중독도 주변 환경에 의해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회복 과정에서도 지속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환경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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