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주미 강 "음악인으로서 선한 영향력 항상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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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하는 공연은 제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좀 더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으면 하는 희망이 있어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7)은 9일 서울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리사이틀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3년 만에 한국에서 전국 순회공연을 하게 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주미 강은 2021년 리사이틀 당시 코로나19가 한창인 상황에도 공연을 보러 와준 관객들에게 깊이 감동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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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한국에서 하는 공연은 제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옵니다. 좀 더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으면 하는 희망이 있어요."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7)은 9일 서울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리사이틀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3년 만에 한국에서 전국 순회공연을 하게 된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오는 9월 1일 부천을 시작으로 대구, 함안, 성남, 통영, 서울 등지를 돌며 관객을 만난다. 주미 강이 한국에서 독무대를 선보이는 건 2021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서 한국 이름인 "강주미"로 자신을 소개한 그는 "항상 한국이 그립고, 나이가 들면서 그리워하는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옛날에는 3개월에 한 번씩 들어와서 공연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한 달 반만 지나도 한국에 가고 싶어요. 외국에서 연주 생활하는 게 참 외롭거든요. 항상 혼자 시간을 보내다 보니 조국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 같아요. 유럽만 가면 왜 한국에서도 잘 안 먹었던 비빔밥 같은 것들이 먹고 싶고, 또 왜 그렇게 맛있는지 모르겠어요."
1987년 독일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인 성악가 부모 아래 음악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주로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하지만,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쪼개 한국 관객을 꾸준히 만나고 있다.
주미 강은 2021년 리사이틀 당시 코로나19가 한창인 상황에도 공연을 보러 와준 관객들에게 깊이 감동했다고 한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그때 관객에게 들려줬던 곡인 세자르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마지막 곡으로 선사한다.
주세페 타르티니의 바이올린 소나타 '악마의 트릴',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에르네스트 쇼송의 '시' 등도 연주한다. 지난해 기아로부터 후원받은 바이올린 1702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튜니스'로 아름다운 음색을 들려준다.
주미 강은 "지난 공연이 도전적인 큰 프로젝트였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어릴 적 저의 스토리가 얽혀 있고 바이올리니스트로서 제가 좋아하는 곡을 골랐다"고 소개했다.
공연 첫 곡인 '악마의 트릴'은 주미 강이 4∼5살 무렵 처음 도전한 곡으로, 그가 자신의 음악 여정에서 첫 번째 페이지를 장식한 곡이라고 소개할 만큼 영향을 준 작품이다..
프로코피예프가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작곡가라는 그는 "이 곡은 메시지와 희망, 위트, 용기를 동화처럼 스토리텔링 한다"며 "처음 들었을 때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았다"고 돌아봤다.
프로코피예프가 1946년 완성한 이 작품에는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느낀 공포와 우울함이 담겨 있다. 이 때문에 '전쟁 소나타'로도 불리며 그의 작품 중 가장 암울한 곡으로 꼽힌다.
주미 강은 이 곡이 만들어진 시기와 요즘의 모습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에 마음을 많이 쓰는 편"이라면서 "(이런 세상에서) 음악인으로서 어떻게 하면 사회에 기여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한다"고 했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위로와 용기를 주는 게 음악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음악이 쉽게 닿지 않는 곳에 가서 연주하고 싶다는 꿈도 꾸고 있습니다. 예전에 우크라이나나 이스라엘 같은 나라에 가서 봤던 청중들의 얼굴이 어른거리기도 해요. 지금 음악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인데 그게 차단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정치적인 문제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런 곳에도 음악이 멈추지 않으면 좋겠어요."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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