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의 개원해도 연 2억 버는데… 사직 전공의들 `요지부동`
"지방 비인기과 대거 이동 가능성…필수의료 파탄 가속"
일반의 개원해도 월 1100만원…전공의 처우개선 효과 '미미'
정부가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 어떤 행정처분도 내리지 않고 올해 하반기(9월) 전공의 모집에서 사직 전공의들의 지원을 유도할 방침이지만, 전공의들 입장은 여전히 완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설령 전문의를 포기해도 일반의 개원이라는 출구가 있다.
일반의로 개원해도 연 2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는 정부의 설득과 압박이 통하지 않는 근원적 이유로 볼 수 있다.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각 수련병원에 공문을 보내 이달 15일까지 전공의 사직·복귀 여부를 확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17일까지 복지부 장관 직속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을 신청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사직 전공의들이 올해 9월 수련에 재응시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그러나 공정성을 담보로 해야 하는 선발이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련병원이 선발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의학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각 병원의 입장이 다른 상황에서 하반기 지원을 급작스럽게 결정하면, 전공의뿐 아니라 병원에도 혼란이 생길 것"이라며 "전공의가 돌아오는 상황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의료정상화를 위해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방 (수련병원의) 전공의나 소위 비인기과 전공의가 서울의 대형병원 또는 인기과로 이동 지원하는 일들이 생길 수 있고, 지방·필수의료의 파탄은 오히려 가속할 것"이라며 "정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을 수립해 주길 충심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 종합병원 원장은 "작년 주요 대학 중 흉부외과 지원자가 한명도 없는 곳이 있었다. 산부인과, 소아과 등 필수의료과도 상황이 비슷하다 보니 종합병원들도 겨우 의사를 구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의들 중 일부는 본인의 의지와 형편상 복귀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문제는 (의대 증원에 따라) 의사 인원수가 많아진다고 힘든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을 지원하려 하지 않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처분 철회에도 전공의 복귀가 미미할 것이라는 예상은 이미 나왔다. 전공의가 전문의를 포기하더라도, 높은 임금을 받으며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개원한 일반의의 연평균 수입은 1억9694만원으로 2억원에 달한다. 월 1100만원 이상의 실질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병원과 계약해 근무하는 봉직의도 연 1억86만원을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연평균 수입 증가율은 전문의(5.0%)보다 높은 7.1%였다.
한 병원 업계 관계자는 "예과 2년, 본과 4년의 의대 생활을 마치면 의사 면허 취득을 위한 국가고시에 응시하고, 고시에 합격하면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데, 수련병원에서 사직 처리되면 일반의 신분으로 봉직의로 근무하거나 병원을 개업해 개원의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병원에서 사직 처리가 된 후 전문의 수련 대신 일반의로 경제활동을 시작하면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며 "현재 사직 시점을 놓고도 의견이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어 대다수가 복귀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출신)는 전공의 복귀율이 저조한 것은 "정부에 대한 불신에서 초래한 것"이라면서도 "의대만 졸업하면 전문의가 아니라도 환자를 진료할 수 있게 돼 있는 제도적 배경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간 전공의들이 주당 80시간 근무, 36시간 연속근무라는 규정 아래 강도 높은 업무에 시달린 것도 미미한 전공의 복귀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공의 주당 근무시간을 60시간으로 낮추고, 연속근무도 24~30시간으로 줄이는 등 대책을 발표했지만, 전공의 복귀율은 미미한 실정이다. 이달 4일 기준 전공의 1만3756명 중 출근한 전공의는 고작 8%에 불과하다. 앞서 정부는 병원장들에게 사직서 수리 권한을 쥐여주며, 전공의와의 일대일 면담을 통해 복귀를 유도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병원장들이 나섰음에도 전공의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민우·강민성기자 mw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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