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와 밸류업, 새로운 투자 시대 온다… "한국시장 레벨업 가능"
정부가 핵심 자본시장 정책으로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의 유기적인 연계가 국내 투자 시장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SG와 밸류업의 방향성이 같은 만큼 정부와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9일 머니투데이는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ESG 콜로키움 2024'을 주최했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ESG, 밸류업 전환점 맞다'를 주제로 열렸다. ESG 콜로키움 2024에서는 밸류업 정책과 ESG의 연계점을 분석하고, ESG 규제 동향 및 투자 시장 현황 공유가 이뤄졌다.
첫 강연자로 나선 오승재 서스틴 베스트 부대표는 주요국과 국내 ESG 규제 동향의 주안점을 비교 분석했다. 오승재 부대표는 "ESG 공시 의무화를 위한 로드맵 발표가 늦어진다면 국가 ESG 거버넌스 공백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며 "현재 국내 기업의 공시 수준을 분석하면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부터 단계적으로 ESG 공시 의무화를 적용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4월 말 KSSB(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초안을 내놨다. 공시 도입 시기는 2025년에서 2026년 이후로 미뤄, 시행 시점이 불명확한 상황이다. 오 부대표는 "ESG 공시 역시 기업 투명성 강화 측면에서 이뤄지는 것인데 도입 시기가 늦어지면 국내 자본시장 밸류업에도 부정적일 것"이라며 "밸류업 정책은 주로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는데 일본의 의무 공시 시점보다 늦어지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은 가급적 신속히 ESG 공시 로드맵을 발표해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ESG팀장은 "일본 사례를 참고하면 밸류업 지수 출시 직후에는 오히려 주가 모멘텀이 단기적으로 안 좋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국내에서는 배당절차 개선에 따라서 배당주와 가치주에 대한 모멘텀이 다음해 1분기 슈퍼주총 전까지 지속돼 하반기에도 밸류업 모멘텀이 지속될 수 있다"고 봤다.
이 팀장은 "자본총계 내에서 배당가능이익이나 이익잉여금 비중이 큰 종목 가운데 여력이 있는데 아직 주주환원을 하지 않은 기업이 잠재적 후보군이 될 수 있다"라며 "이같은 기업으로 포트폴리오 리스트업을 하면 플러스알파의 성과가 난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김용범 삼일PwC 파트너는 밸류업 공시로 불리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에 대해 "기업의 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를 보여주면 된다"며 "가이드라인이 복잡하면 안 된다. 밸류업 공시의 핵심은 자율성"이라고 밝혔다. 김 파트너는 "이미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이 방향으로 회사에 대해 검토하고 의결권을 행사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밸류업 공시가 5~10페이지더라도 검토보고서는 100~200페이지가 돼야 이사회 검토를 통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활용될 수 있는 주요 재무지표 중 자본효율성 지표를 핵심으로 꼽았다. 주주환원 및 성장성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서다. 비재무지표 분석 요소 중 하나인 지배구조와 관련해선 중요 요소를 선별한 뒤 집중적으로 서술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파트너는 "밸류업 정책은 외국인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한 제도로, 내 회사뿐만이 아니라 다함께 IR의 장으로 활용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상장사들이 서로 격려하는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ESG 공시 규제 대응 방안 공유도 이뤄졌다. 허규만 안진회계법인 파트너는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에서는 재무제표와 연계성이 무엇보다 강조된다"며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에 기재한 수치 등 정보가 재무제표와 일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시 시기의 경우 재무제표와 같은 시점에 공시하도록 한다"며 "지금까지 6~7월에 지속가능성 공시가 이뤄졌는데 3월 말까지 당겨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기후 공시 대응을 위해 △기후변화 위험 및 기회 분석 △탄소감축 이행 △물리적 위험 및 기회 관리 △거버넌스 강화 △시스템 구축 중심으로 현황 점검 및 대응 로드맵을 수립하라는 제안도 내놨다.
유럽의 10분의 1 수준인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위원은 "앞으로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이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서라도 국내 배출권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며 "현재 가격이 장기적으로 저점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향후에는 배출권 가격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은 "국내 배출권 가격은 유럽, 글로벌 배출권 가격과 동조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출시될 배출권 ETN(상장지수증권)은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상품이다. 투자자가 ETN을 매수한 자금으로 증권사는 배출권을 구매할 예정으로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 요인도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국내 배출권 거래제가 2015년부터 시행됐는데 현 가격이 시행 당시 가격과 비슷하다. 그동안은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된 의미가 없었던 셈인데, 향후에는 배출권 가격이 정상화되고 시장 논리에 따라서 움직일 수 있는 거래제 방안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홍재영 기자 hjae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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