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북 회유' 간첩 혐의 일가족, 50년 만의 재심서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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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남파 간첩으로부터 입북 회유를 받았다며 불법 연행·고문 등 고초를 겪은 뒤 유죄가 인정됐던 일가족이 50년 만의 재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고법판사 이의영·김정민·남요섭)는 9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각기 징역 15년과 징역 5년을 선고받은 A(70)씨, B(78)씨 등 4명의 재심에서 원심을 깨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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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직후 "무죄 두글자 들으려 50년 세월…허탈·허망하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1970년대 남파 간첩으로부터 입북 회유를 받았다며 불법 연행·고문 등 고초를 겪은 뒤 유죄가 인정됐던 일가족이 50년 만의 재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고법판사 이의영·김정민·남요섭)는 9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각기 징역 15년과 징역 5년을 선고받은 A(70)씨, B(78)씨 등 4명의 재심에서 원심을 깨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A·B씨와 함께 같은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뒤 세상을 떠난 A씨 부모도 뒤늦게 한을 풀었다.
이들은 1973년께 남파 간첩과 접촉해 북에 다녀오거나 전남 여수시 거문도 일대에서 각종 간첩 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중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남파 간첩은 월북 인사의 일가 친척이기도 한 이들에게 접근해 온갖 입북 회유 공작을 벌였다.
수사 기관은 A씨 일가족과 8촌 친척인 B씨까지 덩달아 불법 연행한 뒤 가혹행위로 "북한공작원이 맞다"는 취지의 거짓 자백을 이끌어 냈다.
간첩 누명을 씌워 기소된 이들은 강압 수사에 못 이겨 법정 진술에서도 간첩 혐의를 시인했고, 법원도 1974년 유죄를 인정해 형을 확정했다.
재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이들을 불법 연행하고 폭행,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의 불법 구금으로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것도 인정된다.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 역시 위법해 증거 능력이 없다. 당시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 한 법정에서의 자백 진술 역시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 선고 취지를 판시했다.
A씨 등은 재판 직후 "기껏 '무죄'라는 두 단어를 들으려고 50년 세월 동안 그렇게 애가 닳았나 싶다. '철커덩' 무너져 내리는 듯한 충격을 받을 줄 알았는데 막상 무죄 선고가 나니 허탈하고 허망하기만 하다"며 회한을 털어놨다.
이들의 법률 대리인은 무죄 판결을 근거로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지도 검토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재판에 앞서 1977년 거문도 일대에서 입북 모의, 대남 공작 지원 등을 한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던 일가족 5명도 지난해 11월 열린 재심에서 무죄가 최종 확정됐다.
이들 역시 경찰에 자수한 남파 간첩의 제보로 이른바 '거문도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고초를 겪었다.
이들 유족 등 17명은 올해 5월에는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승소, 형사보상금을 제외하고도 위자료 27억여원을 받게 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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