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佛 선거 놓고 "마크롱 '타격'·차기 총리 '오리무중'·르펜 '대선'"
차기 총리로 녹색당 지도자 톤델리에도 거론
RN, 의회서 갈등 커지면 반사이익 바라볼 것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총선이 마무리된 프랑스 정치는 혼란으로 가득하다. 예고됐던 극우 정당 돌풍은 현실화하지 않았지만 좌파 선거연합이 제1당으로 등극하면서 여소야대 상황으로 흘러가게 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남은 3년 임기 동안 행보가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차기 총리 지명과 대통령 선거까지 이목이 쏠린다. 교착 상태에 놓인 프랑스 정치 상황의 위험성은 내부를 넘어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8일(현지시각) BBC에 따르면 르몽드 칼럼리스트인 실비 카우프만은 "많은 것이 불분명하다. 우리는 누가 졌는지는 알고 있지만 누가 이겼는지는 모른다"면서 "우리에게 너무나도 낯선 타협의 기술을 배울 수 있을까. 아무도 모른다. 징후가 반드시 좋지만은 않다"고 프랑스 정치 상황 앞에 놓인 불확실성을 묘사했다.
'마크롱주의'의 종말
조기 총선이라는 정치적 무리수를 던진 마크롱 대통령은 타격을 입은 모양새다. 다만 지난 7일 2차 총선에서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이 예상 밖으로 주춤거리면서 1차 총선 당시 예견한 피해보다는 적은 피해를 봤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BBC는 "그의 중도파 집단은 의회를 해산하고 선거를 실시하는 전혀 불필요한 선거 도박의 결과로 국민의회(하원) 의석 3분의 1가량을 잃었다"면서 "그러나 (1위를 차지한) 신인민전선(NFP)과 절제력 있는 거래(극우 집권을 막기 위한 후보 단일화) 광풍이 여론조사기관이 예측한 것보다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총선 결과 어떤 정당도 단독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헝 의회(Hung Parliament)' 구조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정치적 교착 상태를 해소하는 동시에 자신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르네상스그룹(LREM)을 이끌었던 질 르장드르 전 의원은 "이제 공화국 대통령은 행동할 수 있는 작은 운신의 폭을 유지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는 더 이상 프랑스의 정치적 계획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없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볼 때 7년 만에 '마크롱주의'는 종말을 고했다"고 분석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지면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기조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극좌 성향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국민의회(하원) 원내대표는 우크라이나에 미온적 지지를 표명해 왔다. 올해 맺은 프랑스-우크라이나 안보협정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강제 합병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RN은 친(親)러시아 성향을 띠면서 러시아와 관계 심화를 제안하는 동시에 대러시아 제재에 반대해 왔다. 그들은 선거 자금 조달을 위한 방법으로 러시아 은행 대출을 이용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차기 총리 두고 불확실성 '절정'
총선 결과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것은 좌파 연합인 NFP였다. 이들은 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마크롱 대통령에게 총리 자리를 요구했다. 이들은 자신의 정파가 정부를 구성할 권리를 얻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어떤 정당도 단독이나 연합 세력으로 과반 의석을 선점하지 못한 탓에 중도 정당이 '캐스팅보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매체는 "NFP는 선거를 앞두고 공동의 정강을 중심으로 재빨리 연합했다. 하지만 NFP는 반(反)자본주의자와 공산주의자부터 주류 사회민주주의자에 이르기까지 깊은 정치적 균열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이 연정에는 파벌정치를 넘어서 달성한 연정을 빠른 붕괴를 촉발할 수 있는 극좌파 멜랑숑과 같은 분열적인 인물도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녹색당을 이끄는 마린 톤델리에를 차기 총리로 주목하는 시선이 있다면서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가 불화로 얼룩진 정치 지형에서 호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여전히 총리 선정을 두고는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 마크롱 대통령이 임의로 자신의 세력 인물을 임명할 수 있지만 의회가 곧바로 내각 불신임으로 이를 밀어낼 수 있다.
극우 약진으로 차기 총리로 예고됐던 조르당 바르델라 RN 대표도 과반 지지를 얻지 못해 총리 낙점이 어려운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선거 1위 NFP를 이끈 멜랑숑 대표도 마크롱 대통령을 비롯한 중도파 정파의 총리 수용 불가론 탓에 내각 불신임을 피할 의회 과반 세력을 포섭하기 쉽지 않다.
이제는 대통령 바라보는 르펜
총선에서 약진하고도 축제 분위기를 누리지 못한 RN은 곧 충격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전망했다. 그 과정에서 마린 르펜 RN 하원 원내대표는 2027년 4~5월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 도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1차 총선에서 선두에 올라선 RN은 2차 선거 최종 3위로 내려앉는 부진 탓에 당내 분위기가 위축됐다. 하지만 RN은 이번 선거에서 143석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했다. 지난 선거와 비교해 53석이나 늘어난 것이다.
매체는 RN이 의회가 극좌파 의제로 점철돼 프랑스 예산이 위협받고 정치적 교착 상태에 빠지길 바랄 것이라면서 혼란이 장기간 지속하면 RN이 국민으로부터 안정적이고 현대적인 정파라는 평가를 받을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같은 기회는 잠재적으로 RN이 차기 총선에서 득표율을 높일 좋은 기회를 가 될 수 있다"면서 "2027년에 (대선에서) 당을 이끄는 르펜 대표가 대통령직에 오르는 것을 진짜 목표로 둘 수 있다"고 기술했다.
아울러 RN은 최종 3위를 기록한 이유가 경쟁 정파가 부당한 거래로 '부정직한 연합'을 꾸려 정치적 야합의 피해자임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유권자를 설명하려고 한다며 이민 단속, 학교 개혁, 치안 유지 등 자체 의제를 홍보하는 데 몰두할 것이라고 조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ingd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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