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열쇳말 삼아 100년 한국 근현대사 풀어냈죠”

정대하 기자 2024. 7. 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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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 나이 드셨응게 제발 좀 짜지 마랑게/ 마트 가면 천지랑게."

가수 박종화(61)씨는 '엄니표 참기름'이라는 노래의 첫 부분을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최근 '엄마'라는 앨범을 낸 박씨는 9일 "광주 토박이 소극장에서 반주 음악을 틀어 놓고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내 방식대로 부르고 싶어 노래를 시작했던" 박씨는 이후 민중가수의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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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수 박종화씨 새 앨범 ‘엄마’
‘엄니표 참기름’ ‘5·18 어메’ 등 11곡
“바짝 마른 병실의 어머니 보면서
엄마 두 글자 새긴 음반 제작 생각”
전남대 재학 중 투옥 뒤 작곡 공부
가수 박종화. ‘엄마’ 앨범 동영상 갈무리

“인자 나이 드셨응게 제발 좀 짜지 마랑게/ 마트 가면 천지랑게.”

가수 박종화(61)씨는 ‘엄니표 참기름’이라는 노래의 첫 부분을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방앗간에서 참기름을 짜서 방구석에 일렬로 줄을 세워 놓고 자식들이 가져가기를 기다리는” 노모에게 하는 투덜거림이다. 하지만 몸이 많이 불편한 노모의 답변은 단순하고 간명하다. “아즉 내가 살아있단 징표여야/ 암말도 허지 말어야.”

최근 ‘엄마’라는 앨범을 낸 박씨는 9일 “광주 토박이 소극장에서 반주 음악을 틀어 놓고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이번 앨범에는 ‘엄니표 참기름’과 ‘병실에 와서’, ‘5·18 어메’, ‘분단의 어머니’ 등 11곡이 들어 있다. 그는 앨범 속 내레이션에서 음반을 낸 이유를 두고 “바짝 마른 병실의 어머니를 내려다보면서 불현듯 엄마라는 두 글자가 새겨진 음반제작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이번 앨범엔 “일제강점기와 분단, 5·18과 세월호 아픔 등 대한민국 근현대사 100년을 어머니라는 코드로 풀어낸 노래”가 담겨 있다.

‘엄마’ 앨범 표지. 박종화씨 제공

‘둘째 아들의 선물’은 박씨가 26살 때 ‘오월학살 원흉처단을 위한 특별위원회’ 활동을 하다가 투옥된 후 만든 노래다. 1992년 처음으로 이 노래를 발표했던 그는 이번에 편곡과 미디프로그래밍 등을 거쳐 다시 발표했다. “오직 착실한 내 아들 둘째 아들이었으면/ 한평생 정을 바쳐 기른 내 강아지/ 바람 잘 날 없더니만 왜 이리 모질다냐.” 1980년 5·18 때 남편을 잃은 사연을 소재로 한 ‘5·18어메’의 가사도 마음이 시리다. “1980년 5월 내 나이 서른일곱/ 총탄이 뚫고 지나간 그이의 싸늘한 시신을 싸매고/ …/ 겨우 지게 하나 구해 남편을 실었지.” ‘분단의 어머니’라는 곡도 노랫말이 절절하다. “만나야 할 그 날까지라도 어머니여 살아계시라/ 통일되기 전에 당신의 나이는 내가 대신 먹어드리오리다.”

전남대 재학 때 탈춤반 활동을 했던 그는 투옥된 뒤 집회에서 부를 노래를 만들기 위해 작곡 공부를 시작했다. 초·중·고교 음악 교과서를 놓고 음표부터 공부했던 그는 1988년 ‘지리산2’, ‘바쳐야 한다’ 등의 민중가요를 만들어 작곡가로 이름을 알렸다. “내 방식대로 부르고 싶어 노래를 시작했던” 박씨는 이후 민중가수의 길을 걸었다. 1987년부터 30여 차례의 단독 공연과 400여곡의 창작곡을 발표했다. 그는 2018년 작곡 데뷔 30주년 기념앨범 ‘사색30’을 냈다.

이번 앨범 제목도 그가 직접 썼다. 박씨는 감옥에서 붓을 만났다. 1990년 ‘박종화 창작곡 1·2·3집’을 발표하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됐던 박씨는 감옥 취미반에서 만난 장기수 ‘고수’들한테서 서예를 배웠다. 2007년 첫 서예작품 개인전을 개최한 그는 2022년 소나무를 한글로 쓴 작품들을 선보인 바 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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