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만에 고소장 뚝딱 '슈퍼로이어'…"리걸테크 본고장 美 간다"

최태범 기자 2024. 7. 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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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 /사진=로앤컴퍼니 제공

#A가 1억원을 빌렸는데 약속한 변제기일에 변제하지 않았어. 피해자는 변제기 이후로 여러 차례 A에게 변제를 독촉했지만 A는 무작정 기다려 달라고만 하고 현재는 A가 아예 잠적한 상황이야. A를 사기죄로 고소하려는데 고소장 초안을 작성해 줘.

리걸테크 스타트업 로앤컴퍼니가 지난 1일 출시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법률 비서 서비스 '슈퍼로이어(SuperLawyer)'에 이 같은 문구를 입력하니 2분도 안 돼 고소대리인 변호사 입장에서 고소 취지와 범죄 사실을 명시한 고소장 초안이 생산됐다.

특히 추가적으로 설정한 △피해자의 심적인 고통이 잘 드러나도록 작성 △적절한 대법원 판결 인용이라는 조건에 맞춰 '고소인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와 같은 표현을 비롯해 대법원 판결 사례, 소송에 필요한 자료 등이 함께 명시됐다.

로앤컴퍼니는 9일 '슈퍼로이어 출시 기자간담회 및 시연회'에서 이같이 슈퍼로이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선보이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리걸테크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출시 8일 만에 1254명 가입

슈퍼로이어는 클로드·제미나이·챗GPT 등 복수의 상용 거대언어모델(LLM)로 구현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다. 변호사 자격을 갖춘 법조인 등을 대상으로 제공되며 로펌, 기업 법무팀, 정부기관을 위한 '슈퍼로이어 엔터프라이즈' 출시도 앞두고 있다.

주요 기능은 △법률 리서치 △초안 작성 △문서 요약 △문서 기반 대화 △사건 기반 대화 등이다. 로앤컴퍼니가 보유한 458만건의 판례 데이터를 포함해 △법령 △행정규칙 △유권해석 △결정례 △기타 공공저작물 등을 답변 생성에 활용한다.

특히 검색증강생성(RAG) 방식을 활용해 속도와 정확성을 높였다. 최종 답변을 제공하기 전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에 근거한 정보인지 한 번 더 확인하는 '팩트체커'로 할루시네이션(거짓·허위 답변)을 최소화했다.

슈퍼로이어는 한글이나 워드, 엑셀 파일뿐만 아니라 스캔본 PDF 파일도 지원해 이용자의 편의를 높였다. 이미지 PDF를 텍스트 변환 과정 없이 바로 쓸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국내 AI 서비스 중 슈퍼로이어가 유일하다.

질문에 필요한 문서를 최대 5개까지 동시 업로드 가능하며, 슈퍼로이어 이용에 활용된 모든 데이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환경에 안전하게 보관된다. 출시 이후 8일 만에 1254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대한변협과 갈등 요소 전혀 없다"

로앤컴퍼니의 '슈퍼로이어 출시 기자간담회 및 시연회' 현장 /사진=로앤컴퍼니 제공
슈퍼로이어 개발을 총괄한 안기순 로앤컴퍼니 법률AI연구소장은 "법률 AI의 긍정적 영향은 법률가의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과, 더 많은 정보를 기초로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 시간적 여유를 만들어 업무 만족도를 상승시킨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슈퍼로이어는 판례나 법령 조사, 서면 초안 작성·검토·요약·분석 등 법률가들이 일반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를 지원한다"며 "더 적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앤컴퍼니는 한국에서 슈퍼로이어를 안착시킨 뒤 일본을 시작으로 글로벌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정재성 로앤컴퍼니 부대표는 "해외 진출하려면 해당국의 법률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먼저다. 아시아권 데이터를 수집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로앤컴퍼니는 변호사 연결 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의 갈등이 슈퍼로이어로 인해 다시 불거질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엄보운 로앤컴퍼니 이사는 "법률가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다. 최종적으로 나가는 답변은 변호사 명의"라며 "변호사의 업무 효율을 도와주는 도구이기 때문에 특정한 법령을 위반하거나 변협 내부 규정을 위반하는 것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김본환 로앤컴퍼니 대표는 "법률 서비스의 미래를 재정의하고 대한민국 법조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준비를 해왔다. 슈퍼로이어는 단순한 AI 서비스가 아니다"며 "법률과 AI의 만남이 법조계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것으로 보고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5년 전 2019년 '10년 내 리걸테크 본고장 미국에서 미국변호사협회(ABA)가 주최하는 리걸테크쇼에 국내 리걸테크 업계를 대표해 최초로 키노트 스피치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늘을 시작으로 한국 법률 서비스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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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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