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채상병 특검, 혈세 76억 이상…위헌성은 더 가중"
"'대통령 거부권 프레임' 덧씌우려는 정치적 목적"
"최장 기간 150일 이상…소요 인력·비용 과다"
"특검이 공소취소…당사자 재판받을 기회 박탈"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정부가 9일 22대 국회에서 재통과 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위헌성이 더욱 가중된 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직접 브리핑에 나서 "법안 추진 목적이 사건 진상규명이 아니라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다는 프레임을 덧씌우고자 하는 정치적 목적이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작심발언했다.
박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특검법안은 지난 5월 정부가 지적한 위헌 요소들이 수정·보완되지 않고 오히려 위헌성이 더욱 가중된 법안으로서, 절차적으로도 20일의 숙의기간을 특별한 이유없이 배척하고 여당과 충분한 협의나 토론 없이 일방적인 입법청문회를 거친 후 수적 우위만으로 강행 통과됐다"고 지적했다.
법무부가 지적한 법안 재의 요구 사항은 모두 6개다. 박 장관은 우선 특검법안이 헌법상 대통령에게 부여된 특별검사 임명권을 사실상 야당이 행사하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임명 간주' 규정까지 둬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위반된다고 했다.
특검법안 3조 2항은 '대통령이 국회의장으로부터 특별검사 임명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3일 이내에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을 더불어민주당과 비교섭 단체에 서면으로 의뢰'하도록 정하고, 4항은 '대통령이 임명하지 않을 경우 후보자 중 연장자가 임명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이 민주당 또는 야당이 추천한 후보자 중 어느 한명도 특별검사로 임명하지 않을 경우 후보자 중 연장자가 자동으로 특별검사로 지정되고, 대통령은 그를 임명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 법무부 해석이다. 박 장관은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같은 맥락에서 "특별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고, 그에 의한 실시간 브리핑과 과도한 수사 때문에 인권침해 우려가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특검법안 12조는 '특별검사나 특별검사보가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외의 수사과정에 대해 언론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특검 실시기간도 최장 150일로, 역대 특검 실시 기간 중 최장기간으로 정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수사대상자의 명예훼손과 사생활 침해 우려가 현저하고, 과잉수사에 따른 인권침해 우려가 상당하다"고 했다. 또 "국회 예산정책처가 (특검 운영 예산을)약 76억원으로 추산하고 있지만 통상 추산보다 많은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사건 관련자들 기소 뒤 재판에 소요되는 인력과 비용은 더욱 커져 투입되는 혈세가 막대한 액수에 이를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법무부는 전날 경북경찰청이 발표한 '채상병 사망사고 수사결과'를 들어 '채상병 특검법안'이 특검제도의 본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당초 해병대 수사단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 등 8명 중 3명을 불송치 결정하고 이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포병여단 군수과장을 추가 입건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은 경찰의 독자적 수사결과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해병대 수사단 조사결과를 이첩하지 못도록 방해했다는 특검법안 내용은 성립될 수 없다는 게 법무부 논리다.
박 장관은 "즉, 군 수사기관은 개별적인 '피혐의자'뿐 아니라 '사건 전체'를 경찰에 이첩했고, 경찰은 독자적으로 수사헤 그 결과를 도출한 것"이라면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내용은 경찰의 수사에 있어 참고자료에 불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특별검사의 재판 중 사건에 대한 공소취소권'도 권력분립 원칙을 위반하고 형사법체계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별검사의 직무범위와 권한'을 규정한 특검법안 6조 중 1항 1호는 특별검사가 이미 재판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공소를 취소할 수 있도록 정했다.
박 장관은 "특별검사의 판단이 정당한 것인지는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결로 판단되는 것"이라면서 "특별검사가 일방적으로 정부의 공소 제기를 불법으로 판단해 법원 판결을 받을 기회마저 박탈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검법안의 벌칙조항도 문제 삼았다. 법 20조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특별검사 등의 직무수행을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방해 또는 지장을 주는 행위' 의미가 모호하고 포괄적이라는 것이다.
박 장관은 "가령, 특검 연장 불승인, 예산·인력 등 행정적 지원 미비 등 법령에 근거한 행정적·절차적 사항들마저 ‘수사 방해나 지장을 주는 행위'라고 주장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반할 우려가 있는 규정을 악용, 그 위반을 근거로 탄핵 · 해임건의 · 징계요구 등 정부에 대한 부당한 정치적 공세를 할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했다.
법무부는 끝으로 "특검법안은 숙의 절차 없이 거대 야당이 수적 우위만을 내세워 강행 처리한 법안으로,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다수결의 원칙을 본질적으로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국회법상 명시된 제정법률안에 대한 20일간의 숙려기간 없이 법안 발의일로부터 불과 35일만에 야당에 의해 일방 강행 처리돼 민주주의 원칙을 크게 훼손했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입법과정에서 소수파에게 출석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토론과정을 거치지 아니한 채 다수파만으로 단독 처리하는 것은 다수결의 원리에 의한 의사결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검법안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90명' 중 '찬성 189명 반대 1명'으로 가결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 나섰으나 개시 24시간이 경과하고 민주당이 곧바로 '토론종결권'을 발동한 뒤 강제종료됐고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전자결재로 '순직 해병 특검법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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