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된 게 없는데" "알선수재 여지"‥권익위, 반발에도 '명품백' 종결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사건을 종결 처리한 국민권익위원회의 내부 회의에서, 사실관계가 확인된 게 아무것도 없다거나, 알선수재로 볼 여지가 있어 종결하면 안 된다는 반발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MBC가 국회 정무위원회 천준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지난달 10일 권익위 전원위 회의록에 따르면, 한 권익위원은 "자료를 아무리 봐도 확인된 게 아무것도 없다"며 "과연 그 당시에 어떤 절차를 거쳐서, 어떻게 처리됐고, 어떻게 지금 물품이 보관되고 있는지, 윤석열 대통령이 알았는지 알지 못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권익위원도 "사실조사가 아무것도 없는데, 기관들이 협조를 안 하다 보니까 한계에 부딪힌 것 같다"면서 "권익위 조사에 대해 협조하지 않으면 다 종결 처리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권익위의 위상을 위축시키고, 국민들도 공감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청탁금지법상 구성요건이 없다고 종결해서는 안 된다"며 "금품수수를 뇌물성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고, 알선수재와 관련된 구성요건도 외형적으로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같은 의견에 대해 또다른 권익위원은 "수사권이 없는 권익위가 법적 근거도 없는 인지 권한까지 행사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회의에서는 대통령 배우자가 명품백을 받은 사건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청탁금지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여러 차례 제기됐습니다.

한 위원은 "권익위가 대통령을 보좌한다거나,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지지한다는 오해를 받기 때문에 고민"이라며 "앞으로 다른 공직자의 배우자가 똑같은 사안에서 문제가 됐을 때 우리가 어떻게 판단할 것이냐"고 반문했습니다.

"공적인 만남이나 행사 자리도 아니었고, 수수 장소가 김 여사의 사무실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춰 대통령기록물이라고 보기도 어렵다"며 "어차피 조사가 되고 있는 마당이니 대검찰청으로 이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이같은 의견들은 오늘 공개된 권익위의 공식 의결서에 담기지 않았는데, 정승윤 부위원장은 "권익위 의결서에 소수 의견을 담은 전례가 한 번도 없었다"며 "다른 합의제 행정기관과 행정심판기관 역시 소수 의견을 부기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권익위의 종결 처분이 대통령 부부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날치기'였음이 분명히 드러난 것"이라며 "국회 정무위 차원의 청문회를 통해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손하늘 기자(sonar@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4/politics/article/6615503_36431.html